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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버지....


BY zenobi 2000-11-29

울 친정 아버지는 참 고상하신 분이십니다. 근엄합니다. 평생 공무원을 하신지라 그런지 몰라두요...
친정아버지 에피소드입니다.
울 아버지땜에 울집에는 필요이상의 물건이 많습니다. 아부지 친구분들의 강요에 못 이겨 이것저것 사십니다. 돈은 쥐꼬리 월급으로 엄마가 맞춰서 냅니다. 공기청정기-이 것 틀어도 담배냄새 무진장 납니다.
에어컨...
울 아부지는 더위, 추위 무진장 탑니다. 그 덕에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뜻하게 보냅니다.
친구의 강압인지 몰라도 어느날 에어컨 한대가 들어왔습니다. 부산날씨 더워봐야 얼마나 덥겠습니까?
광안리 바닷바람이 더 시원한데, 덥다고 에어컨을 켰습니다. 그 때부터 아부지 주무실때까지가 울집 에어컨 켜는 시간입니다.
에어컨 바람 많이 쐬면 춥습니다. 아시죠? 울 아버지 좀 추웠나봐요. 슬그머니 이불을 덮습니다. 엄마가 옆에 있다가
"보소. 추우면 에어컨 끕시다. 전기세가 얼만데..."
울 아버지
"내가 추워서 그런게 아니고 부끄러워서..."
참고로 저희집 딸만 셋입니다. 그날 아부지 반 바지 입고 계셨습니다. 보통때는 잘도 있더만...
지금도 울집 보일러 펑펑 돌아 갑니다...

울 아버진 생선을 무지하게 좋아하십니다. 생선이 하루라도 밥상에 안 올라오면 영양실조 걸린다고 하십니다. 그덕에 전 고등학교 3년 내내 체력검사시 '마'를 받았습니다.(키,몸무게 비례시 뚱뚱하면 최고가 '마'입니다.) 하루는 아침에 생선을 드시다 목에 가시가 걸렸습니다. 민간용법으로 밥을 씹지 말고 삼켜라, 날달걀을 먹어라... 그래도 안 내려간다고 합니다. 울아버지 엄살이 심해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이 토욜이었나 봅니다. 낮에 아부지한테 집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병원이라고 수술했다고 합니다. 놀라서 왜냐고 물었더니 가시가 식도를 찔러서 그렇다고 그럽니다. 그날따라 아부지 친구분들이 전화를 많이 하셨습니다. 병원엘 입원했다고 하자, 어디가 아프냐고... 가시가 목에 걸려 수술했다고... 말하는 저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웃었습니다. 아부지가 퇴원해서 그러대요. 병원에 가서 수술동의서에 아부지가 쓰는데, 서러웠다고... 죽는줄 알았다고...
아직도 저희 아부지 건강하십니다...
그라고 생선 안 드시냐구요? 아적도 생선 없으면 영양실조 운운하십니다.
가시 사건덕에 임신했을때, 저도 가시가 걸렸습니다. 순간 아부지 생각이 나서 간신히 먹은 밥 다 토하고 가시 뺀다고 고생했습니다.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납니다.

결혼해서 1년쯤 돼었을때, 아부지 또 수술 받으셨습니다. 등에 혹이 생겨서요... 엄마 말이 웃깁니다. 아부지가 등이 가려워서 ?J어 달라고 했답니다. 울 엄마 긁다가 뭐가 손에 잡히더랍니다. 그래서 보니까, 조그만 종기가 있기래, 짤려고 했는데, 안 짜지더랍니다. 그래서 놔 두었는데, 이것이 아프지도 않고 시커멓게 자라고 있더랍니다. 병원에 갔더니, 좀만 더 놔뒀으면 척추까지 섞을뻔 했다고, 손톱독이 올라서 그렇다고 수술을 했습니다. 울 신랑 그 때부터 벌서 효자손으로 등을 긁습니다. 제가 긁어준다면 울 아부지 생각이나서 고개부터 흔듭니다...

아부지 건강하게 아프지 마시고 오래오래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