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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감사한 아빠께


BY 꼬마주부 2001-02-02

아빠!

저예요. 철없는 큰 딸 꼬마주부.
지난 번에는 아빠께 편지를 보냈다고 가슴만 부풀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눈물을 찍찍 흘리며 정성껏 편지를 썼더랬는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다시 써달라'는 메세지만 왔었죠. 어찌나 속상하던지요. 하지만 다시 한번 아빠를 생각하라는 뜻으로 알고 다시 써요.

아빠!
큰 딸이라지만 하는 짓은 마냥 애들같은 제가 결혼한지 벌써 1년이나 되었어요.
전기밥솥에 밥도 못하던 저를 시집보내시면서 걱정 많이 하셨죠?
철딱서니 없는게 결혼을 한다고는 하지만 밥은 제대로 해 먹고는 다닐지, 매일 친정으로 쪼르르 달려오는 건 아닌지, 시부모님께는 예의바르게 잘 하는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것도 아닌데도 걱정 많이 하셨다는거 알아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1년이나 지내면서 큰 사고 없이 잘 살잖아요.
저도 결혼하고 더 잘되고, 함서방도 결혼하고 더 잘되고 양가 식구들도 어려움없이 잘 살고 있으니 이처럼 행복할 때가 또 어딨겠어요?
야물딱지게 살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조물조물 잘 하고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마세요.

결혼을 하고 나니까 문득 문득 아빠 생각이 나요.
살림을 꾸려봐야 부모님의 마음을 알 수 있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가봐요. 식사를 준비할 때는 엄마의 마음이, 형광등이 고장났을땐 아빠의 마음을 알겠어요.
그리고 마냥 야속하게만 보였던 아빠의 사랑도 결혼을 하고 알았어요. 어렸을 땐 아빠의 무뚝뚝한 사랑이 몹시도 불만이었어요.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아빠는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까지 생각을 했더랬지요. 오로지 가족들을 위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여지지 않는 표현에 대한 삐딱한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이젠 알겠어요. 아직 아기도 없는 우리 부부가 가끔 앞으로 생길 아기를 말할 때에도 가슴이 벅차는데 아빠는 넷이나 되는 우리가 얼마나 예쁘셨을까 싶어요. 보여지지 않았을 뿐 아빠는 어느 하루라도 우리 남매들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는걸요.
그것도 모르고 아빠께 차갑게 굴었던 것 이제야 죄송해요.
결혼을 해야 그제서야 어른이 된다더니...전 이제 시작인가봐요.

아빠!
사실은 할 말이 아주 많아요.
음...
엄마께 우리가 살던 집이 팔렸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아빠께서 몹시도 역정을 내셨다는 것도 들었어요.
하지만 아빠, 죄송해요.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아빠와는 다르게 몹시 기뻐했거든요.
그 집에 대한 아빠의 정(情)도 알고, 부모님의 부단한 노력이 들어간 집이란 것도 알아요.
하지만...저는 그런 것 보다 아빠께서 일이 하나 줄었다는 것이 더 기뻤어요. 휴일마다 집수리를 하느라고 늘 빨간 면장갑을 끼고 있던 아빠를 볼 때마다 사실, 많이 속상했어요.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손을 놓지 못하시는 아빠의 모습은 우리 남매들에겐 평생 지워지지 않을거예요.

저는, 이제 아빠가 그만 일하시면 좋겠어요.
...제가 도움도 못 주면서 태평하게 그런 말만 한다고 나무라실지 모르지만, 그러더라도 전 이제 아빠가 그만 일하시면 좋겠어요...
엄마도 아빠가 걱정되시니까 그러신거예요.
엄마에겐 아빠만큼 걱정되는 사람이 또 있나요?
이제는 아빠도 엄마께 사랑을 베푸세요...네?

아빠!
함서방이랑 저랑 소원이 뭔 줄 아세요?
돈 많이 버는거예요.
돈 많이 벌어서 큰 집 사고 싶은 것도 아니고 좋은 자동차 같는 것도 아니고 좋은 옷 사입는 것도 아니예요.
돈 많이 벌어서 양가 부모님께 많이 많이 보태드리고 효도하면서 사는 거예요.
함서방은 지금도 돈이 조금더 생기면 부모님께 용돈이라도 드리자고 해요.
함서방이랑 저랑 열심히 돈 벌게요.
돈 열심히 벌어서...부모님께 효도하면서 살게요.

그러니까 아빠는 이제 고만 고생하세요.
우리는 이제 다 컸으니까 엄마랑 오붓하게 데이트도 하시고 여행도 다니세요. 네?
우리가 엄마께 100번 잘하는 것보다 아빠가 1번 엄마께 잘해드리는 것이 더 낫다는거 아시죠?
원래 여자들은 신랑한테 약하다구요.헤헤.

아빠!
사랑해요.
저도 아빠 닮아서 표현은 잘 못하지만 항상 아빠께 감사하고
존경하니까요 알아주세요.
그리고, 빨리 귀여운 손자 낳아서 안겨드릴테니 조금만 더 참으세요. 아셨죠?
우리 애기 이름은 어진이예요. 함어진. 헤헤.

아빠, 항상 건강하시고 맛난 음식 많이 드세요.
함씨랑 저랑 많이 놀러갈게요.

안늉~~~

2001. 1. 27. 토
아빠를 사랑하는 큰 딸 꼬마주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