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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 안나는 세상.


BY 나의복숭 2001-05-28

지하철 계단을 내려오는데
바로 내 앞에 가던 어떤 아가씨가
아얏~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내었다.
아무생각없이 뒤따라가든 내가 깜짝놀라서 보니
푹파진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가 마지막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거..
아마 마지막에 한계단이 남았을꺼라 생각했나보다.
몸중심을 잃었으니 당연히 넘어진거고
그 충격에 팅겨나간 핸드빽의 속이 열려
간단한 소지품이 밖으로 나와있었다.
아가씨는 아프지만 부끄러운지 얼른 일어날려고 하고...

사실 나도 그런일 겪어서 알지만 그럴때 아픈거는
고사하고 무지 챙피하다.
얼른 옆사람 눈치부터 먼저 살펴 보는데...
그 아가씨 역시 예외는 아니리라.
"아가씨 안아파요?"
우리 딸 나이의 아가씨라 내가 얼른 일으켜줬다.
그리고는 엎어진 핸드빽을 줏어서
흐트러진 내용물을 담아주고 있는데...
갑자기 일어선 아가씨.
'아줌마! 이리 주세욧"
그리고는 줏어담고 있는 핸드빽을 얼른 확~뺏는거 아닌가?
첨엔 뭔 영문인줄 몰라서 아가씨 얼굴을 멍히 쳐다봤고.
담은 그아가씨가 핸드빽 줍는 날 의심한다는걸 그때서야 알았다.

세상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아무리 신의가 실종된 사회라지만 본심이 이렇게 오도되다니...
옆에 사람들은 바쁜듯이 우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오가고 있었다.
서울역쪽의 지하도에서 였다.
내 인상이 그리 더러븐가?
좀 몬생기긴 했지만 남의 물건 쓱싹 할정도의 인상으론
안생겼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아니 아가씨야. 줏어줄라고 그러는데 왜 그래?
내가 아가씨 물건 가져갈 사람같이 보여?"
너무 황당해서 이럴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근데 날 흘끗 쳐다보는 아가씨 대꾸도 없이
쌩 돌아서면서 걸어간다.
(저잉간 저걸 우째?)

좋은일 해주고 뺨맞는 격이라 맘같아선 쫓아가서 노란 머리채를
확 잡아당기고 싶다.
아무리 봐도 내 얼굴이 사기를 당했슴 당했지
사기칠 얼굴이 아닌데 말이다.
콧날이 오뚝해서 날카롭게 생기길 했나.
눈을 조폭처럼 내려깔면서 지를 꼴셔보기를 했나.
입이 야실하니 깍쟁이같이 생기길 했나.
그저 대충 자리잡아서 어리벙하게 보이는 얼굴인데...

정말 친절 배풀려도 겁나는 세상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남의 일에 참견을 안하는건가?
나도 다른사람처럼 얼른 얼른 길을 갔슴 될건데
괜히 친절 배풀다가 뒷통수 맞은꼴이라니...
인제 다시는 바로 코앞에서 누가 넘어져도
참견안하리라 다짐해보건만 글쎄다.
정말 이럴땐 살맛 안나는 세상이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