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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래 오래 사세요


BY 띵이맘 2001-03-26

엄마, 아버지
우리 혜인이가 그제도 외할머니 보고싶다고 많이 울었어요.
옆집 오빠네 놀러 간다기에
"그집에 지금 아무도 없어. 외할아버지 생신이어서 다들 거기 갔는데.." 했더니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대요.
그리고는 외할머니 보고 싶다고 엉엉 우는거예요.
한번씩 그러잖아요.
지금 외갓집 가자고, 밤에라도 가자고, 선교원 안 가고 가자고, 거기서 살자고...
가끔씩 같이 사는 할머니 앞에서 "난 할머니보다 우리 외할머니가 더 좋아"라고 말할땐 민망하기까지 해요.
하지만 속으로는 그다지 싫지 않대요.
어른들 하는 얘기는 들어서 요즘은 저딴에도 뒷수습을 하는지 할머니 앞에서 "외할머니는 같이 안 살아서 그래"란 말도 하네요.
워낙 정이 많고 다른 자식들은 다들 곁에 두고 사시면서도 작은딸은 그나마 멀리 있으니 일년에 몇번 보는 6살박이 외손녀가 얼마나 귀엽겠어요.
다들 고만고만한 나이에 그것도 어릴적 저마냥 혀짧은 소리의 막내, 애교덩어리.
가끔 통화를 하게 되면 "혜인이는?"하고 먼저 물어시는 외할아버지의 사랑도 저 어린 녀석은 다 알고 있답니다.
어쩌다 외갓집 얘기만 나와도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니까 말 하지 말래요.
너무 어린아이답지 않은지도 모르겠네요.
엄마, 아버지
그제는 혜인이가 그렇게 졸라댈때
그래도 지금은 건강히 살아 계셔서 맘만 먹으면 뵈러 갈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요.
저까지도 눈물이 나려고 하대요.
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아버지, 세상에 가진건 자식에 대한 사랑뿐인 엄마.
저도 시어머님 모시고 살지만........그래서 많이 힘도 들지만..
제발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한번씩 집에 갈때마다 "어른께 잘 해라. 돈이 있어서 잘 하는게 아니라 그저 마음 편하게 해 드려라. 꼭 복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러면 그게 다 너그들한테 돌아온다"
몇번은 "엄마 나 못하는데..." 이제는 "네" 소리 밖에 안 나와요.
저도 결혼초엔 나름대로 노력도 많이 했는데
워낙 잔정이 없으신 분이어서인지 저랑 너무 안 맞네요.
자꾸만 정 많고, 그저 모든 자식, 손주들 감싸주시던 엄마랑 비교만 되고..
막내이면서 8년 이상을 같이 살다보니 저도 자꾸 꾀도 생겨요.
그러면서도 큰아들네 가시란 말은 죽어도 못하고
그냥 몇달만이라도 우리끼리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이런 제 맘 엄마 아버진 모르시죠?
그저 우리 착한 딸 어른 공경하며 잘 사는줄 아시죠?
죄송해요.
역시 시부모랑 친정 부모는 다르네요.
물론 시어머님도 건강히 오래 사시길 바라지만, 가시고 나면 후회될것도 너무 많을것 같지만.........친정엄마처럼 애틋하지는 않아요.
할머니 돌아가셨을때 자주 보이시던 아버지 눈물이 생각나요.
엄마, 아버지
이번 주말에 한번 갈게요.
아직은 친정이 있고, 보고싶은 두분이 계시고 또 뵐수도 있다는게 너무 좋아요.
혜인이가 엄마, 아버지께 카드 만들었는데 가지고 갈게요.
저녀석 그렇게 엉엉 울때면 외갓집에서 찍은 사진을 앨범에서 꺼내어 들고 다녀요.
정말 웃기는 녀석이죠?
"호박인가 수박인가 보자" 하시는 외할아버지 말씀도 너무 좋아하고요, 덕분에 쟨 호박꽃이 세상에서 제일 이쁜줄 알고 있더라고요.
언제까지나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품이 되어주신다고 약속해주세요.
앞으로 제가 잘 사는것도 보셔야죠.
사랑해요. 그리고 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