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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야기 I


BY badson 2000-11-25

저는 아줌마가 아닌, 평범한 남자 대학생입니다. 우연히 이 곳을

알게 되었고, 여러 아주머니들의 글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늘 글을 읽기만 하다가 이제 큰 용기를 내어서 저도 글을 한번 써보려

고 합니다.

앞으로 제 어머니의 이야기를 아주머니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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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수능 시험이 있었습니다. 수능 시험날 저녁에 텔레비전을

보면 으레 시험장 교문 앞에서 절을 하고 있거나 간절히 기도하고 있

는 어머니들이 나오지요. 그 장면을 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어머니 생

각이 떠오르더군요.

제가 수능 시험을 보던 날, 어머니는 늘 그러하시던 것처럼 공장 식당

으로 일하러 가셨습니다. 제가 어머니께 부담스러우니까 시험장으로

오시지 말라고도 했지만, 어머니 스스로 시험장에 안 가겠다고도 말씀

하셨지요.

"내가 간다고 떨어질 얘가 붙고, 내가 안 간다고 붙을 얘가

떨어지겠냐!"

라고 말씀하시면서요. 어머니는 성격이 꽤나 호방하시고 작은 일에

잘 안 매이시거든요.

물론 제가 어머니께 오시지 말라고 말씀드리기도 했지만, 어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 순간만큼은 솔직히 조금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차라리 괜히 시험장 오시지 말라고 말씀드렸나 싶기도 했구요.

다른 어머니들은 안 저럴 텐데, 하고 철없는 심술이 생기기도 하더군

요.

두어달 뒤, 제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저 자신보다도 더 기뻐한 분들

은 당연히 아버지와 어머니이셨습니다.

어머니께서 환하게 웃으시면서 말씀하시더군요.

"이제 우리도 미역국 끓여 먹을 수 있게 되었구나."

무슨 말씀인지 몰라서 제가 여쭈어보았지요. 갑자기 무슨 미역국 말씀

이시냐구요.

"몰랐더냐? 너 고3 되고나서 이 엄마는 집에서 미역국 한번도 안 끓였

다. 너 아버지 생일 때도 미역국은 안 끓였다. 혹시 너 떨어지기라도

할까봐 말이다."

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가족들의 생일날이면 으레 미역국을

끓여 오셨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해에는 미역국을 먹은 기억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말씀을 이으시더군요.

"이 엄마는 지금까지 너 키우면서 네가 시험보는 날 아침에 도마질 해

본 적이 없다. 수능보는 날도 물론이고 말이다. 얘가 시험보는데 아침

부터 집에서 탁탁 칼소리나면 좋을 것이 뭐 있겠냐? 그 전날 저녁에

칼질할 거 있으면 미리 다 해놓고 잤다."

가슴 한구석이 찡해져왔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

에서 저렇게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아들은 어머니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알면 부담스러워할까봐 아버지와 어머니는 저 모르게

제가 수능시험 보기 전에 절이랑 암자도 찾아다니셨더군요. 하나씩 하

나씩 풀려나오는 어머니의 이야기에 저는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제가 고 3때 중간고사 망쳤다고 혼자 징징대며 괜히 어머니께 심술을

부렸던 기억, 아버지께 꾸중듣고는 어머니한테 그 짜증내면서 화풀이

했던 기억, 제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들은 그런 부끄러운 것들뿐인데

어머니의 크신 사랑은 언제나 보이지 않게 저를 감싸고 있었던 겁니

다.

제가 대학에 입학식을 치르고 부모님과 영등포역에서 헤어질 때였습니

다. 저는 지방출신으로 서울로 대학진학을 했으니까요.

그날 저는 어머니께 그렇게 많은 눈물이 있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낯선 도시에 20년 키운 아들을 혼자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걸

음을 어쩌면 그렇게 힘들어하시던지요. 어머니는 한 걸음 떼어놓고

돌아보시고 한 걸음 떼어놓고 또 돌아보셨습니다. 어머니의 볼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지요.

"밥 거르지 말고......"

걸음을 재촉하는 아버지에 떠밀려 개찰구를 빠져나가시며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우시고 또 우시고, 우시고 또 우시고.......

그래도 이 불효자는 무슨 따스한 말 한 마디 제대로 건네드리지 못하

고 부모님을 배웅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어머니께 차마 "사랑해요."라는 말 한 마디 제대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저는 무슨 일이 있으면 어머니께 짜증부터 내는, 철이 덜 날

불효자일 따름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집으로 전화하라는 어머니의

부탁조차, 바쁘다는 핑계로 툭하면 까먹기 일쑤인 불효자, 그게 저입

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머니는 일 나가신 아버지가 돌아오시길 기다리며

텅 빈 방에 혼자 누우셔서 주말 드라마를 보고 계시겠지요. 시집간

딸 걱정에, 멀고 먼 서울에서 혼자 공부하는 아들 걱정에, 일 나간

남편 걱정에 가끔 한숨을 내쉬시면서 말입니다.

불효자는 어머니 생각에 눈물지을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