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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모 소설---2회 (***다음카페 5회등록)


BY 토마토 2001-02-13

p14

하루는 호세가 나에게 말했다.
"야단 났어. 오늘 사장님이 나를 불렀어."
"월급을 올려준대요?"
나는 기대에 가득 차 눈이 둥그래졌다.
"아니."
남편이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그를 잡았다.
손톱이 그의 살을 눌렀다.
"아니에요? 끝났군.
당신 해고 당했군요? 맙소사 우리는...."
"나 좀 잡지 마. 신경쓰여.
그게 아니라 사장님이 회사 사람들을
모두 우리 집에 초대 했으면서
왜 자기는 초대하지 않느냐는거야.
그는 당신에게 초대되어 중국요리를 먹고 싶다고...."
"사장님이 내가 만든 요리를 먹고 싶다구요?
안돼요. 안돼. 초대하지 마세요.
당신의 동료들과는 즐겁게 먹고 놀 수 있지만
상사를 초대하면 준비할 것도 많고 어색하고
또 안부도 물어야하고 당신 알지요? 내가....."
나는 막 중국인들이 말하는 이른바 강직한 기개를
설명하려고했으나 설명이 잘 되지 않았고,
호세의 표정을 보니 중국인의 그 기개는 단지
목구멍 안에 막혀 있었다.
그 다음날 그는 나에게 물었다.
"여보. 우리 죽순 있어?"
"집에 젓가락이 그렇게 많은데 그게 전부 대나무잖아요."
호세는 나를 한번 흘겨보았다.
"사장님이 죽순 버섯볶음을 드시고 싶대."
세상에! 사장은 세상물정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얕봐서는 안 될 외국인이었다.
"좋아요. 내일 저녁 사장님 부부를 초대하세요.
상관 없어요. 죽순을 준비하겠어요."
호세는 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결혼 후 처음으로 그런 표정으로 나를 본 것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사랑을 받는 순간 공교롭게도
양갈래로 땋은 머리카락이 지저분하게 엉켜있어 귀신 처럼 보였다.
그 다음 날 저녁, 나는 먼저 세 가지 음식을 만들어 놓고
약한 불로 계속 음식을 데웠다. 탁자 위에 촛대를 올려 놓고,
또 탁자보는 흰색으로 깔았다. 그 위에 붉은 색 탁자보를
대각선으로 놓으니 정말 예뻤다. 그날 저녁 식사는 손님과 주인
모두 즐거웠다. 음식의 맛과 향 모두 좋았을 뿐 아니라,
집 주인인 나도 한껏 멋을 낸 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식사후 스페인 사장 부부는 차 안에서 나에게 말했다.
"만약 공보실에 사람이 모자라게 되면 당신이 일해 주었으면
좋겠군요. 당신도 회사의 한 일꾼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나는 눈이 반짝였다.
그것은 완전히 죽순버섯보음의 공로였다.
사장 부부를 배웅하고 나니 이미 어두워져있었다.
나는 얼른 드레스를 벗고는 해진 청바지로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머리를 핀으로 질끈 묶고 설거지를 했다.
말괄량이 소녀로 다시 돌아가니 마음과몸이 모두 자유로웠다.
호세도 매우 만족해했다.
그가 내 등 뒤에서 말했다.
"여보 그 죽순 버섯볶음 정말 맛있었어.
그런데 죽순은 어디서 났지?"
나는 설거지를 계속하면서 물었다.
"무슨 죽순이요?"
"오늘 저녁에 만든 죽순 말이야!"
나는 큰 소리로 웃었다.
"아아, 당신 오이버섯볶음을 말하는 거군요?"
"뭐야? 당신...... 당신...... 날 속인 것은 괜찮은데
사장님까지 속였단 말이야......?"
"저는 속이지 않았어요. 그분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죽순버섯볶음을 드셨다고 했잖아요?"
호세는 나를 꼭 껴안았다.
나는 설거지하느라 묻은 비누거품을 그의 머리와 수염에
잔뜩 묻혔다."만세! 만세! 당신은 원숭이의 재주를 가졌어.
그 일흔 두번 변한다는 거 뭐라고 부르더라. 무였지?"
나는 그이 머리를 한번 쥐어박고는 큰 소리로 알려주었다.
"제천대왕(薺天大王) 손오공이에요!
다음엔 정말 잊어버리지 말아요. '

p18

결혼 일기

사하라 사막으로 떠나오기 전인 지난해 겨울,
어느 이른 아침에 호세와나는 마드리드 공원에 앉아 있었다.
날씨가 매우 추웠다.
나는 눈만 빠끔히 내 놓고 몸을 크고 두툼한 외투로 감쌌다.
손 하나만을 외투 밖으로 꺼내 식빵 부스러기를 참새들에게
떼어주고 있었다.
호세는 두터운 구식 외투를 입고 항해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삼모, 당신 내년에 특별한 계획 있어?"
호세가 물엇다.
"특별한 것은 없어요. 부활절이 지나면 아프리카에 가려고 해요."
"모로코에? 거긴 가봤잖아?"
그가 다시 물었다.
"제가 가본 곳은 모로코가 아니라 알제리예요.
내년에 가려고 하는 곳은 사하라사막이라구요."
호세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어떤 일을 하든지 당연하다고
받아주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비웃어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와 함께 있는 것이 늘 즐거웠다.
"당신은요?"
"나는 여름에 항해를 계획하고 있어. 공부도 군복무도 그리 쉽지 않아. 모두 일단락 짓고 싶어."
그는 두 손을 목 뒤로 제쳤다.
"배는요?"
나는 그가 이미 오래 전부터 작은 배 한
척을 가지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범선 한 척을 빌려 주셨어.
내년에 그리스의 에게 해에 가서 잠수를 하고 싶어."
나는 호세를 잘 안다. 그는 자신이 하려고 마음 먹은 일은
무슨 일이든 한다. 그가 진지하게 물었다.
"당신은 사하라에 가면 얼마나 머물 거지?
무슨 일을 할 건데?"
"반 년 또는 일 년 정도 머물 예정이에요.
나는 사막을 알고 싶어요."
나는 사막에 나 혼자 먼저 가서 자리를
다 익히고 나면 그 다음에 무언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내년 여름 범선을 타고 여섯 명이 항해를 떠나면 어때?
물론 당신도 포함해서 말이야.
8월이면 사하라에 돌아올 수 있지?"
니는 외투를 코 밑으로 잡아당겼다.
순간 매우 흥분이 됐다.
"나는 배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요.
내가 무얼 할 수 있지요?"
"당신은 주방장겸 사진사, 그 밖에 나의 돈 관리자,
어때, 할 수 있겠지?"
"당연히 할 수 있어요. 그런데 8월에 사막에서
돌아오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요?
전 두 가지 모두 하고 싶어요."
호세는 조금도 즐거워하지 않았다.
" 그렇게 오래 알고 지냈지만 당신은 늘
동분서주하는 것 같아.
내가 쉽지 않게 군복무를 마쳤는데,
당신은 또 혼자 떠나려 하니 언제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는 거야?"
호세는 나를 거의 원망한 적이 없었다.
나는 이상한 눈으로 그를 보면서 새들을 향해
식빵 부스러기를 힘껏 뿌렸다.
호세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그의 큰 소리에 참새들이 놀라 날아갔다.
"당신 정말 사막에 가길 고집하는 거야?"
그는 또 한 번 나에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 거렸다.
나는 내 자신이 하려는 일에 매우 분명했다.
"좋아!"
그는 화가 나 말을 내뱉고는 다시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는 평소에는 말이 너무 많아 사람을 번거롭게 했으나
정작 일이 생기면 곧 입을 다물고 말았다.
생각지도 않게 호세는 아무런 말도 없이 취직 원서를 냈다.
(그것은 사하라 사막에 가서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가방을 챙겨 오히려 나보다 먼저
북아프리카로 가버렸다.

p21

나는 그에게 편지를 썼다.
-호세, 나를 위해 사하라 사막에서 고생할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갑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여행하면서
보낼 거구요. 그래서 당신을 찾아볼 수 없을 거예요.-
호세의 답신이 왔다.
-나는 분명히 안다. 당신을 내 곁에 머물게 하려면
나는 반드시 당신과 결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마음은
영원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야. 내년 여름에 결혼하자.-
편지는 비록 담담했지만 나는 열 번도 넘게 읽었고,
편지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저녁 내내돌아다녔다.
그리고 결정했다. 
지난 4월 중순쯤. 드디어 나는 나의 물건을 모두 싸들고
마드리드의 집을 떠나 서부 사하라 사막으로 갔다. 그때 호세는 회사 기숙사에 머물고 있었고, 나는 사하라 사막의 소도시 아융이란 곳에서 살았다. 두 곳 사이의 거리가 왕복 100Km는 족히 됐으나
그는 매일 나를 보러 와다.
나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좋아, 이제 결혼할 수 있어."
내가 말하자 그는 매우 기뻐했고, 얼굴빛은 환하게 빛났다.
"지금은 안돼요. 석 달의 시간을 줘요.
저는 사막 곳곳을 보고 느껴야 해요. 그때 가서 결혼해요."
나는 사하라 사막 원주민들과 함께 사막을 횡단해
서아프리카로 가기로 약속돼 있었다.
"내 대답은 간단해. 어쨌든 법원에 가서 절차를 알아 봐야해.
당신은 더구나 국적 문제도 걸려 있어."
호세와 나는 결혼 후 에도 내가 두 나라의 국적을
동시에 가질수 있다는 것을 약속 했다.
나는 내 조국의 국적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마침내 우리들은 그곳 법원으로 가서 결혼 절차를 물었다.
법원 직원은 백발의 스페인 사람이었다.
"결혼요? 아휴, 우리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결혼 신고 처리는
해본적이 없는데요. 당신들 이곳 사하라 사람들의 결혼에는
나름대로 풍습이 있다는것 아시죠? 제가 법률 서적을 우선 보고......"그는 책을 뒤적이면서 말을 했다.
"결혼 공증은...... 여기 이것이에요. 출생 증명,
독신 증명, 거주 증명, 법원의 공고 증명......
아가씨의 서류는 중화민국 정부에서 와야하고
다시 대사관에서 증명을 받아야 합니다.
증명이 끝나면 스페인 주재 영사관에서 공증을 받고 난 후
스페인 외교부로 가 심사를 받고, 심사가 끝나면
여기서 우리들이 15일간 공고를 하고 다시 두 사람의
결혼 서류를 마드리드로 보내 당신들의 호적을
지방 법원에 공고하고......"
"우와......"
나는 입이 벌어져서 다물 수가 없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서류를 채우고 수속을 밟는 일이었다.
그 직원의 말이 들려오는 순간 머리가 먼저 아파왔다.
나는 조용히 호세에게 말했다.
"이봐요. 수속이 저렇게 까다롭고 복잡한데
우리 꼭 결혼해야 돼요?"
"당연하지, 당신 지금부터 입 다물어!"

p23

그는 매우 긴장되어 잇었다.
"얼마나 걸려야 우리가 결혼 절차를 모두 마칠 수 있지요?"
호세가 직원에게 물었다.
"그거야 당신들에게 달렸지요. 문서가 준비되어야
공고를 할 수 있잖아요. 두 나랑서 한 달간 걸리고,
다른 문서들이 오고 가려면 한 석 달 정도 걸리지 않겠어요?"
직원은 우리에게 되물으며 천천히 책을 덮었다.
호세는 그의 말에 마음이 조급해졌는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더듬더듬 직원에게 말했다.
"제발 도와 주세요. 더 빨리는 안 될까요?
저는 빨리 할 수 록 좋아요. 우리들은 기다릴 수가 없어요."
직원은 책을 책꽂이에 꽂으면서 내가 임신을 한 것은
아닌지 싶어
나의 허리 부분을 응시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가 호세의 말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재빠르게 호세의 말을 이어 받았다.
"선생님, 저는 상관 없어요. 문제가 있는
사람은 저 사람이니까요,"
말을 하고 나니 그 말이 더욱 부도덕하게 느껴져
얼른 입을 닫았다. 호세는 내 손가락을 힘껏 비틀며
직원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곧 절차를 밟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호세는 인사를 하고 나서 나를 끌고 재빠르게
아래층으로 뛰어내려 왔다.
나는 그를 따라 뛰면서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호세는 건물 밖으로 나와서야 뛰는 것을 멈추고는
화가나는 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뭐라고, 삼모? 당신 뭐라고 했어.
설마 내가 임신 했다고 이야기 한 것은 아니겠지?"
나는 웃음이 나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석 달은 매우 빠르게 지나갔다.
호세는 돈을 벌려고 애를 썼고 가구도 만들었으며, 그의 짐을 매일 내가 있는 곳으로 날랐다. 나는 배낭과 사진기를 메고 많은 유목민족들의 천막을 돌아다니며, 다채롭고도 기이한 그들의 풍속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하나하나 기록을 했고 그것을 슬라이드 사진으로 찍었다.
또한 나는 많은 사하라 사람들을 사귀었고, 심지어 아랍 어도
배우기 시작 했다. 그 석 달간 나는 많은 것을 얻었고 즐거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열심히 한 일은 결혼에 필요한 문서를 하나하나
신청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번거로운 일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고열이 날 정도이니 말이다.
날씨는 무더웠다.
집에는 문패도 우편함도 없어 우체국 내의 우편함을 빌려 사용했다. 매일 한 시간을 걸어야 편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석 달을 지내면서 나는 이 작은 도시의
사람들을 대부분 알게 되었고,
특히 우체국과 법원 사람은 모두 친구가 되었다.
그날도 나는 법원 안에 앉아 있었다. 날씨가 불에 데일 것처럼 뜨거워 견딜 수 없었다. 직원이 내게 말을 했다.
"됐어요. 마지막 절차인 마드리드 공고가 이제 모두 끝났습니다.
당신들은 결혼 할 수 있습니다."
"정말요?"
나는 그렇게 복잡한 절차가 모두 끝났다는 것을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직원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당신을 대신해서 결혼 날짜를 잡아 주겠어요."
"언제요?"
나는 다급히 그에게 물었다.
"내일 오후 여섯 시"
"내일요, 당신 내일이라고 했어요?"
내가 믿기지 않는다는듯 그다지 기쁜 기색을 보이지 않자
법원 직원은 조금 화가 난 듯 했다.
나를 감격할 줄고 모르는 사람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p25

"당신의 남편 호세가 처음에 빨리 결혼하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요, 고마워요, 내일 올게요."
나는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건물 밖으로 나와 아래층 우체국 계단에 앉아서
사막을 멍청히 바라보앗다.
그때 나는 우체국 앞길에서 호세의 회사 운전기사
무하마드사리가 지프를 몰고 가려는 것을 보았다.

나는 자빨리 뛰어가 그를 불렀다."무하마드사리씨,
지금 회사로 가세요? 그러면 저 대신 호세에게 전해주세요. 내일 결혼 하게 됐다구요. 퇴근 후에 이리로 오라고 전해 주세요."
무하마드사리는 머리를 긁으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내게물었다.
"설마 호세가 내일 자기가 결혼하는 것을 모르지는 않겠지요?"
"아뇨. 그이는 몰라요, 나도 몰랐거든요."
나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운전기사는 나의 말을 듣고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차를 삐뚤삐뚤 몰고 가버렸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말을
또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틀림없이 내가 결혼을 기다리다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