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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술


BY 요지 2001-05-30

우리 남편, 술에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럽습니다.
전생에 술과 무슨 원한을 그리 졌는지...
술먹고 사고친게 몇번인지도 모릅니다.
남편때문에 속상해하면 다른분들이
나이들면 괜찮아진다고 위로를 해 주지만
글쎄~ 그게 그리되면 좋으련만,
결혼 6년동안 더 심해지는것만 같으니원!~
친구들은 포기하고 살으라고 하지만
말이쉽지 그게 포기가 되는가 말입니다.

제작년 이었던가?
이만때쯤 이었습니다.
그날도 울 남편은 술먹고 새벽 3시가 넘어서 들어왔습니다.
난 화가나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불도 켜지말고 그냥 잠이나자라고했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불켜고 큰소리로 떠들어대면서
자는아이 깨워 같이 놀자고 하는 사람이
얌전히 눕는 것이었습니다.
난 속으로 이제 좀 철이들려나 싶은데
누워서 머리를 긁적거리는가 싶더니
'여보 나 머리에서 피가나'
하는것이었습니다.
난 짜증난 목소리로
'엄살부리지말고 잠이나 자.'
하고 소리를 냅다 질렀습니다.

내가 남편이 다쳐도 눈하나 깜짝하지않는
그런 악처는 아닙니다.
우리남편은 피부가 안좋아서 얼굴이며 등이며
머리속에도 뾰루지가 많이납니다.
특히 술마시면 더 심해집니다.
뾰루지를 건드리면 피가 조금 묻어나기도 하는데,
게다가 우리남편은 자기가 잘못하면
갖은 엄살로 그때그때 모면하는게 특기인 사람이라,
난 엄살부리는줄로만 알았습니다.

우리남편 왠일인지 아뭏소리 않고 잠을자는데,
그때 이상한걸 알았어야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눈을뜬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남편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 베게를 적시고 있지않은가!
깜짝놀라 살펴보니
뒤통수 한가운데 5cm만큼이 찢겨져 있었습니다.

난 남편을 흔들어깨웠어요.
어디서 어떻게 다친거냐고 물으니,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아파트 앞에서 넘어진것 같다고 하더군요.
왜 새벽에 말 안했냐고 하니
혼날까봐 말하지 못했다네요.
아이고,그러게 무슨놈의 술을 그리 마시는지 참~

어쨋거나 남편과 병원엘 갔습니다.
의사가 어떻게 다친거냐 묻길래
난 큰소리로 들으라는듯이 술먹고 넘어졌다고
사실대로 말하면서 덧붙여서
술먹고 넘어져 뇌진탕에 걸릴수도 있냐고 물었지요.

난 내심 의사 선생이 겁을 주길 바랬었죠.
그런데 이 의사 선생 하는말~
'이런사람 겁주면 다신 술 안마실것 같죠?
그런데 또 술먹고 다쳐서 또 병원 찾습니다.'
난 어이가 없어서
이런 사람이 또 있어요?하고 물으니
의사말이 꽤 된다고 하더군요.

이런 눈치없는의사가 다 있답니까?
하기사 다쳐서 병원?는 사람많으면
의사야 돈 많이벌겠지만...

우리남편은 뒷통수 한가운데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크게 면도를 하고
10바늘을 꿰멨습니다.
너무보기 흉하더군요.
오는길에 야구모자 하나를 샀습니다.
야구모자로 흉터를 가릴려구요.

어쨌거나 우리남편은 더운 여름날 한달 이상을
양복에 야구모자 쓰고 출퇴근 했답니다.

그런데도 의사선생말대로 술을 못끊고
지금도 친구와 술마시고 있는중이랍니다.
이런 날이면 맘졸이며 이렇게라도
풀고싶어 몇자 적었습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