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라일락의 실체를 밝킨다.'
내가 제목을 요렇게 쓰면 그녀가 왕년에 저 유명한
마타하리라는 이중스파이라도 되나싶어서 귀를 쫑긋하시는분이
많을꺼다. 하하.
근데 사실 난 그녀와 다정스런 멜 나누면서 교류를했지만
너무나 그녀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다른분 역시 마찬가지리라.
그냥 박 라일락하면 아컴의 대부분의 아줌마들은
'아 씩씩하고 여전사 같은분.
언제나 당당하게 열심히 사는분.
한겨울 어판장에 나가서 묵고 살라고 최선을 다하는사람.
글을 아주 리얼하게 잘 쓰면서도 강인한 인정이 묻어나는 사람'
뭐 이런평을 하지 않을까 싶다.
나역시 그랬으니까...실제로 그녀를 만나기 전에는....
그녀와 난 첨부터 feel이 통했다랄까?
같은 고향에 같은 동네에 같은 나이에 같은 시대를 살았단
동류의식 때문에 대번에 말이 통했고 친해졌다.
멜은 그녀가 더 열심히 보냈고 전화는 내가 더 많이 했을거다.
한국통신에 돈 보태주는건 똑같은건가?
언젠가는 꼭 만나리란 희망속에 항상 설랬다.
강구에 오기만 하면 내가 좋아하는 대게를 싫컨 먹여준다는데
물욕많은 내가 우째 전번을 꼭꼭 안적어놓겠는가? 하하.
그저께 울집1번이 포항에 출장을 간다길레
바짓가랭이를 물고 늘어졌다.
안델고가믄 조상이 시끄러울거라고.....
그래서 울며겨자먹기로 날 델고 간 1번.
뱅기값이 아까우니 본전 뽑게 온김에 친구도 만나고
친정도 간다고 꼬드기는 내 잔머리에 넘어가서
혼자 상경하고 난 라일락 만나러-----하하.
사실은 대게가 먹고 싶은데 친구한테 가믄 원도 한도 없이
묵는다고 했지롱.
이 IMF에 마누라 좋아하는 대게를 원도 한도 없이 멕여준다는데
가지 말라는 남자는 없겠지....울집 1번은 이리 약았어여. 히히
박라일락.
강구 터미널서 만났다.
엄청 목소리 큰 경상도 아지매 둘이가 만났으니
대합실이 밤이기 천만다행이지 낮같았슴 남들이
뭐라고 했을까?
난리 부루스라고 했겠지 뭐.
끌어안고 꼭 이산가족 만난듯 손잡고 얼굴부비고
만질만한데는 다 만졌다.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라일락의 첫인상은...
한등치하는 뚱뚱한 몸매에 머리 질끈 동여메고
억센 사투리를 좔좔 쓰면서 이것 저것 호령하는 여장부일거라
생각했는데 하이고오~ 전혀 아니었다.
좀 차거운 인상에 머리는 롤스트레이트.
화장을 곱게 하고-내가 안하는 눈화장까지 했다-단정하게 입은옷.
한마디로 풍성함과 여유로움이 철철 넘치는 부티나는 모습에
난 그만 기가 팍 죽었다.
우쨌기나 차에 탑승해서 드뎌 그 유명한 동해안횟집으로 짜쟌~
집이 디기 넓었고 한식집처럼 깨끗했다.
일봐주시는 이모야들과도 인사하고 아들하고도 인사했는데
아들인물이 보통이 아니었다.
완전 개천에 용난거라...
키도 크고 말도 유머스레하고 정말 효자라 부러울 정도.
그녀의 이넘.저넘 하는 말투속에 배어있는 다정함은 직접 안들어본 사람은
못 느끼리라.
귀빈처럼 난 안방으로 자랑스레 들어갔다.
우리집 안방보다 두배는 큰것같은 안방은 방이 아니라 원룸이라고
하는게 더 맞을거 같다.
아무리봐도 싫증안나는 장농. 화장대. 침대. 뭐이런게
없는거 없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눈에 띄는 운동기구. 저거 이름을 뭐라하지?
여기서 솔직하게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게 있다.
난 첨에 그랬다.
그녀가 어판장에서 고기 경매를 하고 매일 첫새벽에
선창에 나간다길레 물묻은 옷. 시끄먼 고무 장화.
생선냄새가 풍기는 스타일로 나처럼 어렵고 힘들게 사는줄로 생각했다.
근데 그건 내 엄청난 선입관였다.
그녀에게선 생선 비린내가 전혀 안났고
선창에 갈때도 검정색옷을 입긴 하지만
물묻은옷이 아니었고 시꺼먼 장화도 아니었다.
막 일어나서 부시시한 얼굴로 할매들처럼 수건을
폭 덮어쓰고 바닷가에 나갈줄 생각했는데
화장은 내보다 더 공들여 했고 아주 여자답게 해서 나가는 모습.
그 부지런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아참 맛있는 영덕 대게 먹었냐고?
당연하게 배 터지도록 먹었다.
쥔 닮아서 인심좋은 주방의 아줌마들이 싱싱하고 큰놈을
삶아줘서 물릴정도로 먹었다.
사실 내 입이 얼마나 큰가?
정말로 먹고 또 먹어도 남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는데....
라일락은 옆에서 아주 흐뭇하게
내 큰입에 게살을 발라서 넣어주고 또 넣어줬다.
친구가 아니라 자상한 언니같은 포근함과 여유로움으로...
시골의 밤은 길다.
긴긴밤. 우린 식혜도 먹고 온갖거 먹어면서
컴퓨터하다 낄낄거리기도 하고 대통령 욕도 하고
울집1번 욕도하고 잘난 여자들 욕 딥따 했다. 하하.
이야기는 아무리해도 끝이 없었고 재밋고 재밋었다.
라일락은 내가 얘기만 하면 눈물을 찔끔거릴정도로 웃었다.
나란히 이불깔고 자면서도 얘길하고....
새벽에 일찍 일어난 그녀.
나보고 컴퓨터하고 있어람서 자신은 어판장엘 간단다.
그녀가 어판장 다녀올동안 난 내홈에 들가서
답변도 쓰고 인터넷 이곳 저곳을 누볐다만...
박라일락의 컴퓨터.
이거 장난이 아니었다.
어떻게나 느려 터졌는지 뭐하나 찾을려고하면
얼라 맹글어서 낳을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녀가 아컴에 글 올리는거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다.
좀있다 나땜시 어판장도 조퇴를 하고온 그녀랑
진수성찬 비스무리한 아침을 먹었다.
그 맛있는 밥이랑 병어회 자꾸 생각이 날건데
어쩔려나 모르겠다.
온천가자는 그녀를 겨우 꼬드겨서 포항으로 나왔다.
누가 그녀를 어판장의 경매붙이는 억센 아지매로 볼까?
멋장이중의 멋장이고 부드럽기 한이 없는데....
백화점 들가서 꼭같은 물건을 맘 통하게 하나씩 가지자며
갚을능력 없다며 한사코 사양하는 나에게 예쁜 마후라를
선물해준 그녀.
너무 고마웠다.
이 맘 씀씀이를 갚을려면 울집1번이 구슬소리가 나도록
돈을 벌어줘야하는데....애구 걱정이네.
좋은시간 다가고 드뎌 대구행 버스를 탔는데
내내 손을 흔들든 박라일락의 다정스런 모습을 잊을수가 없다.
사이버에서 얻은 우정이지만 변치말고 이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