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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BY 지나다 2001-10-06

난 왜 이렇게 사나?
난 의지할데라곤 아무데도 없다.부모고 형제고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오히려 내가 그들에게 힘이 되어줘야 할 형편이다.
그런데 난 나 하나도 너무 벅차다.
사람 만나기가 두렵다.
처음부터 내 주위에 사람이 없었던건 아니다.내가 힘들거나 했을 때 얘기할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가 지나면 그들은 나의 그런 모습을 짜증내기 시작했고 이내 멀어지고 말았다.
나는 사람을 너무 믿는 편인데 그래서 정말 맘 속 깊은 곳에 있는 얘기들 다른 사람들 같으면 맘 속 깊은 곳에 숨겨두고 평생 꺼내지 않을 얘기도 내가 믿는 사람들에겐 스스럼 없이 한다.물론 그들이 나의 이런 얘기들을 비밀로 해줄거라 믿으면서.
그런데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른 사람에게 얘기를 하고 그건 그냥 떠돌아다니는 다른 얘기들과 다를게 하나도 없게 되어 버렸다.
난 내 말에 결국은 짜증내고 멀어지는 사람들과 내겐 중요한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리는 사람들에게 이내는 상처를 받고 만다.
그러나 난 또 그런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서 반복한다.난 정말 바보인가보다.
언제부터인가 그래서인지 사람대하기가 무척이나 조심스러워진다.사람을 믿을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어쩜 상처 받기 싫어서가 더 솔직한 이유인것 같다.
하지만 그런와중에서도 난 끝내는 어느 한 사람에게 그런 실수를 또 하고 만다.
지금 그런 이유로 인해 또 한사람과 멀어지려 하고 또 상처 받으려 하고 있다.
지금 내 주위에 나의 힘겨운 상황을 들어 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난 상처 받을까봐 조심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난 그들과 할 얘기가 없다.
언제나 불행의 연속인 나의 인생에서 난 그들에게 유쾌한 얘기를 꺼낼 수가 없다.
나의 이런 두려움때문에 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남편을 사랑했었는지는 모르겠다.그는 날 별로 사랑하지 않았고 나에게서 별 기대를 걸지 않았다.내가 싫은 소리를 하거나 짜증을 내도 크게 화내는 법도 없었다.그래서 내가 편했고 그런 이유로 난 그와 결혼했는지 모른다.
어떤 한 사람이 있었다.오래전부터 나를 좋아한.난 그를 친구로만 생각했었다.별 깊은 얘기도 나눈 적이 없었다.
그러다 내가 결혼을 앞두고 힘들었을 때 그와 많은 얘기를 하게 되었었다.그 때 나는 그와 내가 의외로 말이 잘 통한다는 걸 알았고 그가 날 많이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자꾸만 그에게 푸념을 늘어놓고 힘든 것들을 하나하나 얘기했다.
그가 지금의 나의 남편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는 날 아주 좋게 보고 그가 알지 못하는 나에 대해서도 아주 좋게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에게 점점 의지하는 나를 느끼며 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이런 식으로 계속 의지하게 되면 다른 사람과 멀어졌듯이 서로 안 좋은 기억 짜증나는 기억으로 그와 멀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와는 아예 소식을 끊었다.
사람을 믿고 의지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난 이런 나를 모르고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일부러 피하고 있다.
내가 컨트롤이 안된다. 어찌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을 피하면서도 자꾸 사람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