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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정부의 여성정책(펴온 글)


BY matilda1961 2001-08-10

/ 김대중 정부의 여성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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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은 것과 잃은 것
여성부 출범 '여성 남성 균형있는 발전에 힘 싣는다

얻은 것과 잃은 것

김기선미

김대중 정부가 정권교체라는 새로운 희망을 안고 출범한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김대중 정부는 IMF 경제위기 극복과 사회민주화라는 두 과제를 안고 있었다. 또한 당선 직후, 과거 정부와 달리 경제와 사회민주화 중 어느 하나를 희생시키지 않고 두 과제 모두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3년이 지난 지금 과연 현 정부가 두 가지의 과제에 모두 충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대외적으로 표방한 김대중 정부는 재벌개혁에는 미진하게, 인력감축 중심의 구조조정은 강경하게 밀어 붙였다. 게다가 롯데 백화점이나 의료보험노조 파업 등에서 드러나듯이 과거와 같은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노동통제전략을 되풀이하였다. 그뿐인가. 기업의 해외매각과 공기업의 민영화, 금융산업의 자율화를 통해 단기적으로 외환을 끌어들이는데는 성공했지만 장기적으로 국가 산업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산업을 해외로 유출하는 과오를 범했다.

사회민주화의 정도는 어떠한가? 3대 개혁입법을 위해 3개의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수도 없이 시위를 했건만 지금 국회에서는 3대 개혁입법의 원래 의미가 퇴색된 허깨비에 불과한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요즈음엔 김대중 정부에 개혁의지가 있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반세기만에 국민의 힘으로 이룩한 정권교체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면, 과연 김대중 정부의 여성정책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월 22일 '김대중 정부 3년 여성정책 평가 및 정책 제안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본 토론회에서는 정현백 여성연합 정책위원이 총괄발제를 맡았다. 정현백 발제자는 김대중 정부가 갖고 있는 한계들이 여성의 지위와 현실에서도 여전히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지만, 경제나 고용문제 등과 직결되지 않는 여성문제에서는 김대중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행동공간이 존재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김대중 정부의 여성정책은 양면적이었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역할과 업무를 담당해야 할 여성정책전담기구

김대중 정부의 독자적인 행동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여성정책전담기구를 꼽을 수 있다. 출범 당시 여성정책 전담기구로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이하 여성특위)를 설치하였다. 여성특위는 비록 여성정책 전담부서라는 발전을 이루긴 했지만 대통령 자문기능을 제외하고는 종전의 정무장관(제2)실의 기능과 동일하였다. 여성특위 위원장은 장관이 아니라 '장관급'이며, 출발 당시 준입법권, 준사법권이 없다는 점에서 정무(제2)장관실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었다. 대통령 직속기구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관련 부서 총괄 조정권한이 없고 여성정책 전담 부서이면서도 실권이 없다는 점에서 두 기구는 유사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연합을 비롯한 여성운동계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여성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였고 그 결과 2001년 초 여성부가 신설되었다. 여성부 설치는 김대중 정부의 여성정책 중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재의 여성부가 1실 3국의 저예산, 미니부서라는 점, 여전히 시정명령권 등의 준사법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UN 여성 10년'의 기간 동안 전세계적으로 만들어졌던 여성정책전담기구들이 저예산과 저인력, 낮은 권한, 많은 업무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결국 사라지는 예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형식적인 여성부의 설치는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업무에 맞는 권한과 예산, 인력을 배정받지 못한 여성부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낳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정책 무용론을 강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만일 김대중 정부가 여성부를 여성을 위한 실질적인 부서로 만들기를 원한다면 이후 여성부에 준사법권을 부여하고 인력과 예산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김대중 정부의 여성부 신설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지켜본 후 내려야 할 것 같다.


예산없는 여성정책

다음으로 중요했던 평가지표는 여성관련 예산이었다. 김대중 정부 여성정책의 특성은 바로 비예산분야는 추진하였지만 예산이 소요되는 여성정책은 거의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산안 기준으로 98년 정부예산 중에서 여성관련 예산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불과 0.23% 수준이었고, 99년에도 여성관련 예산은 0.03%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2000년도 여성예산은 99년에 비해 0.1% 축소되어 일반회계의 0.28%였다. 이러한 예산 수치는 여성정책의 실현 의지를 의심케 할 만큼 적은 액수이다. 여성정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소요되는 여성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예산이 우선 배정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의 유연화 전략을 기초로 한 여성노동정책

이번 토론회에서 김대중 정부의 각 부문별 여성정책에 대한 평가는 노동, 복지, 성, 인권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노동부문의 평가는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 여성노동자에게도 암울한 결과를 가져왔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미 대선공약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은 여성의 고용기회를 확대하고 여성의 고용불안정 등을 해소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여성인력 활성화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제 1, 2차 근로여성복지기본계획의 화려한 문구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 여성노동정책의 실체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동력 유연화 전략이었으며, 여성노동력을 저임의 단순노동력, 비정규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방향이 핵심적 기조였다. 이미 올 7월 시행을 약속한 산전후휴가 확대나 그 비용의 사회보험에서의 부담도 현재까지 상임위원회의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여성노동부문은 김대중 정부의 현 경제정책 기조 하에서는 자율적인 행동공간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까닭에 앞으로도 큰 희망을 걸기 어려운 분야일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생산적 복지

복지부문은 성주류화 접근이 최초로 시도되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성주류화 정책의 깊이가 아직 깊지 않고 일정 부분에서 지엽적으로 이루어진 한계가 지적되었다. 이는 예산을 투여하지 않고 여성복지정책을 시행하려한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김대중 정부가 표방하는 생산적 복지는 '가사노동, 수발노동 담당자로서의 여성'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개념이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생산적 복지 개념은 복지서비스의 기본 인프라가 갖추어지고, 복지서비스가 남용되어 생산력 저하를 초래하는 사회에서 선전되고 활용되어야 할 개념이지, 우리처럼 아직 국가적인 복지서비스가 초보적인 인프라도 갖추지 못한 사회에서 제기될 수 있는 슬로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비판이 복지 부문에서도 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성인권 정책의 개선 그러나 한 고개를 넘었을 뿐

성인권 부문은 김대중 정부의 여성정책 중 가장 큰 성과를 거둔 부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직장내 성희롱 관련법과 제도적 틀을 만들고, 사법처리 담당자에 대한 교육, 여성폭력 전담 경찰제도 도입 등을 통해 나름대로 정부가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폭력 관련 정책의 경우 여러 부처로 분산되어 실행되어 총괄적인 집행이 어렵고, 결과적으로 부처간의 종합적인 인프라 구축으로 나아가지는 못해 성폭력 발생 시 이에 대한 신속한 접근이나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여성인권과 관련된 예산규모도 여전히 한심스러울 정도로 낮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자면, 김대중 정부의 이 분야 여성정책은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국제 사회의 기준으로 볼 때,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초보단계라 평가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여성정책에 한해 돈 안들이고 전시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따라서 김대중 정부의 여성정책의 성과도 '돈 안들인 만큼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반면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으로 인해 '빈곤의 여성화'는 더욱 심화되었다. 전체 여성노동자의 70.5%가 임시 일용직이라는 현실은 김대중 정부가 진행한 여성정책의 실상을 보여준다.(통계청, 2000년 4월) 결국 득과 실을 따져본다면 얻은 것에 비해 잃은 것이 너무나 치명적이라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가 여성운동계가 여성부 신설 등의 김대중 정부의 획기적인 여성정책에도 불구하고 환호의 박수를 칠 수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