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무심한 엄마랍니다.) 딸아이 학습지를 같이 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둘째 낳기 전 까지는 정말 열성적인 엄마였는데 님들도 아시다시피 둘째 생기고나면
큰애들은 한동안 찬밥이되어 냉장고 저 구석에서 쉬지 않을정도로만 명분을 지키고있지 않습니까
우리 딸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오늘은 느닷없이 이러는겁니다.
<엄마... 나는 왜 유치원에 안가는데?>
이제 네 살짜리인데 어디 보내겠어요. 물론 엄마가 끼고있다고 무조건 좋은것많은 아니지만
이 나라의 교육방식에 적잖이 불만이 많은 저는 그래도 제 나름대로 가르치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둘째가(핑계일지도 모르지요) 생기고 이제 백일이 되니 그동안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모처럼 그래 엄마노릇좀 하자고 밀려있는 학습지를 들고와 뿌듯한 맘으로 부드럽게 딸아이를 불렀습니다.
믿기지 않는다는듯이 좋아서 덩실거리며 뛰어와 책상에 앉는 딸아이.
여기까지는 정말 흐믓함 그 자체였고 모처럼의 엄마노릇에 아이도 저를 사랑스런 얼굴로 쳐다보고있더군요.
드디어 몇분의 시간이 흘렀고 점점 커지는 제 목소리에 색연필로 책상만 두드리는 딸아이...
<그게 아니잖아! 정말 미치겠네>
이런 소리는 정말 안했었거든요.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 가 없었답니다.
어느정도 한글도 알았고 숫자는 열까지 읽을수도 셀 수도 있었는데 한동안 안했다고 글쎄
다 잊어버리고 하나도 모르는 것입니다.
거실에 푹퍼져서 낚시방송만 보고있던 남편에게
<얘 누구닮아서 이런거야! 다 까먹었어 다!>
<냅둬...>
무심한 저 인간....
님들도 경험해 보신일일겁니다.
돌이켜보면 제탓이지만 정말 쟤가 머리가 나쁜건 아닐까하는 걱정도 생기고
하루죙일 낚싯대만 만지작거리는 아빠 옆에서 배운거라곤
거제도니 제주도니 감시 조황이 좋니 나쁘니하는
낚시용어들이니...
이 글을 올리고 있는 지금도 낚시 방송틀어놓고
<아빠 낚시 갈거가?...>
<...>
<아빠.. 우와.. 고기다 고기...저거 아빠가?>
막 낚아올리는 낚시꾼보고하는말이랍니다.
정말 오늘따라 제 딸이 불안해보이는건 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