이번주 성당주보에서 본 글입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올립니다. 우리 남편도 이런 유형의 속터지게 하는 사람이거든요.
참고로 이글은 대구지역 얘기라는 것을 알아두세요.
흔히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지만 남편의 무관심에 속상한 아내는 늦은 시간에 귀가한 남편에게 불만을 터뜨렸다.회사사정이 어려워 신경이 곤두선 남편도 그날 아내의 잔소리가 탐탁할리 만무했고, 그래서 서로 언쟁을 벌였다. 경상도 남편들은 이런경우에 대개 말문을 닫음으로써 남편의 체면을 세우고 아내의 항복을 받아낼수 있다고들 한다.
사흘이 지나자 대화가 없는 집안 분위기는 딱딱 소리가 날만큼 완전히 얼어붙었고 가슴이 턱턱 막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썩은 호박이라도 잘라야지. 이제와서 말을 붙인다면 다 이겨놓은 승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아서...'
그러나 따지고 보면 아내의 말이 하나도 틀린 말이 없어 전전긍긍하면서도 묵비권으로 밀고 나갔다.
모종의 결심을 한 듯한 아내가 안방 화장대에 한자로 '대월동화(大月東火)'를 써붙여 놓는 것이 아닌가.남편은 이것이 무슨 심오한 뜻일까 정말 궁금하기 시작했다. 밤에 서재로 나와 몰래 사전을 찾아 보았으나 그런 말은 없지않은가. 더욱이 회사에서 똑똑하다고 소문난 친구 역시 머리를 흔들고...그렇다고 아내에게 넙적 먼저 말문을 열면 이번 싸움에서패전의 깃발을 높이 올리는 것이 되고. 어쩌지... 드디어 일주일 되는 날 남편은 백기를 높이 들고 아내에게 "여보, 대월동화가 뭐꼬?"하고 물었다. 황당해하며 아내는 "대구백화점은 월요일 쉬고 동아백화점은 화요일에 쉰다는 말입니더."하는것이 아닌가. '아뿔사, 그것도 모르고 엉뚱한 생각만 했구나.'
여러분의 가정에도 항상 대화와 함께하여 '대월동화'의 오해가 생기지 않기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