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70년대
나팔바지,미니,가 유행하던 그 시절
빛나는 20대 초반이었던 우리는 당시 유행하던
나팔바지에 짧고 몸에 착 달아붙는 윗저고리가 유행이던 시절
나팔바지를 영화에서만 보다가 유행이 우리가 사는 곳 까지
전염되어 양장점이 일시적으로 멋을 내고 싶어하는
아가씨들로 붐볐다
나팔바지엔 결코 나팔은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나팔 처럼 발목근처가 엄청나게 넓을뿐이다
나팔바지에 시커먼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면 그 당시
멋쟁이었고 그기다 손수건 만한 스카프라도 목에 묶는다면
최고 멋쟁이었다
당시 아가씨들에겐 멋을 소화하기엔 턱없이 돈 이 궁한시절이라
어찌 어찌 언니들이나 오빠를 둔 친구들은
그래도 객지에서 생활하던 언니,오빠,덕으로 대물림 된 것이라도
찌그러진 선글라스가 있지만
지돈 주고 선글라스 끼고 다니던 친구는 별로 없었던시절
우리에게도 태양의 계절이 오고 그 뜨거운 여름
피서지라고 소문난 인근 해수욕장을 가서 나팔바지를 휩쓸고는
싶은데 선글라스를 구입한 친구들은 포옴이야 나겠지만
없는 친구들은 꼭 뭔가 빠진듯 허전해 하곤 했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해수욕장에서 그 당시 염복순이가
모 화장품 광고에서 선보인 수영복 비스무리 한것 까진
마련했고 선글라스는 이집,저집,돌아댕기면 빌려서
모두 어떻게 쓰고 나갔다
나팔바지에 선글라스 챙?÷?모자 그리고 가방속엔
수영복 까지 완벽한 준비로 우린 들떠 있었다
해수욕장 진입로에서 무슨 패션쇼나 하듯이 폼을 있는대로
재며 뭇시선을 끄는 것 까진 좋았는데
어떤 남자가 자꾸 우리 친구 선희를 쳐다보는거였다
"크 크 크" 징그러운 웃음까지 지어가며
"미쳤나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노 좋으면 좋다고 할것이지"
우리는 서로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탈의장에 들어갔다
염복순이가 입었던 수영복과 비스무리한 수영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드디어 모래사장에 나왔다
수영장에서 공놀이 하던 남자도
모래뜸질하던 아줌마도
애인과 함께온 아가씨도
꼬마들도
전부 멋진 가시내들의 등장에 시선을 모왔다
우리는 무슨 스타나 된것 처럼 우쭐대며 괜히
모래사장을 어슬렁 거렸다
그때 사진기를 맨 낯익은 ,우리가 너무 잘아는 아저씨가 우리를 불렀다
"선희야 니 선글라스 그거 어디서 샀노"
"이것 말입니까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선희는 무척 당황하더니 우물쭈물 어쩔줄을 모른다
"네 선글라스가 너무 검어서 그라는데 혹시 그 ...그.."
선희는 순간 얼굴이 붉어지면서
"몰라예 아이구 어짜모 좋노"
갑자기 울듯한 표정이었다
"세상에나 야 이놈아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 눈 을 가지고 오모 되나"
우리들은 갑자기 벙어리가 되었다
선희아버지는 맹인이셨는데 선희가 선글라스가 끼고 싶어
아마 아버지가 쓰고 다니던 안경을 끼고 왔나 보다
70년대는 그만큼 모든것이 귀하던 시절이고 없던 시절이었으니
철없는 젊음의 치기로 아버지가 평소 아끼던 안경을
선희는 끼고 왔던 모양이다
그래서 아까 그 남자도 실실 웃었던가 보다
갑자기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새로지어 입은 나팔바지도 ,염복순이가 입었던 수영복과 비스무리한
수영복,도 시들해졌다
우리의 젊은시절 한때 많은 유행을 따라가고 싶어 안달은 했지만
선희의 선글라스는 무척 씁쓰레했다
얼마나 가지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그 후 선희는 취업을 했고 ?p년 후 정말 진짜 째 선글라스를
낀 모습을 봤다
그래도 그리운 시절이다
나팔바지에는 나팔도 없었고 붕어빵엔 붕어도 없었다
돌아가고픈 시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