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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꼴레리! 얼레꼴레리!


BY nobody 2001-11-07

두 달 째 언니하고 형부가 우리 집에 와 있다.
동생의 병 간호가 명목상의 이유이지만 나는 이제 회복이 다 되어 도움이 없어도 괜찮다.
서로가 딸린 식구가 없으니 밥 친구하자고 내가 붙잡아서 함께 살고 있다.
언니는 딸이 하나 있는데, 결혼해서 외국에서 살고 있다.
형부는 오래 전 혈압으로 한 번 쓰러지고 난 후론 일도 못 하고 불편한 몸으로 살고 있다.

어제 우체국에 가서 소포를 부치고 돌아오니 언니만 쇼파에서 자고 있었다.
잠이 깬 언니에게 형부는 어디 갔느냐고 물으니 화장실에 있다 하였다.
언니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목욕을 마친 형부가 나왔다.
형부는 옷을 입지 않은 채 화장실에서 나왔다.
내가 돌아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던 모양이다.
불편한 몸으로 화장실에서 옷을 입기가 어렵기도 했을 것이다.
화장실 문이 마주 바라보이는 쇼파에 처제가 앉아 있는 것도 모르고 형부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달랑 수건하나로 앞을 가린 둥 만 둥하고 나왔다.

'오매,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고?...'
일순 나도 당황하였다.
언니도, 형부도 당황하였다.
하지만 내가 이팔청춘도 아니고, 내숭 떨 나이도 아닌 걸...
흰머리가 늘어가고 쉰을 바라보는 나이인 것을...
형부의 무안함과 내 무안함을 덜기 위해 나는 철딱서니 없는 처제가 되기로 하였다.
"얼레 꼴레리! 얼레 꼴레리! 우리 형부...빨개 벗었네!..."
언니가 까르르 웃었다.
형부도 껄껄 웃었다.
나도 히히거리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