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늘고 병든 부모님이 계시다.그들의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그도 모자라 감방 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 형제가 있고 고시 준비 한답시고 서른 되도록 밥벌이 못하는 형제도 있다.
엄마 치맛폭에 싸여 정신 못 차리며 세상 모든 여자가 자기 엄마처럼 남편에 순종하고 살아야 한다고,내가 그렇지 못하니까 그런 여자 데리고 사는 자신이 대단히 아내를 위하는 양 착각하고 사는 남편이 있다.
그 남자는 집에서는 그런 식으로 은근히 권위적이면서 직장에선 꽤 가정적인 남자로 보이나부다.
만나는 직장 동료 또는 부하 직원들에게 남편이 재밌고 가정적이어서 얼마나 좋겠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난 뻣치는 열을 억누르느라 가슴이 타고 있다.집에서는 말 한마디 없는,내가 말을 걸어도 별 들은 척도 안하는 울 남편,애꿎은 울 아기만 화풀이 대상이 된다.그 때는 울 남편도 한 마디 하지,왜 애 한테 신경질 이냐고.자기 기분 좋을 땐 장난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지,00야(아기 이름을 부르며),왜 엄마를 힘들게 하니,라고.날 힘들게 하는게 남편임을 날 둘러싼 주위 상황임을 그는 모르는걸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울 남편 시댁가면 괜히 날 위하는 척하고-사실 냠들에겐 일상적인게 울 시댁에선 별난거다,워낙 남자들 세상이라서- 울 시엄니 세상엔 엄마밖에 없는 울 남편에게 지 마누라 밖에 모른다고 결혼하더니 애도 이상해지고 입맛도 변하고 선물도 잘 안 사온다다나? 울 시부모님께 잘 보이려고 물심양면으로 나 얼마나 신경쓰고 사는데.
예전에 나 애 안 생긴다고 한의원에 가서 약 먹어야 한다고 끌고 가다 싶이 한 시엄니, 산부인과에선 남편이 과로로 인해 정자가 적은 편이란 말을 했지만 그런 말은 들으려 하지도 않은 채,며느리가 약해 빠져서-난 마르긴 했어도 크게 앓아서 병원 간적 한 번 없었다,적어도 결혼전 까지는- 애가 없는 거라고 모든 게 내 탓인 양 돌려 버리는 시엄니.한의사 혹 스트레스 받는 거 있느냐고 묻는데 울 시엄니 왈,얘가 스트레스 받을 일이 뭐 있겠냐고 그런 거 없다고 나 말할 틈도 없이 대답을 가로채 버리는 울 시엄니.
세세한 건 한도 끝도 없지만,일 벌려 놓고 수습은 언제나 내가 해야하고 그로 인해 화를 내면 적반하장격으로 소릴 지르는 남편,이젠 지쳤다.
그러면서도 난 언제나 부족하고 철 없는 며느리,아내이다,그들에게는.
오늘 넘 지친다.하소연 할 때도 없다.늙고 병든 부모님께 이런 말들을 할 것인가,빵에 갈 형제에게 할 것인가,취직 못하고 고민하는 형제에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