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99

막내의 눈은 속일수 없었다!


BY 옥경이 2001-03-30

너무나 오랫만에, 친정엄마와 오붓한 시간을 하루종일 보냈다.
핑계로 막장을 담궈보려고 하는데, 자신이 없으니 오시라고 하였더니 오늘 아침에 오셨다(사실은 막장 담글줄 모르긴 왜 몰러)
빨리 담그자고 서두르시는데, 난 이불 깔아드리며 능청을 부렸다.
열흘있다가 담글거라고... 그때 담그자고 하니 웃으신다.
아버지가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엄마는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취미들을 험난한 세월동안 어떻게 감추고 계셨었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정력적인 모습으로 취미활동에 몰입하셨다.
정좌하고 붓글씨를 쓸때의 엄마의 모습은, 내가 철들면서 보아왔던 모습 어느곳에도 없었다.
내 산바라지를 하시는 동안에도 붓글씨 시간엔 빠지지 않으셨는데, 작품전시회도 하시고(동호회), 하여간 아버지 안 계시는 빈 자리를 붓글씨로 메꾸시는 것 같았다.
엄마의 꿈이 자식들에게 잘~된 작품으로 병풍을 만들어 나눠주시는 거라고 하셨는데, 머잖아 엄마의 꿈은 이루어 지리라 믿어마지 않는다.
컴을 배우신다는 소리만 들었을뿐, 오늘 엄마의 솜씨를 확인하긴 처음이었다. 한컴타자로 들어가시더니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그 정확도며 열성에 딸인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엄마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도 영타는 못 외워서 쩔쩔 매는데, 엄마는 영타도 치시는게 아닌가!
엄마께 손뼉을 쳐드렸다. 옛날식 발음으로 읽으시며 영타를 치시는 모습은 내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을 정도였다.
오후가 되자 막내가 유치원에서 돌아왔다.
엄마는 연습을 계속하시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여섯살짜리 막내녀석의 말에 엄마는 웃으시느라 연습을 끝내야 했다.
눈이 작으신 엄마는 타자를 치시느라 눈을 내리깔고 치고 계시는데, 막내녀석은 할머니께" 할머니, 왜 눈감고 해?"
그러는게 아닌가,
엄마는 치명적인 컴플렉스를 손주녀석이 공격했기에
"이눔아! 할머니는 너무 잘하기 때문에 눈감고도 잘 한다.."
그러고 위기는 넘기셨지만, 애들눈은 솔직한 거라고 인정을 하셨다.
엄마랑 나랑은 웃느라고 한참을 즐겁게 깔깔, 호호,하하....
엄마가 계시는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저녁엔 뭘 끓여드려야 엄마가 좋아하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