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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외간남자와 한 이불아래서!!!


BY salala 2001-08-28

서늘한 바람이 벌써 가을냄새를 실어 온다.
마누라가 너무 좋아서 병이 걸린 남자라는 우리 신랑.
모든건 다 좋은데( 끔찍이나 애처가이라고 동네에 소문이 나 있다)
근데 애주가 (술은 약하나 사랑함)라서 안주될 음식이 나오면
꼭 술을 찾는다.
그건 좋은데 술을 마시면 끝장을 봐야 하는 고약한 습성을 가졌는데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그놈의 술버릇이 고쳐졌으니 신기하기도 했다.
10년전 겨울이었다.
바깥에서 술을 마시는 날.특히 토요일은 오전에 마치니깐
어디서 어떻게 된 셈인지 오후 내내 토옹 전화가 없다.
해가 지고 어두워질수록 내 마음도 깜깜해진다.
술을 마시면 테이프가 잘 끊어지므로......
2차,3차,4차,마지막에는 우리집에 손님을 모셔오는 게 상례이다.
이 인간을 오늘은 용서하지 않으리라고 비장하게 전투태세를
갖추고 손톱을 세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딩~동"".....""딩동딩동>>>>>"
"이놈의 웬수~들어오기만 해 봐라"
"어? 이쁜 마누라야 내가왔다~~"
옆에는 비슷하게 취기어린 동료분을 세워놓고는
대뜸 자기 멱살을 쥐고선 자기 입으로 묻고 답하는 원맨쇼가 시작 되었다.
"지금까지 어디서 있다가 오는길이예욧!"
"?????"
"가는곳 마다 전화가 없는집이죠?"
"......"
"어휴~내가 못살아"
이렇게 자기 혼자서 내가 할 애기를 주거니 받거니 독백을
하는데 어이가 없어 화도 못내고
손님과 안방으로 모시고,그리고는 냉장고 뒤져서 딱 한 잔만!하는 소리에 속아서 술을 차려 왔겄다.
새벽2시가 넘어서 졸음도 오고 피곤해서
아랫목에 이불을 덥고는 졸고 있었는데
조금 있으니 누가 이불 안으로 설금설금 들어와서 나를 실실
껴안고 잘려고 해서 쳐다보니
맙소사!!
평소에 그렇게 점잖으신 최선생님이?
술이 취해 홍알홍알하던 우리 신랑 순간
낯빛이 훽 바뀌더니.
정신이 번쩍 들던지 그 선생님을 모시고 올 때와는 딴 판으로 황급히 퇴장.
한 밤중의 헤프닝으로 너무 당황한 나는 안절부절못하고.
아!
그 사건 이후로 지금까지 집에 술벗을 데리고 안오니깐.
그 충격이 엄청 크긴 컸나봐요.
가끔은 심심하면
"당신 덕분에 외간 남자와 한 이불에 잘뻔했는데......."
"끙~아쉽네!이제 젊고 샤프한 후배좀 모셔와라잉~"
"이 녀자가요?떽!!!"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웃음이 실실 배어 나온다.
그러나 최선생님, 아직도 나랑 몇 초 한 이불 쓴 것을 모르실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