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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하마드사리의 연락을 받은 호세가 퇴근 시간 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곧 차를 몰고 바람 처럼 달려 왔다.
"정말 내일 이야?"
그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집에 들어서면서 물었다.
"그래요, 정말이에요. 우리 우체국에 가서 전보쳐요."
나는 호세를 끌고 집 밖으로 나왔다.
우체국으로 간 호세는 고향의 부모님께 전보를 쳤다.
-죄송합니다. 때가 돼서야 알리게 되는군요.
사실 저희들도 내일 결혼하게 될 줄을 몰랐어요.
이해해 주세요.-
호세의 전보는 마치 편지처럼 길었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에게 -내일 삼모 결혼-이라고
정확히 여섯자만 썼다.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이 전보를 받고 얼마나 안심하고
기뻐할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수년 동안 이 방랑아 때문에 얼마나 고초를 겪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늘 그들에게 죄송했다."이봐, 당신 내일 무얼 입을 거지?"
호세가 나에게 물었다.
"아직 모르겠어요. 아무거나 입지요 뭐."
나는 생각에 잠겼다."아참, 휴가 내는 것을 잊어버렸네.
내일 출근해야겠어."
호세는 조금 괴로운 듯이 말했다.
"가세요, 어쨋던 결혼은 오후 여섯시가 되어야 하는 거니까요.
한 시간만 일찍 끝내고 오면 돼요. 그날 결혼하더라도
출근은 할 수 있는 거니까.""우리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전보는 이미 쳤고."
호세는 조금 어리벙벙한 것 같았다."돌아가서 가구를 만들어요.
탁자에 못을 다 박지 않았잖아요. 나도 커튼을 반밖에
만들지 못했어요."
호세는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결혼 전날에도 일을 해야 돼?"
호세는 미리 경축하자는 말을 할 것 같았다.
"그러면 무엇을 하시려구요?"
"당신과 영화를 보고 싶어. 내일부터 당신은 내 여자친구가
아니잖아." 그래서 우리들은 사막에서 유일한 삼류 영화관에
가서 니코스카잔차키스의 원작 영화 -희랍인 조르바-를 보았다.
그날은 내 독신 생활이 마지막 날이었다.
그다음날 호세가 문을 두드렸을 때 나는 막
잠이 들락말락하고 있었다.
식수를 두 통이나 들어 날랐기 때문에 무척 피곤했다.
이미 오후 다섯시 반이나 되어 있었다.
그는 문 안으로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빨리 일어나, 당신에게 줄 선물을 가지고 왔어."
그는 매우 흥분해 있었고 손에는 큰 상자가 들려 있었다.
나는 맨발로 뛰어나가 얼른 그 상자를 받아들었다.
"분명히 꽃이지?"
"사막에 무슨 꽃이야."
그는 내가 맞추지 못해 조금 실망하는 눈치였다.
나는 서둘러 상자를 열려고 포장지를 엉망으로 찢었다.
우와! 흰 뼈만 남은 해골의 두 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뜻밖의 선물이다 싶어 힘껏 잡아 당겼다.
다시 자세히 보니 그것은 낙타의 해골이었다.
새하얀 해골은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이빨은 나란히 나를 향해 찡그리고 있었고
두 눈은 검은 동굴이었다.
나는 너무 흥분했다. 그 선물은 내 마음 깊은 곳에 보내졌다.
나는 낙타의 해골을 책꽂이 위에 올려 놓고
끊임없이 찬사를 보냈다.
"와아! 정말 멋져, 정말 호화스러워!"
정말 호세는 유일하게 삼모 그 자체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었다.
"어디서 가져왔어요?"
나는 그에게 물었다.
"사막으로 가서 찾은 거야. 이것을 찾느라고 죽을 뻔했어.
이렇게 완전한 것을 발견할 땐 정말 당신이 기뻐할 줄 알았어."
그는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다.
이것은 정말 나에게 가장 좋은 결혼 선물이었다.
"빨리 가서 옷을 갈아입어, 빨리 가야 해."
호세는 시계를 보면서 나를 재촉했다.
나는 예쁜 옷들이 많았지만 평소에 별로 입을 기회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내밀어 호세를 보았다.
긴 수염도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좋아, 나도 푸른색을 입어야지.
나는 푸른색의 모시 원피스를 찾았다.
비록 새것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우아한 풍미가 있었다.
신발은 샌들을 신고 머리는 풀어헤쳤다.
그리고는 풀이 꽂힌 챙이 넓은 모자를 썼다.
꽃이 없어서 주방에 있는 야채를 모자에 꽂았다.
핸드백도 없어서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호세는 나를 한번 훑어보았다.
"좋았어. 전원적인 운치가 나, 정말 보기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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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시내까지는 빨리 간다해도 40분은 걸렸다.
차가 없는 우리는 걸어서 갔다. 넘실대는 모래와 끝없고
광활한 하늘 아래, 단지 두 사람의 작은 그림자만이
사막 위를 걷고 있었다. 사방은 죽은 듯이 고요했다.
사막, 오늘의 사막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당신은 아마도 걸어서 결혼하러 가는 최초의 신부일 거야."
호세가 말했다."그렇지만 나는 낙타를 타고 고함을 치며
시내로 달려가고 싶어요. 당신 그 기세가 얼마나 웅장할지
생각해보세요. 조금 속이 상해요."
나는 낙타를 타고 가지 못하는 것을 못내 한스러워했다.
법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왔다,왔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이 우리에게 와서 사진을 찍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호세에게 물었다.
"당신이 시키셨어요?"
"아니, 아마 법원에서 사람을 시켜 찍게 했을 거야."
그는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 층계로 올라갔다.
법원 직원들은 모두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거기에 비하면 호세는 아주 정력적인 사람 처럼 보였다.
"호세 저 사람들 저렇게 정식으로 갖추고 있어요. 아이구 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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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형식을 갖춰 일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 했다.
하마터면 도망가 버릴 뻔했다."참아, 이제 곧 결혼하게 돼."
호세가 나를 안심시켰다. 우리의 결혼 절차를 챙겨주던
그 직원은 까만색 양복을 입고 가느다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이쪽으로, 이쪽으로 오세요."
그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을 여유도 주지 않고
곧 나를 예식장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 작은 예식장안에 있는 삶들은 모두 낯 익은 사람들이었다.
모두들 웃으며 호세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느님 맙소사! 그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법관은 매우 젊어 보였다.
검정색 법의를 입고 있는 그는 우리의 나이와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저기 앉으시오." 우리들은 나무 인형 처럼 그의 말을 따를 뿐이었다.
호세는 수염 위까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들이 앉자 법관은 말을 하기 시작 했다.
"스페인 법률에 따라 당신들은
세 가지를 꼭 지켜야 합니다. 첫째,
결혼 후 두 사람은 반드시 함께 살아야 합니다."
나는 그 말을 듣자 속으로 -당연한 일인데 왜 그런 말을 하지?-
하고 생각했다. 나는 속으로 웃기 시작했다.
그후로 법관이 뭐라고 하든지 던혀 듣지 않았다.
그런데 법관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렸다.
" 삼모 여사." 나는 황급히 대답했다. "뭐요?"
"일어나시오."
법관이 무뚝뚝하게 말했고, 사람들은 모두 까르르 웃었다.
"호세 선생, 일어나시오."
법관은 정말 우리를 귀찮게 했다.
왜- 두 사람 모두 일어나시오-
하지 않을까? 그러면 얼마나 간단한데.
이 법원에서 정식 결혼식을 하기가 이번이 처음이어서
법관은 오히려 우리들보다 더 긴장하고 있었다.
"삼모, 당신은 호세의 부인이 되길 원하십니까?"
법관이 물었다. 나의 대답은 응당"녜"라고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좋습니다"라고 했다.
법관도 웃었다. 또 호세에게 물었다.
그는 큰 소리로 "녜" 하고 대답했다.
우리 두 사람이 질문에 답하고 나니 법관이 도리어
어떻게 해야 하는 줄 몰라 세 사람은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게 되었다. 그러다 법관이 갑자기 잊어버린 일이 생각난 듯이
크게 말했다."좋아요,당신들은 결혼 했습니다. 축하합니다."
힘든 결혼식이 끝나자 나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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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자를 벗어 부채질을 했다.
우리는 그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우리의 결혼수속을 맡아준 그 직원은 특히 더 기뻐했다.
그 모습은 마치 집안의 어른과도 같았다.
갑자기 어떤 사람이 말했다.
"어! 당신들 반지 교환을 안 했잖아요.
반지는 어디 있어요?"
"아, 맞아. 반지." 나는 호세를 불러 물었다.
"이봐요. 반지 가지고 왔어요?"
호세는 신나게 소리쳤다."여기 있어."
그런 후 호세는 작은 상자 안에서 반지를 꺼내
자기 손에만 끼우고 곧 법관을 따라 갔다.
호세는 너무 들떠서 정신이 없는 모양인지
내게 반지를 끼워줘야한다는 것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
사막은 음식점도 없었을 뿐더러 우리들도 사람들을 청해
음식을 대접할 준비를 못했기 때문에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모두 흩어졌다.
단지 우리 두 사람만이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우리 내셔널 호텔에서 하룻밤 묵지?"
호세가 내게 물었다."전 집에 돌아가 밥을 해 먹고 싶어요.
그런 큰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으면 일 주일치 식량이 날아가거든요."
나는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사막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잠긴 문 밖에는 커다란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결혼을 축하합니다- 호세 동료들의 축하가 담겨 있었다.
나는 매우 감동했다. 사막에서 신선한 우유와 케이크를 먹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더구나 케이크 위에 한 쌍의 신혼부부가
예복을 입고 서 있는 작은 인형은 더욱 값져 보였다.
흰 드레스를 입은 인형 신부는 눈을 감았다 떴다하며 웃고 있었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인형을 케이크에서 뽑아내 크게 소리쳤다.
"인형은 내 거야."
"본래 당신 것이야. 설마 내가 그걸 빼앗겠어?"
호세는 케이크를 잘라 내게 주면서 그제서야 내 손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 이제 우리들의 결혼식은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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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새의 궁전
사실, 처음 사하라 사막에 가자고 우긴 것은 호세가 아니고 나였다.
그러나 오래 머물게 된 것은 호세를 위한 것이었지
나 때문은 아니었다.나는 반평생 동안 무수한 나라들을 유랑했다.
고도의 문명 사회에서 살면서,
그 사회를 엿보았으며 맛보기도 했다.
문명 사회는 나에게 큰 감동을 주지는 못했지만,
나의 생활 양식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어디를 가든지 나의 마음은 늘 내가 어렸을 때 뛰어 놀던
고향으로 가서 머물렀다. 1년전쯤, 언제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무심코 미국 잡지인 <내셔널 지오그라피>를 뒤적이다가
그 책에서 사하라 사막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단 한 번 보았을 뿐이었는데 나는 전생에 대한 추억처럼
설명할 수 없는 묘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이지 이상한 느낌이 들면서 그 낯선 사막과 바꿀 수 있는
아무런 것도 내 마음 속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페인에 살면서부터 28만 평방킬로미터의 사하라 사막이
스페인 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나는 더더욱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 이런 내 마음을 나를 아는 사람들 대부분은
농담으로만 이해했다. 나는 늘 사막에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도 내가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나를 비교적 잘 이해하는 친구들도 내가 사막으로
가려는 것을 속세를 벗어나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해방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러나 그건 정확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사막에서 1년정도 남짓 살아갈 준비를
착실히 해나갔다. 아버지가 나에게 용기를 주신 것 이외에
단 한 친구만이 내 말을 비웃거나 막지 않았고 나에게 마음 고생을
시키는 일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가방을 챙겨 먼저 사막으로 떠나가서 인산을 채취하는
광업회사에 자리를 잡았고 뒤이어 내가 북아프리카에 도착 했을 때
그곳에서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는 내가 한번 뜻을 세우면 어떤 일이라도 하는 고집이 센
여자이며 절대로 계획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사람이 사랑을 위해 사막에서의 어려움을 견디고 있을 때,
나의 마음 속에서는 이미 그와 함께 하늘 끝 땅 끝까지도
한평생 함께 갈 것을 결정해버리고 말았다.
그 사람, 그는 바로 지금 나의 남편인 호세이다.
호세가 사막으로 떠난 후, 나는 남은 일을 마무리하고
아무에게도 작별을 고하지 않았다.
같은 방을 쓰던 스페인 친구 세명에게 편지와 방세를 남겨놓은 채
나왔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익숙해 있던 생활방식을 버리고
미지의 대사막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서부 사하라의 작은 도시 아융 비행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석달간 떨어져 지낸 호세의 모습을 겨우 구별 해 낼 수 있었다.
그는 군복 같은 카키색의 면 와이셔츠와 아주 더러운 바지를
입고 있었다. 나를 포옹한 팔은 힘이 있었으나 두 손은 너무
거칠었다. 머리와 수염은 길 대로 길어 어깨 위를 덮을 지경이었다.
바람에 그의 얼굴이 붉어졌고 입술은 말라 갈라져 있었다.
그러나 눈 빛은 지극한 고통을 감추려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짧은 기간 동안에 그의 외모는 물론 우러나오는 표정까지도
너무 많이 변한 것을 보고는 커다란 아픔이 밀려 들었다.
나 또한 이러한 생활에 맞부닥쳐야 한다는 것이 금방 연상되었다.
그러나 사막에서의 낭만과 같은 유치한 생각들까지 연이어 떠올랐다.
비행장에서 나오자 나의 가슴은 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내 마음의 격동을 통제하기가 힘들었다. 반평생 가졌던 향수,
이땅위에 서니 나 자신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사하라 사막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내가 수년간 꿈꾸어 온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나는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았다.
무한한 황사 위에는 적막한 바람이 우는 듯 지나갔다.
하늘은 높았다.사막은 웅장하고 심오했으며 고요했다.
지평선 너머로 노을이 낮게 깔리고 있었다.
떨어지는 해는 사막의 선혈을 붉은 빛으로 물들이며
처참한 공포마저 느끼게 했다. 초겨울 날씨 같았다.
강렬한 더위를 기대했던 내 마음을 사막은 짙푸른 시심 (詩心)으로
가득 채우며 서늘 해졌다.
호세는 조용히 나를 기다렸다.
나는 그의 눈을 보았다."당신의 사막, 지금 당신은 그의 품에
안겨있는 거야."
호세는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이 메어 왔다.
" 자, 이방인. 갑시다."
호세는 오래 전부터 나를 이렇게 불렀다. 그것은 그때 까뮈의 소설이
유행 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방인이 내게는 아주 정확한 호칭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세계 속에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익명의 군중들과 일상의 생활 궤도에서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 쳤다. 드디어 비행장이 텅 비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몇 사람들이 모두 가버린 것이었다.
호세는 나의 커다란 짐을 들었다. 나는 배낭을 멘 채 손에는
돈이 든 베갯잇을 들고 그를 따라 갔다.
비행장으로 부터 호세가 반 달 전에 빌려 놓은 집까지는 꽤나 먼
거리였다. 그곳까지 가는 동안 내 짐과 배낭이 모두 무거웠기
때문에 우리들은 아주 천천히 걸었다. 우연히 몇 대의 차를 만나
손을 들어 태워 줄 것을 부탁했지만 아무도 차를 세워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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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분을 걸어 모래 언덕을 돌아가니 아스팔트가 나왔다.
그곳에서야 비로소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을을 볼 수 있었다.
호세는 바람 속에서 내게 말했다."저곳은 아융 시의 변두리야.
우리 집은 그 아래 있어."
우리가 걸어가는 길 옆 멀리에는 10여채의 해지고 누추한 커다란
천막집이 있었고 또한 양철로 만든 작은 집들도 있었다.
모래땅위에는 혹이 하나 달린 낙타와 함께 무리를 이룬 산양들도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짙푸른 색의 옷을 입기 좋아하는 민족을
보게 된 것이다. 그것은 내게 있어서는 또 다른 세계의 환상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 같았다.
소녀들이 노닐며 떠드는 웃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왔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서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생기와 냄새가
있었다. 생명은 이렇게 황폐하고 낙후되고 또한 빈곤한 곳에서도
똑같이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생명은 결코 싸움 속에서만
생존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막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생로병사는 모두에게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일부로 적용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