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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신문은 일찍 오는데....


BY 포미 2001-01-01

요 밑에 밑에
<겁대가리가 없는건지 .. 신발이 좋은건지...>를
쓴 포미에요.

거기에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현관문 열고
꼭 한마디씩은 하시던 분이 며칠째 안보여 은근히
걱정이 되드라구요.

편찮으신 게 아닌가 싶어 찹쌀떡 사 갖고 어제 낮에 방문.
글쎄,
이걸 가리켜 미운 정 고운 정이라고 하는지....
며느님이 나왔는데 정성이 담긴 커피대접 받았지요
서울 친척 칠순잔치에 가셨는데 보름 후에 오실 꺼라는..
자신은 가까운데 사는 막내며느리로
이틀에 한번 청소하러 온다는군요.
그러면서 덧부치는 말이
"우리 어머님 때문에 힘들었죠. 그러나 그 어르신 만큼
속정이 깊으신 분 없으세요"

이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환해져 옴을 느꼈어요.
저는 자나깨나 이 할머니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세아드님을 다 결혼 시켰다는데 혹시 사이가 안 좋아
혼자 고립되어 말년을 외롭게 사시는 게 아닌가 싶어서...
풀기 어려웠던 숙제하나가 저절로 해결이 된 것 같아
2001년 새해아침 출발이 너무나 상큼하고 기분 좋네여.
정말정말 너무너무 기분 좋아 죽겠어요.

요즘은 그분에 대해서 좀은 이해가 가요.
나이 먹으면 아침잠이 없어진다는데
컴퓨터는 다룰 줄 모르고
TV는 노인프로 사각지대(死角地帶)이고
그래서 오매불망(寤寐不忘) 기다리느니 아침 신문인데
신문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나가 보면 옆집... 또 나가 보면 옆집....
열불이 나실만도 하지요.
그래서 저에게 늘 하시는 말씀이 "다른 신문은 일찍 오는데....."
그 말에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았지만 저도 이제는
스물스무~~ㄹ 하게 받아 넘길 줄 아는
능구랭이가 다 되었지요.

그러나
결코 늦는건 아니에요.
18개동을 다 돌리고 나면 새벽 5시 50분~6시가 되니까
늦는거라고 볼수 없지요.
다른 신문과 비교를 하시러 드니까 늦는거라고
생각 되어지는거지요.

이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 이방을 노크 했습니다.

요즘은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배달 우선권이 가요.
그래서 신문지국에서는 배달하시는 분들이 사는 아파트
현관입구까지 신문을 가져다 놓습니다.
카트에 담아서 출발하는데 앞으로 나가면서 오른쪽으로
도는 것이 편할뿐더러 가속도가 잘 붙어요.
(백화점 아케이트 지하철역 근처에 가게를 얻으시려는
분들은 이점을 참고로 하시는 게 좋을 듯...)
그래서 배달원이 사는 아파트 방향에 따라
어느 신문은 일찍 들어가고
어느 신문은 늦게 들어가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지
결코 게을러서는 아니거든요.

저도 처음엔 이 할머님한테 얼른 가져다 드리려고
일부러 그 쪽으로(제 아파트 ??쪽으로 3번째에 해당)
갔는데 뒤로 돌아서 언덕을 올라가는 형국이라
보통 때 보다 30분 더 걸리고 초반부터 기운이 빠져 버려
그렇게는 못하겠더군여.
차라리 잔소리 듣는 게 나아요.(죄송. 이런 표현 써서)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얄굿대요.
한마디 하실 때는 어디 친척집에라도 안 가시나 했는데
며칠 못 뵈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허전.허전.허전...
그x의 정이란 게 무언지...

<겁대가리가 없는건지...신발이 좋은건지...>에
리플 달아주신 기림님 철부지모모님(인터넷에서 만났지만
자매결연...)
넷티님 동그라미님 감사드리옵고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다른 님들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