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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어가기.... 8 ♬♪ (응용편)


BY 낙서쟁이 2001-11-07




이병헌

--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언젠가부터 전 행복이
TV드라마나 CF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제 눈동자에서도
행복이 보입니다.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좋은 일들만
생길 수가 있는지
그렇게 늦게 오던 버스도
어느새 내 앞에 와
어서 집에가
전화를 기다리라는 듯
나를 기다려주고,
함께 보고 느끼라는 듯
감미로운 사랑 얘기를
테마로 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고,
읽어 보고 따라
하라는 듯
좋은 소설이나
시집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얼마 안있으면
그의 생일이 찾아 옵니다.
그의 생일 날
무슨 선물을 건네줄까?
고민하는 내 모습이
참 이뻐 보입니다.
언제나
나를 떠올릴 수 있게
메모와 지갑을
겸할 수 있는
다이어리 수첩을
사줘볼까 하며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이
그렇게도 행복하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을 때
문득 문득
불안해지고는 합니다.
사랑하면 안되는데..
또 그렇게 되면
안되는데...
버스가 너무 빨리 와
어쩔 수 없이
일찍 들어간 집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
전화기만 만지작만지작
쳐다보고 있으면
안되는데..
감미로운
사랑얘기를 테마로한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게 되면 안되는데..
읽을 만한 거라고는
선물 받았던 책
밤새도록 뒤적이며
울고 또 울게 되면
안되는데..
입을맞추고 싶다가도
손만 잡고 말아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일 선물
하나 고르는데
이번에 또 잘못되더라도
기억 속에 안 남을
선물을 고르려
노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번에 또
그렇게 되면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 인가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기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