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임이 있어서 구례에 있는 지리산 온천랜드에 갔다가 이제 막 전주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틈을 내어서 걸어 본 지리산 주변의 오솔길...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아서 풀이 무성했습니다. 어릴적에는 이런 길이 무서웠죠. 뻐꾸기 소리가 들렸고 길 옆에는 무덤이 있었고 가끔 뱀도 나왔던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걷는 오솔길에는 하얀 찔레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소꿉놀이 할때 계란 프라이를 했던 개망초꽃도 희끗희끗 보였습니다. 또, 모내기를 끝낸 논에서는 우렁이가 뒹굴고 개구리 밥 사이로 소금쟁이가 떠 다니는 모습이 참 정겨롭더군요. 얼마전까지만해도 우리의 코끝을 간지럽혔던 아카시아꽃 그리고 찔레꽃과 장다리꽃,수국에 이어 지금은 밤꽃과 감꽃이 초여름을 하옇게 수놓고 있습니다. '희고 앙증맞은 꽃.... 그래, 탐스럽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꽃이구나. 이런 소박한 꽃이 피었다가 지고 탐스런 열매가 열리는구나.' 여인의 속살인듯 곱고 예쁜 모양을 한 감꽃을 무명실로 하나 둘 꿰어 목걸이를 만들기도 했었죠. 아무튼 감꽃은 무료한 아이들의 유일한 장난감이며 간식거리였습니다. 감꽃이 지고나면 소녀의 젖꼭지 같은 풋감이 여물기를 아이들은 목을 늘어 뜨리고 기다렸었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는 오솔길에는 지금은 나리와 탱자를 비롯한 이름 모를 들풀과 나무들이 있지만 얼마후에는 날카로운 억새풀, 질경이, 엉컹퀴, 까치수염꽃등이 지금 걷는 오솔길을 채워버리겠죠? 그러면 가끔 꿈속에서 다니곤 했던 이 길마저 꿈속에서 지워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조바심으로 추억의 오솔길을 내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