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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설겆이 하는 나의 남푠~ 녀석 ^0^


BY 별이 2000-10-02

안녕하세요. 별이입니다.

재미도 없는 제글에 몇몇분이 리플을 달아 주셨는데요, 너무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요즘 설겆이 하는 나의 남푠에 대해서 한번 쓸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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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들을 보면서 제 남편이 엄청 마누라 위하는걸로 생각하셨던 여러분..

제 결혼의 실상은 이렇습니다.

제 남편은 부산사람입니다.
부산사람이라고 하니까 뭔가 삘(feel)이 딱 오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아직도 만연한 경상도 지역의 남아선호사상! 거기에 맞물리는 남성우월주의!
바로 그 동네서 온 남자입니다.

결혼 전에 남푠녀석은, 결혼만 하면 뭐든지 해주겠다고 꼬리치는 대부분의 남자와는 달리 결혼해도 집안일은 안하겠다고 당당하게 큰소리치는 남자였습니다. 걱정도 좀 했죠. 그런데 전 무슨 깡인지 그냥 결혼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같이 살게 되니까. 알게 되었는데, 진짜로 거의 안하는 남자더군요. 특히 안하는것은 부엌일!
절대로 부엌일은 하지 않습니다!! 에궁..

그렇게 얼마동안을 지냈습니만, 드디어 나의 남푠도 설겆이를 하게되는 날이 왔습니다.

그날은 바로 결혼식 전날밤이었습니다.
결혼식에 참석한다고 서울에 올라온 신랑 친구 2명,
부산에서 올라왔으니, 친구들은 잘데도 없고, 낮에 친구를 영등포역으로 저랑 같이 배웅 나간 신랑은 저한테 그러더군요. 밤새 놀지도 모른다고.

솔직히 둘다 바빠서 짐도 못싼 상태인데, 늦더라도 들어와서 짐싸는데 같이 해야한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러구 저는 결혼식장에 가서 맛사지 받고, 옷사고, 신발사고, 결혼예물 찾고, 집에 들어오니 10시더군요.

11시, 12시가 되어도 안들어오는 신랑.
제짐은 다 쌌는데, 도대체 신랑짐은 뭘 싸야되는지 모르겠는겁니다. 대충대충 속옷하고 양말 같은건 챙겼는데, 신발은 뭘 가져갈지, 바지는 뭘 가져갈지, 내일이 결혼식 날인데, 이게 뭔지.

거기다가 잘해준다고 신혼여행간다고 냉장고 비운 상태에서도 들어오면 술안주 해준다고 전이니, 뭐 그런것들을 한바탕 혼자서 하다가 열받은 저는 신랑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물론 최대한 화를 자제하고 - 친정엄마땜에 저는 울화병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 당시는 화가 많이 나면 자제가 안되죠. 제가 나중에 생각해도 그때의 저는 무섭슴당. 울화병 싫어... 훌쩍~

< 자기 어디야? >
< 아 ~ 어디긴? 집 근처야! >
< 언제 들어올꺼야? >
< 글쎄 잘 모르겠는걸? >

저는 결국 폭팔해버리고 말았습니다.
< 나 지금 하루종일 예물찾고 옷사고 짐쌌는데, 자기 그렇게 해도 돼? 지금 짐 내껀 다 쌌는데 최소한 자기꺼 뭐 쌀지는 정해주고 나가서 놀아야 할꺼 아냐! 들어오던 말든 알아서해! >

전화를 뚝 끊었습니다.
눈물이 콸콸 나오더군요.
해놓은 음식도 정말 미웠습니다.
여행간다고 냉장고도 다 비운데다가 손님 접대한다고 나름대로 신경쓰면서 만들었는데, 혼자 발바닥 부르트게 다니고 결혼식 짐 혼자싸는 내 신세.

좀 있으니까 신랑하고 친구들이 죄지은 사람처럼 제 눈치를 슬슬 보면서 들어오더군요. 신랑은 제 눈치를 슬슬 보면서 얼렁 짐 싼다고 부산을 떨더군요.

친구들도 제 눈치를 보면서 작은 방으로 슬슬 들어가 컴퓨터를만지고 마루서 다른 사람한테 전화하고 딴청을 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얼굴 피고 손님 접대할 준비했습니다. 그게 말이죠... 저는 일단 손님 접대할때는 잘해야 하는게 천성입니다. 피는 속일수가 없는지 상다리 휘어져야 속이 시원합니다.(울 친정엄마)

제가 얼굴 피고 상에다가 차갑게 해둔 술이랑, 김치전이랑(신랑이 A학점을 준겁니다.) 맛살이랑, 깡통옥수수랑 속이 좀 든든해지라고 유부초밥이랑, 사과랑 몇가지 과일안주 해서 가지고 나가니까 신랑 친구들 얼굴이 좀 펴지더군요.

그리구 뭐 술자리 가졌죠.
기분이 좀 핀 신랑 친구들이 제가 꽉 잡고 산다고 놀리더라구요.
제가 전화해서 화내고 전화 끊으니까 신랑 얼굴이 정말 쫄아서 가관이 아니더라고 하더라구요.

분위기 화기애애하게 2시정도까지 놀고 슬슬 치울때가 되니까, 자신의 지은죄(?)를 용서해준데다가 친구들까지 기분좋게 거하게 대접하는데 감격한 울 신랑이 설겆이를 하더군요.

왜 평소에 안하다가 그때 하는거야~!
으흑 미오미오~!

친구들이 아마 제가 엄청 설겆이 시키고 청소 시키고 부려먹는 줄 알았을겁니다.
실은 울 신랑 잘해줘서 감격해가지구 해준건데... 평소에는 하나도 안하는데

그리고 그 후로는 또 깜깜 무소식이더라구요.

그런데, 요즘 남편 또 매일매일 설겆이를 합니다.

저 요즘 다이어트 하걸랑요.
밤에 운동하는 대신 설겆이 해주기로 했음당.
운동하면 엄청 이뻐하걸랑요.

흐흐흐....
하루하루 운동하는 낙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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