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늘 아침부터 우리집 앞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그가 언제부터 거기 와있었는지 알 지 못했다.
아침 청소를 하기위해 방마다 활짝 열어놓은 창문을 닫으려고
서재에 들어간 순간
나는 그 방에 가득 들어와있는
고소하고 익숙한 냄새를 먼저 맡아버렸다.
고개를 내밀고 창밖을 내려다보니
한 남자가 떨그럭 쩔그럭거리며 서투르게 호두과자를 굽고 있었다.
주변 상가들이 장사를 끝내면 동네사람들의
주차장이 되는 그 공터에서
그는 오늘부터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호두과자라면 지방 출장 다녀올때마다
남편이 빼놓지 않고 휴게소에 들려 사오는 나와 아이들의 기호식품.
첫날이니 내가 개시를 해줄까?
천원짜리를 들고 슬리퍼를 끌고 계단을 내려갔다.
아저씨, 호두과자 얼마예요?
어설프게 과자판을 뒤집고 있던 그는 눈도 못맞추고
천원,... 저건 이천원...
하면서 우물쭈물한다.
아하, 이 장사 정말 처음인가보네?
나는 너무 무뚝뚝한 아저씨에게
갑자기 오지랖넓은 아줌마가 되어버린다.
음, 냄새가 솔솔 우리집까지 올라오던데요.
우리애들이 호두과자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근데 많이 파셨어요?
에구, 그 아줌마, 호두과자 천원어치 사면서 말도 많다 싶었는지
아저씨, 빙그레 웃더니 내가 들고 있던 봉지를 뺏아
몇개를 더 넣어준다.
아줌마가 처음 팔아준 거라 더 드리는 겁니다.
세상에나 복받을 아저씨네...
아침 먹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집에 갖고와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먹어버렸다.
첫 솜씨치고는 바삭하고 부드러운게 맛이 있었다.
휴게소에서 파는 그것처럼 진짜 호두조까리가 없어 아쉬었지만...
학교에서 돌아오던 작은 놈, 큰 놈, 그걸 지나칠 리 없어
순식간에 오늘 호두과자만 몇천원어치 사먹어버렸다.
그런데도 난 뭐가 궁금한지 자꾸 창 밖으로 시선이 간다.
열심히 굽는 만큼 쌓여있지 않은 걸 보니
오며가며 사람들이 그런데로 사가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첫손님인 내가 개시를 잘해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