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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의 행복


BY 나의복숭 2001-03-31

볼일보러 나간다고 마을버스를 탔는데
마침 운전수 바로 뒷자석이 비어서 앉았다.
창넘어로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옷차림 구경도하고
인상도 구경해보니 여간 재밋는게 아닌데....

어느 정류장에서 말쑥한 양복을 입은
중년의 신사분이 올라탔다.
차비를 낸다고 포켓을 이리 저리 뒤지든 이 신사분.
곤혹스런 얼굴을 하며 지갑에서 만원자리를
꺼집어낸다.
아마 잔돈을 준비 안했나보다.
"운전수 양반. 만원짜리 밖에 없는데..."
"거스럼돈 없어요. 아침부터 만원짜리 내면 어쩝니까?
딴사람에게 바꾸어보슈"
운전수가 아주 기분나쁘게 혀를 찼다.

물론 아침부터 만원짜리를 내미는 사람이 잔돈을
준비안한 실수도 있지만 좀 너무한거 같았다.
다들 무표정한 얼굴로 있고 그 신사분은 만원짜리를
들고 바꾸어줄 사람없나싶어 엉그추춤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어쩌다가 보면 참 그럴때 많이 있다.
전화기 밧데리가 다 나가서 전화걸려고 보면
동전이 하나도 없을때 있고...그런일 많이 격지 않는가?
그럴때 누가 50원 주면 그때만큼 고마울때 있을까?

"아저씨. 이걸로 내세요"
내동전 지갑에서 500원을 꺼집어 내어 아저씨를 드렸드니
그 500원에 너무나 황송한 표정을 지으며 돈을 받았다.
"이거 고마워서 어쩌지요? 혹 만원짜리
바꿀거는 안되나요?"
"아이구 아저씨. 괜찮아요. 저도 그럴때 있는데요"
아저씨 500원짜리를 돈통속에 탁 넣고선 잔돈 50원을
거슬러 받았다.
그리곤 50원을 나한테 주지도 못하고 만원짜리하고 같이들고
쳐다보는데 그 표정이 어찌나 민망한 표정인지
내가 도리어 돈 500원에 생색내는 기분이라 죄송할 정도였다.
나도 안다. 그 기분.
전화 연락할일이 있는데 50원이 없어서 곤혹스러울때....

언젠가 그런일이 실제 있었다.
지방에 가서 전화 밧데리는 다 떨어졌는데
전화를 할려니 동전은 없고 돈 바꿀때는 눈딱고 살펴봐도 없었다.
마침 어느 아줌마가 전화카드를 들고 전화를 하고 나오기에
"아줌마 죄송하지만 그 카드로 전화 한통만 하게 빌려주시면
안될까요? 50원어치만 하면 되는데요"
내 마음같음 당연하게 OK 소리가 나올줄 알았는데
매정하게도 그 아줌마는 날 아래위로 쳐다보드니 별 여자 다봤다는듯
?? 바람을 날리고 갔었다.
얼마나 눈물이 나올려고 하든지...
(그래 이넘의 아줌마야. 잘묵고 잘살아라, 그 돈으로 부자되겠다)

그후부터는 만약을 대비해서 전화카드. 동전 지갑 꼭
준비해서 다녔다.
"저 여기 내립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는 아저씨 깍듯하게 인사하고 내려갔다.
돈500원에 내 기분이 참 좋았다.
저 아저씨 아마 담에 자기같은 사람을 보면 틀림없이
돈을 꺼집어서 내어줄꺼라.
세상은 돌고 돈다.
작은 이치지만 내가 힘들고 어려울때 누군가 도움을 준다면
뼈속깊이 고마움 새기며 그 사람 잊지 않는다.

그분 혹 집에가서 오늘 일 부인한테 얘길 하지 않을까?
요렇게 말이다.
"어떤 못생긴 아줌마가 마음은 디기 좋드라. 복 받을꺼야'
하이구 돈 500원에 내가 너무 비약적인 생각을 하는가?
나중에 염라대왕앞으로 불려가서 지옥가라고
번호표주면 좋은일 한적 있었다고 오늘일 빡빡 우기면
천당행 표를 줄지 혹시 아는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