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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BY 두아이와 2000-12-15

"얘야.. 내 있다 가마. 어디 가지 말고 있어라."
"오늘이요?"(사실 모 아지트모임에 참석하고 싶었음)
"왜, 약속 있냐? 내 오늘 가서 변기 고쳐주마.."
"네..."

문득 문득.. 시아버지는 내 마음을 꽉 잡아버린 것 같습니다.
돈 들이지 않고 변기를 고칠 수 있으니.......
그동안 누수로 인한 엄청난 수도요금과...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화장실 갈 때마다 아니 내 아들 딸들과 내 남자 뒤를 본 후.. 때로는 내 남자의 후배들의 오물조차도 처리해야만 했던 지긋지긋한 한달을 안녕할 수 있다니.....
단돈 몇만원이면 고칠 변기값을 오돌오돌 떨면서 쉽게 수리공을 부르지 못하면서도 두개에 삼천원짜리 비됴는 척척 빌려보는 아이러니 아줌마가 정육점에 가 선지 이천원과 양 천원어치를 사들고 와 곰국에 배추넣고 팍팍 삶았디요..

"야, 선지국이로구나."
흡족해하시는 시아버지는 내친김에 후광까지 손봐주시며 한말씀..
"얘야, 너희집은 무척 따뜻하구나."
"...."
"내가.. 추우면 비염이 심해지잖니... 추운날엔 너희집에서 잠좀 자야겠다."
"예.."
"야, 참 따뜻해서 나한테 딱이로구나."
"언제든지 오세요."
라고 말은 했지만...
앞으로의 일에 눈앞이 깜깜해지더군요.
더군다나.. 돌아가실 때쯤... 울 아덜한테 그러더군요.

"민겸아. 엄마랑 있을래. 할아버지랑 산책할래?"
울 아덜..
"할아버지랑 산채하꺼야."
할아버지의 목적이 요기에 있었지요.
민겸이 델코가서 자는 거...
으히히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은 못드렸지만..
고맙슴다.... 그리고... 삼천원짜리 선지국.. 죄송함다..

그치만여... 와서 주무시지는 마셔여...
한동네 사시믄서...
모.. 오신다면야... 힛..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