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교시절,
수학이나 과학 뭐 이런, 머리 굴려야 되는 과목은 좌뇌의용랑 부족으로 인하야 어쩔수 없이
시험때마다 연필이나 통밥 굴리기로 해치웠을망정,
그래도 암기 과목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비상한 기억력의 소유자였던 나김모여사.
.그래, 난 그랬다.
그래서 수학은 20점 맞고도 다른 과목 점수에서 다 커버가 되는 관계루다 '도대체 쟤는 공부를 잘하는건지 못하는건지'선생님들도 기준을 잡지못하고 무척 헷갈리셧을거다.나라는 인간에 대하여....
이런 나 김 모여사도 세월앞에선,아니 매일 반복되는 자잘한 일상의 단순함에선 어쩔수 없었는지,그놈의 불치병인 '건망증'을 어쩌지 못하더란 말씀.
밖에서 우리집으로 전화 걸일이 있을때,당연히 생각나지않는 우리 집 번호.자주 거는 번호가 메모리되있는 우리집 전화기도 예외는 없어
어느 번호에 어떤 번호를 입력 시켰놔는지 ?지를못하기를 수십번.
어느날.
모범 답안지 같은 울 집 서방님이 12시가 되도록 소식도 없이 귀가를 않해 걱정반 분노 반 씩씩 거리고 있을때
걸려온 서방님 전화,
"나,잘 도착했어"
이게 무신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알고 보니 울 서방님 그날 아침에 저 멀리 외국으로 출장을 간거더란 사실.분 명 잘다녀오라고 배웅까지해놓고 왠 분노?
또 어느때는,
애들 손톱 깍아준다고 앉혀놓고,
"자 오른 쪽 부터 하자아"
하며 깍아놓구서 잠깐 가스 렌지 불 끄고 돌아와선
"자 오른 쪽 대봐"
"엄마,오른쪽 깍았어"
"아니,뭐? 위험하게 손톱을 혼자 깍아,엄마한테 해달라고 해야지"
"아이~~~~~엄마가 방금 해줬잖아"
"@@@@@@"
열거 하자면 A4용지 몇십장 분량이 될법한 내 불치병 건망증.
작년 추석에 이르러서 드디어 그 수위가 절정에 다다른 일이 벌어졌으니.오랫만에 긴 연휴라 일찍 고향을 방문했던 우리가족.
차 막힌다며 아이디어를내서 추석전날밤에 귀경을 했었다.
연휴에 길이 뻥뻥 뚤리니 울 서방님은 기분이 좋아서 참신한 내 아이디어에 칭찬을 마다않고있었고 난 내심 우쭐해져'봐라 머리좋은 마누라 덕에 손과 발이 덜 고생하잖어'하며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기분 좋게 집에 도착.아이들은 꿈나라를 해매고 우리서방님은 시골서 가져온그 무거운 쌀자루를들이매고서는,
"어여 문따"
그런대 분명히 내 가방안에 있어야 될 울 집 열쇠가 안 보이는거였다.그 순간,
맞다! 나는 건망증 땜에 잘 잊어버리니까 울 서방님 가방에다 넣어놓으면 안심일거란 생각에 거기에 둔게 생각났다.그런대 문재는 아무리 ?아봐도 그 가방이 안보이는것이었다.거금을 주고 산 튼튼한 XX표 쇠가죽 가방!이게 오데로 갔나.아무리 졸린 눈을 크게 뜨고 ?아봐도,
그것이 부활하여 왜양간으로 갔는지,나타날 기미가 없었다.
한참을 ?다 시골에 전화를 해보니 그 튼튼한 쇠가죽 가방이 글쎄 왜 우릴 따라오길 거부하고 거기 남아있었는지...
아뭏튼 찬찬히 챙기지 못한건 나였으니 해결도 내몫인건 지당한거였다.
난 회심의 미소를 띄며 단골인 우리집 열쇠 따주기 전용 아저씨께 전화를 했다.
'울렐랠래!~~~~~~~"
아무리 신호가 가도 접선이 안되자 다른 곳에도 전화를햇지만 사태는 마찬가지.
난 문득 깨달았다.때는 바야흐로 추석전야.열쇠 집 아저씨들에게도 가봐야 할 고향 집이 있을거라는것을...
추석이라 날은 좋고 달은 휘영청 밝은데 울 서방님 쌀자루 등에 지고 무거워서인지,분노에 이글거려선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때 수호신 처럼 잠이 깬 장래 119아저씨 되는게 꿈인 울집 아들.
"엄마,119는 문 잘열어줘"
이한마디에 제까닥 다이얼을 돌린 나.
울집은 그냥 3층빌라이고 뒤 베란다 문도 다행이 안 잠갔으니 쉬울거야 한두명 정도 오셔서 해결해 주겠지.....하는 생각이 다 끝나기도 전에
"삐요,삐요~~~~~~~~~~~~~~~~~~위잉~~~"하며
나도 늘 멀리서만 보아왔던 그 불자동차가 용감하게 출동을 한것이었다.달 밝은 추석전야.온동네 사람들은 그 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오고....
궁시렁 궁시렁 수근 수근 우째고 저째고.나는 겸연쩍은 웃음을 띄며"여차저차 기차혀서 이렇게...."
그 날 이후 난 한 동안 가급적 밖에 나갈땐 모자를 푸욱 눌러 쓰고
썬글라스 까지 끼고 다녀야 했다.
울 아들은 119 아저씨 진짜 우리집에 왔었다고 지 친구들에게 신나게자랑을 하고 다니긴 했지만말이다..충격 요법 덕을 봤는지 그 사건 이후로 내 건망증이 좀 치유 되는가 싶더니,해가 바뀌고나서는 또언제 그런 전설이 있었는지 조차도 가물 거리니,난 그냥 이대로 살다 죽어야 할 운 명인가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