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 7일 목요일 맑음
집에 주부로만 있다가 무슨 일이라도 시작하려면 제일 걸리는 문제가
자녀에 관한 것일 거예요.
요즘 아이들 시험기간이잖아요.
저의 딸은 초등학생이라서 중고생들처럼 시험 기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단원 끝날 때마다 시험이 있고, 경시 대회다 뭐다 쉴 틈이 없지요.
모든 엄마들이 다 나와 같겠지만
내가 어떤 일을 하든지 가장 우선 순위에 두는 것은 <<자녀 문제>>예요.
일을 찾은 것은 몇 달이 되었지만 정작 일한 일 수는 30일도 못되는데
내가 없는 빈자리는 너무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늘 있던 엄마가 나가니까 아이도 정서적으로 불안해하고,
나도 나가 있어도 늘 아이 걱정을 해야하는 상황이에요.
저도 힘들어서 그렇겠지 이해는 가면서도
<<5학년 정도면 혼자서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면 불쑥 화가 나기도 해요.
그래서 어제는 매를 들었어요.
가슴이 아프지요!
엄마 아빠가 준비를 하지 못해서 이런 상황에까지 왔고,
저도 힘들텐데, 엄마가 없는게 익숙하지 않아서 쓸쓸할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 능력이 없는 네가 무척 초라하고 싫어지네요.
그래서 방학동안은 나가는 일자리 찾는 것은 보류해야 할까 봐요.
방학동안 공부 봐주고 차츰 차츰 떨어뜨리는 연습하면서
스스로 자기일 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어야겠어요.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지치고 주저앉고 싶어요.
내가 그동안 뭐했을까?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온실 안에서 영원히 온실 안에 있을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면서 게으름을 피웠으니 할 말은 없지요.
어제 딸아이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는 것은 네가 즐겨 보는 <<동물의 세계>>와 같다고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힘이 약하면 잡아먹히거나 도태된 다라고요.
삶은 전쟁이며 결코 평등하지 않다고요.
특히 여자가 사회 생활을 하려면 남자보다 더 신경 써야 할 것이 많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라고 ...
<<내가 너무 현실적으로 이야기 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형제가 있어도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고 다 서로 살기 바쁘니까 도와주지 못하는데
형제도 없이 딸만 하나니 나중에 어려워도 어디 의지 할 곳이 없잖아요.
다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집에 있을 형편은 못되지만 방학 동안은 집에서 할 일을 찾고
아이를 돌보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아서요.
날씨가 차가워요.
저도 감기 걸렸고 우리 아이도 기침이 심해요.
모두 몸조심하시고 가정에 두루 두루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