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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골목 하나를 사이로- 최영숙


BY 토마토 2001-02-02

골목 하나를 사이로


이층 베란다를 통하면 비스듬히
골목 하나를 사이로 재봉틀이 있는
창가가 보이고
재봉질하는 그녀가 보입니다
눈길 마주친 적 없지만 나는
집에 있는 하루 내내
가끔가끔 그녀가 궁금하고
그녀의 재봉틀이 궁금합니다
그녀도 나처럼
목이 좋은 창가에 책상을 놓았듯이
재봉틀을 놓았지만 그녀는 나처럼
건너 사는 누구를 바라볼 틈 없습니다
집에 있는 하루 내내 나는
우수수 떨어진 하루살이를 쓸어 담거나
날개를 좌악 펴고 꼼짝 않는
나방의 점박이 무늬를 더듬어보거나
하는 일 뿐이지만
가끔가끔 재봉틀이 있는 창가를 건너다보면
한 시간이나 두 시간 그보다 오래
고개를 수그리고서 달달달,
재봉틀은 돌아갑니다
재봉틀은 그녀만의 악기라서
색색이 실패가 풀리는 하루 낮 동안
그녀의 수고로운 삶은 완성되고
아무도 그 세계를 건드릴 수 없습니다
그녀는 나를 모르겠지만
골목 하나를 사이로 있는 그녀와
그녀의 재봉틀을 생각하면
멀리 두고 온 시절의 모녀가 그리워지고
나의 하루도 그렇듯 더불어 갑니다


이층 베란다를 통하면 재봉틀이 있는
창가가 보이고 재봉질 하는 그녀가 보이고
가끔가끔 나는 골목 하나를 사이로....


. . . . . . . . . . .

최영숙...
1960년 서울출생 숭의여전 응용미술과 졸업

1992년 -민족과 문학에 "회복기의 노래"외
9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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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에 빠져버렸어요.
그래서인지 오늘은 눈이 쉽게 떠져서 컴을 열어본답니다.
조용한 아침...
실내엔 하얀 빛을 뿜는 형광등과
웅~~하는 컴.소리만 날뿐...
톡.토독...하고 자판을 두들겨봤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