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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육아 2 - 엄마! 아빠 고추는 왜 커요?


BY dragonkj 2001-06-28

아빠가 집에 있는 날은 아이 목욕은 반드시 아빠랑 하기로 했다. 평상시에 아빠와 놀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목욕하는 시간만큼은 엄마의 특별 배려(나도 좀 쉬자!)이고, 부부간의 역할분담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빠랑 목욕을 할 때는 아빠의 비명 소리만 들리고, 시아는 숨이 끊어질듯 말 듯 웃는 소리가 들린다. 뭘하고 있나 몰래 시아엄마가 훔쳐봤다.

아니 이런! 이닦기를 마치고 입을 헹구면서 아빠 얼굴에 그리고 그 중요한 곳(?)에 퉤!하고 있지 않은가! 헹군물을 시아 가슴에 그냥 흘려내리기도 하고, 샤워기로 서로 몸에 뿌리기를 하고, 장난감 그릇으로 마구 물 끼얹기를 하면서 웃고 있었던 것이다.


시아아빠 왈 "다른 사람한테 할 수 없는 것은 엄마한테 할 수 있도록 하고, 엄마한테 할 수 없는 것은 아빠한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지!" 왕감동!

시아는 목욕하는 것을 즐긴다. 정확히 표현하면 씻는 것이 아니라, 엄마나 아빠랑 목욕을 하면 무언가 재밌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때문인 것 같다.

가끔은 엄마 아빠 시아 모두 함께 목욕하면서 때밀어주기를 한다. 시아는 때밀어주는 것도 제법 잘 한다. 아고고! 기특한 딸!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하다. 창밖을 쳐다보면서 하늘 위의 구름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괜실히 눈물이 나올것만 같은 온 세상이 또렸하게만 보이던 날이었다.

"엄마! 지수 오빠 고추는 작은데, 아빠 고추는 왜 커요"

"엄마! 시아랑 엄마는 잠지가 있고, 아빠는 고!추!가 있.어.요."

아니벌써! 쥐콩알만한 녀석이 벌써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다니!

아니지!
지금 시아가 얘기한건 섹스가 아니라 남녀 신체의 차이점만을 얘기했을뿐인데 내가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거지.

지금까지 시아에게 어떻게 성교육을 시켜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직 고민해본바가 없었다.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고, 때가 되면 아빠의 협조를 요청할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시아도 나이가 들자(34개월) 갑자기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유치원 원장 선생님 뱃속엔 아기가 있는데, 왜 엄마는 아기가 없느냐는 질문이다.

시아는 어떻게 아기를 만드냐는 것과 어디서 나왔냐는 질문이다.

어렸을 때 일이 생각난다. 흔히 어른들에게 내가 어디에서 태어났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모두 배꼽에서 태어난다는 그 말이 떠오른다.

그런데 내가 임신을 하게 된 경로도 배꼽이 아니었고, 시아가 태어난 경로도 결코 배꼽이 아니었다.

"시아야! 시아는 엄마 잠지에서 응애응애하면서 나왔지......
..........
엄마 뱃속에 아기가 생길려면 엄마랑 아빠랑 사랑을 해야돼"
너무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동욱이를 사랑하는데, 왜 아기가 안 생겨요?"
작년에 어린이일본어 자원봉사를 할 때 통통하게 살이 오른 초등학교 1학년인 수연이가 내게 던진 질문이 떠오랐다.

인간의 본능이고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언제까지 돌려서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2,3세 아이들은 이치가 통하지 않는 거짓말은 아이들 특유의 직감으로 감지한다고 한다. 아이이게 섹스에 대해 환상과 망상을 심어줄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솔직한 표현으로 올바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아이는 성 (性)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이번 기회에 시아에게 남녀의 구분과 성(性)에 대해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바지런한 시아엄마는 알기쉽고, 이해하기 편안한 그림책을 사들고 왔다.

"시아야! 엄마는 아빠를 아주 많이 하늘끝까지 더 높은 우주까지 사랑해. 아빠랑 뽀뽀도 하고, 이렇게 부둥켜 안고 자기도 해. 그렇게 사랑을 하니까 엄마 잠지도 아빠 고추를 사랑하게 됐나봐. 엄마 잠지도 아빠 고추를 안아보고 싶고, 뽀뽀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거지. 그래서 엄마 잠지랑 아빠 고추가 만나서 우리 예쁜 시아가 엄마 뱃속에 생긴거야...."

"그리고, 동생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아빠랑 좀 더 얘기를 해봐야 할 것같아. "

성교육을 제대로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나로서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단지 추상적이고 애매한 답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말로 이해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대답이 시아에게 어느정도 이해를 시켰고, 그리고 내가 적절하게 대답을 해 주었는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단지 되도록 자주 아빠와 목욕을 하면서 남녀간 몸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것이고,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해야한다는 말을 건네 줄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 놀이활용**
1) 목욕탕에서 서로 물 끼얹기
<준비> 목욕탕안에 있는 바가지나 비누뚜껑 등 물이 담겨질 수 있는 것.
<방법>
1. 목욕탕안에 들어가 서로에게 물을 마구(아이라도 봐줄 필요없음) 뿌린다.
2. 아이가 물을 엄마에게 뿌릴때에는 아주 싫다는 듯이, 차갑다는 듯이 엄살을 떤다.

2) 물총놀이
<준비>빈 마요네즈통/케찹통, 송곳, 유성매직이나 싸인펜, 색비닐테이프
<방법>
1. 베란다나 목욕탕에서 빈 마요네즈통에 물을 넣고 서로 뿌리기 놀이를 한다.
2. 통속에 물은 아이가 직접 넣는다.
<포인트>
엄마는 차가운척 하면서 아이의 가슴 등 다리등에 집중 공격을 한다. 엄마가 져무면 안된다. 엄마도 목숨걸고 할 것! 정말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