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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고물 침대


BY 나의복숭 2001-04-21

울집 침대는 산지 20년이 넘은 진짜 고물 침대다.
20년전에산 옷이나 물건은 대부분 다 바뀌었지만
유독 이 침대만큼은 아직 바꾸질 않고 우리방
젤 위치 좋은곳에 버티고 있다.

그당시 울 남편이 쪼매 잘 나갈때라 제법 큰돈을 주고
산 탓인지 메트레스는 아직도 멀쩡하고 쓸만한데
문제는 코너가 딱 각진 90도라 심심하믄 내가
그곳에 다리를 잘 박는다는거다.
물론 조심을 하믄 되겠지만 어째 맨날 조심에만
신경을 쓸수있남.

뭐가 급해선지 후닥닥 나가다가 쾅박고...
들어오다 쾅박는데 이게 장난이 아닐정도로 무지 아프다.
오만 인상 다 찌프리며 내가 박은거라 누구 원망도 못하고.....
조금있다가 보면 박은부위가 퍼렇게 멍자국이 나있다.
조심해야겠다 생각하긴하지만 뭔 귀신이 씌였는지
퍼런 멍자국이 아물만하면 또 박는거라
내 다리는 진짜 멍자국 마를새가 없다.

근데 희안하게도 나는 그리 잘 박는데도
꼭 같은 공간에서 사는 울1번은 생전가도 박는걸
못보는거다.
도데체 사람이 아녀.
오히려 박는 내가 이상하단다.
모서리가 강산이 두번이나 변할동안
그 위치에 그대로 있는거 뻔히 알면서
심심하면 박으니 완전 날 별종 취급인거라.

아침에도 넥타이 꺼집어 내어서 전해주다가 또 꽝~
눈물이 팍 쏟아질 정도로 무지 아팠다.
"애구 아파라. 이도희 죽는다"
그리고는 주저 앉아서 손으로 박은 부위를 쓸고 있는데
이남자왈
"뭐시 그리 급하냐? 하루도 안박는 날이 없네"
위로의 말이 아니라 한심하단투로 말하는거...
진짜 인정머리도 없지.
"넥타이 전해준다고 그랬잖아. 당신이 이쪽으로 왔슴
안박았을껀데 왜 내 탓만 하노"

진짜다.
내가 밖에 있으니까 뭐 어딧노 어딧노 찾아서
대답하는기 오히려 더 귀찮았다
그래 몸으로 답한다고 들어왔는데 누가 누굴 탓하는건지.
이쁘지도 안한입 튀어나와서 또 씩씩거리며 있었드니
"야 침대 들어내자. 이사가면 아예 침대 들려놓지도 말자.
너 몸부림 치는데도 몸써리 난다"
"싫다"

별로 넓지도 않한 방이라 침대를 들여놓으니
공간이 좁다고 울남편 항상 침대 없애자고 얘길하는데
그럴때마다 난 경끼를 할정도로 속이 상한다.
난 침대가 넘 좋다.
침대에서 자니까 세련된 멋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윈시인같은 내가 쪼매 세련되어 보이고 문화생활하는
기분이 드는데....
또 성질날때 쿵쿵 점프하면서 노래 부르면 얼마나
재밋는데....근데 이 재미난걸 왜 치워?
말도 안되지.

글고 또있다.
내가 장난치면 울남편 확 밀어버릴때 오바해서
침대에 픽~ 쓰러져 죽는체하는데
맨바닥같음 그런 오바는 다했잖아.
뇌진탕 걸려서 진짜로 죽기 꼭 알맞지.
그러니 내 생존의 위험땜시도 없애면 안되는거라...

남편 출근시키고선 물파스 바르고 있는 지금
침대에서 쿳션처럼 쿵쿵 거리니까 너무 재미난다.
재미없는 나는 이재미로 살고 있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