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싫은 것도 아닌 것은 여름이 되면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나는 옥수수와 포도를 좋아한다. 옥수수를 만원이나 이만원어치를 사서 실컷 먹고 냉동시켰다가 시도 때도없이 꺼내 먹곤한다. 냉동고에 옥수수가 없으면 괜히 서운하다. 포도는 한 다라이를 사서 원도 한도없이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우선 애들을 모아놓고 마음껏 먹게 한다음, 그 다음 내차례다 입이 잉크색이 될때까지 먹어댄다. 다른 것 먹을 때는 제법 교양도 찾고,절제가 되는데 옥수수와 포도는 목구멍까지 차야 그친다. "컴"을 하면서도 "컴"치는 것보다는 옥수수 먹기가 더 바쁘고, 옆에는 항상 포도가 있어야 넉넉하다.
옛날에는 사과를 무척 좋아했는데 세월이 바뀌면서 기호식품도 바뀌나부다. 사과를 쳐다보고 있으면 어찌나 아름다운지! 신기하기까지 했고, 맛도 좋아 사과를 제일로 쳤는데, 어느새 옥수수와 포도로 바꼈다. 그리하여 내 별명은 "옥포대장"이다. 그것도 주변에서 붙여 준 이름이 아니라 "컴" 채팅을 하다가 꽤 괜찮은 한의사를 알게 되었는데 그 분이 하두 예의가 바르고 인사성이 밝아 "점심 뭐 드셨어요?"하면 우연히도 옥수수 먹은 후였고, 어쩌다가 "지금 뭐 드세요?"하면 포도 먹을때였다. 그러기를 반복하다보니 어느날 "옥포대장 안녕하세요?"하는데 딸아이하고 얼마나 웃었는지!
며칠전 옥수수 몇개를 들고 앞집에 놀러갔는데 포도를 내놓는 것이다. 그 이가 이야기 하는 동안 단숨에 다 먹어 버렸다. 한 알도 남기지 않고... 나는 욱수수나 포도 앞에서는 딴 사람이 된다.
그러나 요즘은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하면서 그렇게 좋아하는 옥수수와 포도를 마음놓고 사먹지 못한다. 옷수수 값도 우리동네 알뜰시장에서는 3개 넣어 2천원하더니 이제는 4개 넣어 3천원이라니 한봉지 사는게 고작이고, 포도는 매번 가격만 물어보고 돌아서는 내 마음은 언제부터인지 왼쪽 젖가슴 아래에 소금으로 절여 놓은 듯 쓰리고 아릴 때가 많아 손가락 끝으로 꼭 눌러서 뱅뱅 돌려야 시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