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리 인하와 더불어 상당수 전세 임대자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 물건 부족으로 전세 가격이 많이 올랐고 당황한 세입자들은 싼 전세 물건이 나타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덥석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실제 전세 물건 탐색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사례 중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을 소개한다.
전세 계약시 싼 물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다. 근저당이나 압류·가등기·가처분 등 복잡한 권리 관계가 설정된 전세 물건은 입주와 주민등록 및 확정일자를 받아도 전세 보증금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전셋집을 얻기 전에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 다가구 주택
다가구 주택은 단독 주택이면서도 세입자가 여럿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세입자 전체의 보증금이 매매시가를 상회하는 경우도 있어 경매시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위험이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한다. 가령 감정가 5억원의 다가구 주택에 보증금 4천만원의 전세자가 8가구 있다면 임차 보증금은 3억2천만원이고, 여기에 주인이 은행 융자를 5천만원 받았다면 보증금과 융자금의 총액은 3억7천만원에 달한다. 반면 다가구 주택은 경매시 보통 감정가의 60∼70% 수준에서 낙찰되므로 낙찰가는 3억∼3억5천만원에 불과해 일부 세대의 보증금은 보호 받지 못할 수가 있다. 따라서 반드시 세입자 수와 당해 주택의 시세 및 융자금 규모 등을 파악한 후 계약해야 한다.다가구 주택은 여러 세대가 거주하므로편의상 개별 세대의 출입문 등에 호수를 붙이는 경우가 있다. 이때 주민등록 전입은 번지까지만 적고 층·호수 등을 적지 않아도 되나 공동 주택인 다세대 주택은 반드시 동·호수를 기재해야 유효한 전입 신고가 된다.
◈ 다세대 주택
보통 건물 외벽에 빌라라고 명시된 주택이 다세대 주택인 경우가 많은데 아파트·연립 주택과 함께 공동 주택에 속한다. 동당 면적이 2백평 이하, 4층 이하인 주택으로서 소규모 단위로 지어지고 편의 시설 등이 부족해 인기도가 다소 떨어진다. 따라서 경매시에도 아파트에 비해 낮은 60∼70% 수준에서낙찰되는 경우가 많다. 다세대 주택은 다가구 주택과 달리 개별 분할 등기가 되므로 해당 세대의 전입은 반드시 동·호수를 기재해 신고한다. 만약 실제 등기부상에 기재된 호수와 달리 건물 외벽에 표시된 호수로 잘못 전입 신고를 한 경우는 경매시 보증금을 보호 받지 못한다. 특히 생활 정보지 등에서 기존 세입자나 주인이 전세를 빨리 놓기 위해 지하층을 1층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믿고 1층으로 전입 신고를 했다가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도 있다. 전입 신고는 반드시 등기부에 기재된 주소대로 해야 한다.
◈ 경매에 낙찰된 집
싼 전셋집이 있어 계약하려는데 경매에 낙찰된 집인 경우가 있다. 이때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는데, 즉 경락자가 낙찰 대금 전부를 자기 돈으로 지불한 경우는 당해 주택에 저당권이나 기타 압류 등이 설정된 경우가 드물어 그다지 문제되지 않지만 대부분 은행 등 금융 기관의 융자를 통해 낙찰 대금을 납부한 경우는 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선순위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가 많다. 반드시 저당 금액을 확인하고 계약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주의해야 할 경우는 종전 세입자가 임차 보증금 전부를 회수하지 못한 경우 낙찰자에게 이사비 등을 요구하며 집을 비워주지 않고 버티는 경우다. 이때는 불가피하게 제 날짜에 이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반드시 중개인이나 현재 점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이사 날짜의 확정 여부를 확인하고 계약해야 하며 만약에 대비해 계약서에 ‘입주 지연에 따른 손해는 임대인이 책임진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것이 좋다.특히 종전 소유자와 임차인이 이사 비용 등을 요구하며 유리창을 파손하거나 벽지, 기타 설비를 손상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비해 ‘훼손된 시설물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즉시 보수해 준다’는 특약을 명시하고 다짐을 받아둘 필요가 있다.
◈ 세입자에게 임차(전대차)
세입자가 전세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전근·입대·귀향 등으로 부득이 이사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세입자의 전세 잔여 기간에 대해 다른 세입자에게 종전의 전세 조건으로 재임대(전대차)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중개업소보다는 친구나 직장 동료 등을 통해 아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중개업소를 이용할 필요 없이 종전 계약서의 여백에 종전 임차인으로부터 다시 임차한다는 내용을 적고 주인의 동의 취지를 적어 날인하면 된다. 주의할 것은 종전의 대항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종전 임차인이 퇴거한 날로부터 반드시 2주 내에 입주와 전입 신고를 마쳐야 한다.
※ 친구 갑과 을 두 명이 보증금을 반반씩 부담해 전세를 얻어 살던 중 주인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저당권을 설정하고 이후에 갑이 취직해 타 지역으로 이사갈 경우 다른 친구 병이 보증금의 절반을 내고 주인의 허락 없이 대신 들어와 살면 어떻게 되는가.
☞ 전대차는 반드시 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주인의 동의 없이 세입자간의 합의로 들어올 경우 경매 등 유사시 종전 세입자 을만 보호 받고 병은 보호 받지 못 한다.
※ 방이 여러 개인 독채를 전세 얻어 이 중 1개를 임차인이 전대차한 경우는 소부분 임대차로서 주인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보호된다. 다만 독채 전세자보다 앞선 선순위 권리자가 있는 경우는 보호 받을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 임차인이 전근 등으로 임차 주택에 살지 않고 친척이나 친구로 하여금 간접 점유를 할 경우는 비록주민등록을 유지하더라도 세대 내 가족에 의한 점유가 아닌 관계로 대항력을 유지하지 못한다.
◈ 근저당권이 설정된 주택
등기부등본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고 설정 금액이 많다면 계약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근저당은 금융 기관 등을 통해 대출하면서 대출금 채권의 변경, 소멸이 반복될 경우 소정의 금액 내에서 장래 결산기까지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설정되는데 만약 이를 갚지 못하면 보통 경매를 통해서 회수된다.
따라서 전세 계약시 특히 주의가 필요한데 상당수 주택의 경우 매매 과정에서 은행 융자 등을 받기 때문에 저당권이 설정됐다고 해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시가와 전세 보증금 수준 등을 고려해 저당 금액이 지나치게 많은 수준이면 계약하지 않거나 전세 보증금으로 저당 금액을 상환하도록 임대인과 합의할 필요가 있다.이때 상환 합의가 되면 계약서에 그 내용을 명시(예 : 저당 금액 000만원은 전세 보증금으로 상환함과 동시에 저당권을 말소하고 세입자가 대항력을 갖추기 전에 여타의 일체 권리를 설정하지 않는다)한 후 중도금 또는 잔금 지급일에 직접 해당 금융 기관에 임대인과 가서 상환을 확인하고 말소등기 관련 서류를 받아 법무사에게 인도하거나 등기소에 제출하는 것을 확인한다. 종종 임대인이 상환 약속을 하고도 말소등기를 하지 않고 또 다시 융자 신청을 해 세입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 주인이나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만 믿지 말고 반드시 본인이 직접 상환 유무를확인해야 한다.
◈ 임차권등기가 된 주택
종전 세입자가 전세 기간이 만기됐음에도 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부득이 대항력을 유지하기위해 임차권등기를 하고 이사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주택에 전세를 들게 되면 선순위 권리자와 임차권 등기자의 보증금이 우선하기 때문에 이후에 임차한 사람은 경매시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할 수 있다. 이 같은 임차권등기가 돼 있는 주택은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권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만 새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으로 종전 임차인의 보증금을 상환하고 임차권등기를 말소한 후 입주하면 위험성은 다소 줄어들 수 있으나 마찬가지로 나갈 때 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해 애로를 겪을 수 있다.
◈ 신규 입주 예정 아파트
새로 입주할 예정인 아파트를 임차할 때 수분양자가 잔금을 내지 않은 경우는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잔금을 이미 납부한 상태라면 미등기 전매가 금지돼 있으므로 분양 계약서와 잔금 완납 영수증 등으로 실제 소유주 여부를 확인한 후 임차 계약을 하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상당수 아파트는 금융 기관을 통해 중도금을 융자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금융 기관은 분양자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끝나면 곧바로 1순위 저당권을 설정하는데 만약 세입자가 저당권 설정 등기를 하기 전에 입주와 주민등록 전입 등으로 대항력을 갖추면 1순위를 확보하지 못하므로 임대인으로 하여금 임차인의 주소를 일시 옮겨 대항력을 상실하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이때는 융자 금액이 적으면 몰라도 다소 많은 수준이면 절대로 응해서는 안 된다.
※ 분양권을 전매 받은 사람과 전세 계약을 할 경우는 종전 소유자로부터 정식으로 명의 이전을 받았는지, 미납 중도금과 연체금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분양 계약서상의 입주 예정일은 여러 가지사정으로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현장의 공사 진척 상황 등을 확인한 후 계약해야 한다. 아울러 분양 계약서와 주민등록증으로 본인 여부를 반드시 대조하고 분양 계약서에 이중 전세 계약이나 매매 계약을 방지하기 위해 ‘전세필’ 등을 표시해 두는 것이 좋다.
◈ 미분양으로 임대 전환된 아파트
아파트를 분양했으나 상당 기간 미분양이 발생한 경우 분양자는 부득이 임대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다. 미분양 세대에 대해서는 건축 과정에서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아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저당 금액과 주변 시세를 잘 고려해 임차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임대 전환된 아파트는 베란다 새시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때 임대인은 세입자가 일단 새시를 설치하고 나갈 때 새시 대금을 돌려주겠다고 하나 회사가 자금난을 겪으면 보증금은 물론이고 새시 비용도 환불해 주지 않아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 반드시 계약 당시에 새시의 환불금에 대해 합의하고 회사의 경영상태도 파악해 입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최주호<한국소비자보호원 주택공산품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