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없는 科學敎育은 可能한가 ?
■ 문제 많은 교육현장
漢字 병기 논란이 50년 가까이 지속되는 동안 우리 교육계의 대세는 한글 전용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漢字 병기문제(혹은 한글 전용 문제)는 自然科學(자연과학) 분야뿐 아니라 人文科學(인문과학) 전 분야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끼쳐 왔지만, 정작 논란을 주도한 분들은 대부분 어문학자들 뿐이었다.
필자는 自然科學(자연과학) 중에서도 物理學(물리학)을 전공하고 고등학교에서 공통과학을 가르치면서 의외로 漢字어가 많은데 놀랐다. 敎師(교사)로서는 이를 한글 표기로만 가르쳐야 하는 어려움도 수없이 겪어야 했다. 이런 문제를 필자만이 겪는 것은 아니었다는 데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많은 교사들이 용어에 대한 漢字 표기에 대해 예상외로 찬성을 하고 있었고(나이가 많은 교사들일수록 더 많았다), 漢字용어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밝힌 전문서적도 부족한 실정이란 사실도 한국 교육계의 부실한 저변구조를 실감케 했다.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면서 이런 문제를 주제로 쓴 논문이 「고등학교 공통과학 교과서의 한글표기, 漢字표기 및 순우리말 과학용어의 이해도 연구」였다. 漢字가 중요하다는 말을 반복해서 주장해 온 글들은 많았지만 實證的(실증적)인 연구는 거의 없었다는 점, 특히 自然科學(자연과학) 관련분야에 漢字표기 문제를 연관지어 硏究(연구)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 필자의 논문 작성에 어려움을 더했지만, 한편으로는 開拓者(개척자)란 자부심을 갖게 하기도 했다.
* 연구방법
필자는 과학교과서에 실린 漢字語源(한자어원) 과학용어에서 설문재료로 40개의 용어를 추출하여 고등학교 1학년 2백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았다. 먼저 한글표기 과학용어학생들에게 제시하고 그 의미를 쓰게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같은 용어를 音(음)과 訓(훈)이 달린 漢字로 표기하여 학생들에게 의미를 쓰게 해 보았다. 겸해서 필자는 「순우리말 과학용어」에 대한 理解度(이해도)도 함께 조사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평균점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학생들은 漢字 표기 과학용어에서 평균 75.0점이나 보인 반면, 한글표기에서는 36.2점, 순우리말 용어의 경우 평균 8.2점이라는 이해도(理解度)를 보이고 있었다. 교과서를 제작할 때 음과 훈이 달린 漢字로 과학용어를 표기한다면 학생들이 지금보다 무려 두 배 이상 이해도(理解度)가 높아질 것이란 예측을 가능케 했다.
40개의 과학용어 중 「변위(變-변할 변, 位-자리 위)」, 「엽상(葉-잎 엽, 狀-모양 상)」,「활성화물(活-생생할 활, 性-성질 성, 化-될 화, 物-만물 물)」등은 한글로만 표기했을 때보다 음과 훈을 단 漢字로 표기했을 때 정답률이 10배 이상 높아진 단어들이다.
주목되는 것은 일부 학자들이 개발한 「우리말 과학용어 표기」의 경우 理解度(이해도)는 지금의 한글표기보다 4분의 1, 漢字 표기보다 9분의 1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회수된 설문지를 살펴보면 한글표기의 경우 40문항의 설문 중 대부분을 공란으로 비워둔 학생들이 많았다. 특히 「경도(經度, 硬度, 傾倒)」,「수정(修正, 受精, 水晶)」, 「장기(長期, 臟器)」, 「미세포(微細胞, 味細胞)」, 「불용성(不溶性, 不用性)」 등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의 경우 한글로만 표기되었을 때 어떤 답을 써야할 지 몰라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 「絶緣體」는 「전기가 잘 통하는 물체?」
「萬有引力(만유인력)」은 단순히 「힘」 또는 「중력」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뉴턴」, 「사과」 등으로 답한 학생도 적지 않은 분포를 보이고 있었다. 「방전」은 「전기」혹은 「감전」으로, 「은하」는 「별」 또는 「우주」라고 하는 등 제시해 준 과학용어들로 類推(유추)할 수 있는 개념으로 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警笛(경적)」은 「위험을 알릴 때 울리는 경고음」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빵빵」이라는 의성어를 쓴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냥 「소리」 또는 「자동차 소리」, 「시끄러운 소리」 등으로 답하거나 「땅의 넓이?」라는 답도 하기도 했다.
「慣性(관성)」의 경우 漢字의 훈(訓)으로 풀어 「버릇 관」, 「성질 성」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면 답변도 제대로 할 수 있었겠지만 수업시간에 예를 들어 설명해준 것을 기억해 내고는 「버스…」라고 어물거린다. 교사들이 「타고 가던 버스가 급정거 할 때 앞으로 쏠리는 힘」을 가장 흔한 예로 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글표기만으로는 과학용어의 정확한 이해에 한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정반대의 뜻으로 용어를 誤認(오인)하고 있는 경우도 발견되었다. 「可視光線(가시광선)」과 「絶緣體(절연체)」의 경우 「볼 수 없는 빛」 ,「전기가 잘 통하는 물체」라고 답하고 있어 유추해석의 한계를 보여주었고, 현행 과학교육의 問題點(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放電(방전)」의 경우 「방대한 전력」으로 풀어쓰거나, 「전기를 만드는 것」, 「전기가 일어나는 것」, 전기를 모으는 것」이라고도 답하고 있었다.
「砂巖(사암)」의 정답은 「모래로 만들어진 돌」이지만 정답자 이외에도 「죽은 돌(死岩)」 또는 「부드러운 돌」, 「화석」이라고 답한 학생도 찾을 수 있었다.
「反作用(반작용)」의 경우 「반(半)」만 작용하는 것」이라고 답한 학생도 의외로 많았다.
특히, 설문지에 「과학용어」라는 제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과 전혀 상관없이 용어해석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글로 표기된 「해산」(원뜻은 海山)을 「모여있던 사람들이 흩어진다(解散)」는 의미로 답하기도 했고, 「산란」(원뜻은 散亂)을 「정신이 혼란스러운 상태」로, 「입사」(원뜻은 入射)를 「회사에 들어가다(入社)」로, 「복사」(원뜻은 輹射)를 「같은 것을 베낌(複寫)」로 답하기도 했다.
■「평상 常」과 「윗 上」이 모두 「상」이니…
「사기로 만든 절연기구」라는 뜻의 「애자」(漢字로는 碍子)의 경우 「사랑하는 아들」, 「사랑하는 사람」, 「장애자의 준말」, 「사람 이름」에서부터 「어떤 드라마에서 선우용녀가 맡은 배역 이름」과 「우리 고모 이름」까지 답하고 있었다.
「사분의」(漢字로는 四分儀)는 측량에 이용되며, 물체의 위치와 각도를 함께 잴 수 있는 네 등분된 자(尺)이다. 그러나 한글로만 표기된 이 용어를 학생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학생은 「죽은 분의 뜻」이나 「모래로 만든 화분」등으로 쓰기도 하였고, 「사등분」 또는 「1/4」 「/4(수식을 읽을 때 「사분의…」라고 발음됨)」으로 풀이하고 있었다.
한글전용론자들은 한글로 표기해도 본문의 文脈(문맥)을 통해 同音異義語(동음이의어)나 어려운 용어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해 왔다. 필자는 한글전용으로 표기된 「공통과학 교과서」의 引用文(인용문)」을 추출한 뒤, 해당 용어의 뜻을 서술하도록 해 보았다. 문맥을 통한 한글표기 과학용어의 이해도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이 설문은 2백8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응답자중 0점을 받은 학생이 무려 42.86%(1백22명)이고, 그 중 30명은 아예 답조차 쓰지 않은 채 백지로 제출했다. 학생들은 「학습하지 않은 교과서 내용이라 잘 모르겠다」는 불만을 표시했다.
한글전용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학습하지 않은 부분이라도 학생들은 문맥을 통해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는 한글전용론자들의 주장이 과학교육에서는 오히려 상당한 역효과를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예를 들어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이다」라는 문장을 제시했을 때 괄호 속의 「상온」을 「평상시의 온도(常溫)」로 해석한 학생은 34.84%에 불과했다. 30.31%는 「높은 온도」라고 해석하고 있어 「평상 常」보다 획순이 간단한 「윗 上」을 더 많이 기억하고 이를 용어 이해에 활용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는 학생들이 漢字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한글의 경우 漢字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뚜렷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도 한다.
비슷한 예로 「우리나라는 (온대하우기후)이다」의 경우, 「여름에 비가 집중적으로 오는 기후(溫帶夏雨氣候)」라고 정답을 쓴 학생은 전체의 16.03% 이지만 「아랫지방에서 내리는 비」로 답한 학생이 6.96%로 여기서도 「여름 夏」를 「아래 下」로 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낳음이」를 아십니까?
「可聽振動數(가청진동수)」의 경우도 문장 속에 삽입하여 「우리의 가청진동수는 16∼20.000Hz이다」라고 제시해 보았지만, 「들을 수 있는 진동수」라고 답한 학생이 있는 반면, 「가정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라거나 「집에서 나오는 소리」 혹은 「집안의 소리」 등으로 답하기도 했다.
순우리말 과학용어의 경우 학생들의 용어 이해도는 심각할 정도로 낮았다. 과학교육의 경우 국제화를 지향해야 함에도 반대로 國粹化(국수화)로 진행되면서 빚어지는 弊端(폐단)으로 지적될 사례로 보여진다.
「발전기」의 경우 漢字로는 「發電機」 이지만, 이미 우리말화 되어 있어 한글표기만으로도 충분한 용어인데, 이를 한국물리학회에서 발행한 「물리학용어집」(1995년)에서는 「낳음이」로 쓰고 있다. 이 용어를 고등학생들에게 제시해 보자 정답율은 0%였다. 「낳음이」를 학생들은 「생산」, 「출산」, 「임신」 등으로 해석하고 「무엇인가 만들어 낸다」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어미」, 「암컷」으로도 답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사용되기 시작한 「도움이」, 「지킴이」 등 순우리말 용어에 연결지어 생각한 듯하다.
「물매」의 경우 「傾斜(경사)」 또는 「빗면」의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이 역시 정답율이 0%였다.
「紫外線(자외선)」의 경우 물리학 용어집에서는 「넘보라살」로 표기하고 있다. 이 용어를 제시하자 대부분이 무응답으로 응했다. 그 중 몇 몇은 답을 쓰긴 했는데 다음과 같았다.
「닭살, 뱀살 등 피부의 한 종류」
「비만」
물리학 용어집에 따르면 「無線(무선)」의 순우리말 용어는 「민이음줄」이라고 한다. 학생들에게 이 용어를 제시하자 「이어주는 줄」 혹은 「전선」이라고 답해 원뜻과는 정반대로 해석하고 있었다.
「球狀星團(구상성단)」의 경우 「공모양별송이」로 물리학회에서 정했다. 학생들은 「은하수」, 「우리은하」, 「우주」 등 유추해석을 했고, 심지어 「버섯이나 송이버섯」 혹은 「솜사탕」이라는 과학용어와 아무 상관없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甲論乙駁하는 사이에 무시된 교육 현실
설문을 통해 살펴보면 순우리말로 과학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학습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혼란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순우리말로 변형된 과학용어들은 많다. 「粒子(입자)」는 「알갱이」, 「素粒子(소립자)」는 「씨알갱이」이다. 그러나 소립자에 포함되는 「陽性子(양성자)」, 「中性子(중성자)」, 「電子(전자)」… 등은 그대로 漢字語로 표기되고 있다. 순우리말의 경우, 느낌이나 상태를 표현하는 데 탁월한 반면, 의미를 함축시키는 용어로는 적합하지 않은 「表音文字(표음문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미와 의미의 합성으로 이루어지는 造語(조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粒子(입자)」와 「素粒子(소립자)」를 「알갱이」와 「씨알갱이」로 대치할 수는 있어도 「粒子 加速機(입자 가속기)」는 그대로 「입자 가속기」로 물리학회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예가 될 것이다.
물리학회에서 用語(용어)를 이렇게 만들고 勸奬(권장)하다 보니 실제 대학에서 사용하는 물리학 敎材(교재) 중 순우리말로 표기된 「양자역학」, 「새 대학물리」 등에서도 「粒子(입자)」를 「알갱이」로, 「입자 가속기」는 그대로 「입자 가속기」로 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造語力(조어력)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용어들로 교과서를 개작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원리의 이해」이전에 「독해」에서부터 장애를 유발하는 현실에서 노벨 물리학상을 꿈꾸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지난 50년 가까이 어문학자들이 甲論乙駁(갑론을박)하는 사이에 교육계의 현실은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상태로 버려져 온 것은 아닐까.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분들이나 漢字 병기를 주장하는 분들의 심정은 모두 나라의 발전을 위한 것일 터인데 그 결과는 참담하기만 하다.
행복이 함께하시길
노숙자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