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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 과 착각의 결혼10주년.


BY 잘난여자 2000-11-07

제 남편은 그럴 수 없이 친절한 사람이랍니다.
그간 모든 결정권은 제가 갖고 있는양 으스대게 만들기도 하고,
"나는 항상 네가 원하는 걸 원하고 네가 먹고싶은걸 먹고,
네가 가고싶은 곳을 가고싶어."
약간의 과장을 섞어 내앞에서는 항상 이런식이었죠.
결혼한 이후 나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해왔답니다.
'나의 이 그지같은 성격에 그래도 남자 하나는 잘 만났구나'
사실 전 외모도 그리 출중하지 못하고 공부를 많이 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성격이 좋은가 하면 또 그것도 아니거든요.
저희 부부를 아는 제 친한 지인들은 도대체 자기네가 알 수 없는
어떤 매력이 있길래 남편이 그렇게 다정다감한지 궁금하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러는 사람들의 속셈은 뻔한거죠.
제가 얼마나 잠자리에서의 테크닉이 훌륭하길래?
하는거 아니겠어요.
하지만 전 성관계를 생각하면 귀찮고 피곤해지기 부터 하는 사람입니다.
여하간 남편의 이상기후를 느낀 건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이
넘치던 그 시점부터입니다. 우리 부부의 불행도 시작되고~
술마시고 외박하는 남편을 째려보게 된겁니다.
째려보기만 한건 아니죠. 왁왁... 우당탕... 도 함께죠.
곰곰 생각해보면 그전에도 남편은 술마시고 외박하는일이
많았지만 그땐 제가 직장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주부로서, 아내로서... 너무나 바쁘고 피곤해서 째려볼 기운도 없었지요.
그 이후 나를 가장 당혹스럽게 만든건 내가 가져야만 하는
남편에 대한 배신감입니다.
너무 힘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뭐라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는
감정으로 편한함을 가장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어떤 책을 읽다보니
"페미니스트인 남자가 가장 위선적일 수 있다" 라는 글귀가
눈에 확 띄더라구요.
그래서 두서 없이 하소연합니다.
솔직히 친구나 가족한테도 얘기 못 하겠더라구요...
그동안 너무 잘난척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