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923

시동생 그리고 나


BY 나의복숭 2001-05-04

이사한 며칠후
제사가 있어서 시동생 부부가 올라왔었다.
아무리 종가집이라지만 먹고 살기 바쁜 요즈음 세상에
울산서 이곳 정부까지 제사지내러 오기란 쉽지 않는데...
8남매중 남형제라곤 달랑 둘밖에 없어선지 왠만한
제사엔 꼭 참석을 하는 착한 시동생이다.
'형수 저 왔습니다'
"형님 저 왔어요"
"큰엄마. 안녕"
일가족 4명이 들어오니 좁은집이 더 좁아져서
먼저온 사촌들은 마루로 배란다로 쫓겨나고...

동서가 보따리를 푸는데 전이랑 고기가 장난이 아니다.
울제사땐 동서가 꼭 전이랑 고기를 장만해온다.
울산 사니까 싱싱한 고기가 많이 있다는게 이유고
전은 노느니 염불한다는 기특한 소릴 하면서
아무리 말려도 꼭꼭 해온다.
근데 음식이 다른때보다 더 많고.
그 비싼 문어도 두마리나 삶아왔는데...

"아니 삼촌. 비싼 문어를 왠걸 두마리씩이나?"
"형님 먹고 힘내라고요"
내 남편은 해산물을 좋아하고 특히 문어랑
오징어는 완전 킬러다.
그런 형을 위해서 제사때마다 문어랑 해삼 등을
아이쓰박쓰속에 넣어오는 착한 시동생.
근데도 그 형은 동생한테 다정한 말 한마디도 잘 안한다.
"왔냐?"
그게 인사고 그게 끝이다.
또한 나이차이가 많이 나선지 삼촌도 자기형을 무지
어려워해서 거의 나하고만 얘길하지
형하고는 직장얘기외에 일상의 얘기는 잘 안한다.
"아니. 형만 힘내면 돼요? 기분 나쁘네"
나의 너스레에 싱긋 웃기만 하는 시동생.
형 힘들다고 한마리 사오든 문어를 두마리나
사오다니 그 배려가 얼마나 고마운지 가슴이 찡하다.

제사 마치고 집가까운 제관들은 가줬슴 좋겠는데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갈 생각을 않는다.
한팀은 술자리. 한팀은 고스톱.
나는 이쪽저쪽 왔다갔다하고
잡기에 젬병인 남편은
방에 들어가서 티비보며 혼자 잘난척하고....
하나도 변하지 않는 제사후의 우리집 그림이다.

"형님 저희좀 봐요"
동서의 눈짓에 잠시 밖으로 나갔다.
14층에서 내려다 보는 야경은 너무나 아름다워
황홀할 정도고 가슴마저 설렌다.
"형님 많이 힘들죠?"
"아니. 괜찮아. 내 음성 쌩쌩하잖아"
진짜다.
맘이 태평스러우니 난 걍 맘 편하게 산다.
"형수 우리 보험들었어요"
"뭔 보험? 생명보험?"
갑자기 사람불러내어 뚱단지같이 보험얘길 하니
얼팡한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볼밖에.
"아니...교육보험요"
교육보험이라...내가 알기론 유치원에 다니는
큰애의 교육보험은 낳자마자 남편이 넣어준걸로
알고 있는데..
"아니 갑자기 왠 교육보험? 작은애꺼...?"
근데 내 손을 꼬옥 쥐고 있든 울동서.
"형님. 희정이. 지연이 학비 우리가 댈께요.
우리가 대면 나중 걔들이 우리 세리. 동은이
공부시켜주면 되잖아요. 그래도 되지요?"

울컥~
가슴속에 뜨거운게 올라왔다.
지 애비 부도 터지고 애들한테 전화했었다.
더이상 학비대기 곤란하니 니들이 알아서
공부하든지 귀국하든지 양자 택일하라고...
근데 지들이 알아서 한다고 해서 그렇게
알고 있는데 지금 시동생 내외가 그 학비를
대준단다.
더구나 젤 확실한 투자라고 하면서...
"아니 관둬. 걔들 얼마 안남았으니 지들이 알아서
할꺼야. 신경쓰지마"
근데 나는 안다.
두 내외가 맘먹었담 확실히 그렇게 하리란걸..
그동안 울 시동생은 애들한테도 알게 모르게
잡비를 자주 부친걸로 안다.

훼오리 바람처럼 큰일이 지나간후
나는 한가지 크나큰 교훈을 얻었다.
세상은 아직도 따뜻하며 살만하다고.
걱정해주는 형제들. 조카들. 친척들.
그리고 친구. 지인들.
하나같이 따뜻한 사람의 사랑을 확인하는
큰 재산을 얻었다는거....
그래서 나는 오늘도 너무나 행복하게
웃고 또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