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84

건강하게 잘 살고 계신가요?


BY 커피나 2001-01-10

아빠..
잘 살고 계신건가요?몇사람을 건너 전해들은 소문으론
아주 오래전에 결혼도 했고 애기도 낳고 그동네에서
제법 큰가게도 하신다고 들었는데여..
저여~
하고싶은 말이 너무많아서 한마디 한마디 정리해
손으로 옮기는게 힘이드네여
그래도 이세상에 핏줄이라고 달랑 저하나가 아니라서
다행이네여 정말 다행이예여
근데여 가끔씩이라도 제 생각 하세여?저란 존재
아직 아빠의 기억속에 남아있나여?
저 이세상에 나와 얼마안되 두분 그만살자 합의보시고
할머니와 살았던 저..
엄마여 그후 얼마 있다 과거에 저 묻어두고
재혼했어여..
아빤 저와 바로 옆동네 사시면서 그곳떠나 여기저기
삼촌집 떠돌아 다니며 사는 저의 소식 못들어보셨어여?
아빠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라곤
초등학교 입학전날 홀연히 집으로 찾아와
녹슨 가방하나와 뒷꿈치 다 벗겨질정도로 딱딱한
구두한켤레 사주셨던거 그거예여..
그것도 할머니가 쓰지도 못하는거 사줬다고 다 버렸어여..
십년전쯤에 저 엄마랑 새아빠랑 같이 살게 되었어여..
가난한 집이었지만 처음으로 남의집살이가 아닌
정말 우리 엄마와 엄마가 의지하는 새아빠와
나와는 피가 반밖에 섞이지 않았지만 누나라고 잘따르는 동생과
행복하게 살았어여..
너무 가난해 가끔식 학교 공납금 밀리는거하고
회수권 없어 저금통 털어 하루하루 차비만으로 학교생활 했던거
쌀떨어져 며칠을 수제비만 해먹고 도시락 못싸 점심 굶었던거..
대학갈 형편 안된다고 인문계포기하고 상고 갔던거.
엄마 새댁식구들 올때면 친구집으로 대피해 있던거..
그런 몇몇 일들만 빼면 행복한 생활이었어여..

전남편과의 자식은 재혼후에 새아빠호적으로 들어갈수 없다는
그지같은 법때문에 서류상으로 아빠가 제 호주로 되어있는데..
서류 몇장 떼다보면 저 결혼한거 그리고 애까지 낳은거
아실수 있지 않나여?
아빠는 절 기억하고 싶지도 않으신건가여?
혹시 제가 먼저 찾아오길 바라고 계신건가여?
묻고 싶은 말도 하고싶은 말도 물론 거의 원망스런 말들이겠지만
가슴에 가득 담고있는 많은 사연땜에
아빠가 먼저 절 찾아오신다면 뵐용의는 있지만
죽어도 제가 먼저 찾지는 않을꺼예여..
하지만 살아계신지 어떻게 사시는지는 정말 궁금하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