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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수의 PARADISE를 들으며...


BY 유수진 2001-08-27


내가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엄마가 경영하시는 미용실에 '진이'라는 게이(gay)가 처음 고향에서 상경해 머리를 하러 온것은....

엄마의 미용실은 이태원에 위치하고 있어 환경상 호모, 내지는 레즈비언들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었다.



진이 오빠(?)는 정말 이뻤다.
여자인 내가 봐도 어디 한군데 남자라는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의 하리수와는 전혀 상반된 이미지였다.

하리수는 섹시하고 여성 스럽고, 육감적인데 반해, 진이 오빠는 쌍커풀 진 큰 눈에 귀엽고 상큼한 이미지였다.

순진한 그는 엄마의 미용실에서 자주 머리를 했고, 나는 가끔 오다가다 마주쳤다.

아직까지 이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가 내게 영화를 보자고 데이트를 신청한 것이다.
단발머리의 여고생인 나에게....

지금 생각해 보면 혹시나 나를 통해서 어떻게든 남자로 돌아가고픈 발상 아니면, 내가 너무 이뻤다거나....등등 아직까지도 나는 그 오빠를 이해 못하겠다.

우리는 종로의 한 영화관에서 '위너스'라는 영화를 보고, 약속 다방이라는 곳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 그는 영화 보는 내내 쿨쿨 잠만 잤다.

그래...
이글을 쓰면서 조금이나마 그의 마음을 짐작하니, 역시 그의 안에서 두개의 성이 싸우고 있었던거 같다.

어떻게든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잠재우려는...

어쨌든 내가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이유는 그들의 깊이까지는 몰라도 수박 겉 핥기 식으로라도 그들의 껍데기 정도는 핥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것을 확인 시켜 드리기 위해서 이다.

TV에서 하리수의 모습이 현란하게 움직일때마다 눈을 떼지 못했던것은 나나, 우리 남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연신

"와아~ 진짜 이쁘다. 이야~"

탄성을 질러 댄것도 똑같았다.

남편 : "야, 진짜 여자같다."

파라 : "그래~ 진짜 여자네. 여자 보고 왜 자꾸 여자같다는 거야."

남편 : "뭐? 재가 무슨 여자야. 남자지."

파라 : "재가 무슨 남자야, 여자지.
태어나서 줄곧 여자라 생각하고, 여자라는걸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면 여자 아냐. 신체만 남자 일 뿐..."

남편 : "개방적인척 하네.
쟤가 무슨 여자야.
아무리 생각을 그렇게 한다고 해서 어떻게 신체 구조상 남자인데 여자가 될 수 있어."

파라 : "신체 구조는 남자였지만, 그녀가 여자가 되길 강렬하게 원했잖아."

남편 : "그래서, 원하면 하늘이 내려준 신체적 구조를 함부로 바꿔도 된다는거야. 왜, 너도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며~ 남자로 고치지 그래."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 남편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거기에 대해 반박 하자는 건 아니다.

나는 내 생각을 남겨두는 것 뿐이다.
그들 양성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가끔...그녀가 자꾸 남자로 보일 때가 문득 문득 있는건 나도 어쩔 수 없지만...

우리 모두가 태초부터 저절로 가지고 나온 성을 그들은 처절하게 얻어 가고 있는 것에 동정을 보내며...
우리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을 우리들속에 끼워 넣어주고 싶은 심정에서...

그녀가 원했던것은 '트렌스 젠더'가 아니고, 오직 '여자'가 되기를 갈망했다지 않은가.

정말 비극이다.

신체는 남자인데, 생각과 사상은 여자라니...
혹은 그 반대인 경우도 드물게 있는것으로 안다.

그들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불완전한 불구의 성위에 끝없이 내몰리고만 있다. 아직도....

어찌됐든 하리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받아 들이지 못하고 내몰던 트렌스 젠더에 대한 경악의 시선속에서, 조금쯤 그들을 이해하는 분위기를 조성시키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한게 사실이다.

이쁘면 용서 되는게 아니라,
그들의 내면에서 끝없이 치고 올라오는 반대의 성과 치열하게 전쟁을 치르고, 또다시 가족, 친구들 사람들과의 냉대속에 지쳤을 그들을 용서가 아닌 이해를, 그들도 똑같은 '우리'가 되어 더불어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으로
몇자 남긴다.

맞춤사랑 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