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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생님..


BY smlee0227 2001-11-16

중학교 1학년때 담임선생님은 아리따운 금방 발령을 받으신
처녀 국어선생님이셨다..

1학기때는 그저 그렇게 선생님과 지냈던 것 같고 2학기때
내가 실장을 맡으면서 선생님과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되었다..
어느날 늦게까지 학급일을 보고 선생님께서 집까지 바래다주시면서
내게 시집을 한권주셨다..따뜻한 내용의 엽서와 함께..
그렇게 내게 선생님과의 인연이 다가왔다..

선생님은 늘 따뜻한 안식처였고 장난꾸러기 내 친구였고
내 인생고민의 상담자였다..한창 사춘기였던 내가 지금 생각컨대
선생님이 안 계셨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도 해본다..

선생님과 친해지면서 나는 성적도 눈에 띄게 올랐고
또 친구들에게 부러움과 질시도 많이 받았다..

국어선생님이셨던 까닭에 좋은 책, 좋은 이야기 등을 늘 해 주셨고
난 선생님과의 편지교환에서(책으로 묶어놓았는데 3권은 넘는다.),
시를 쓸줄 알게되었고 우리말의 아름다움도 알게되었다..

선생님을 통해서 난 세상의 아름다움, 따뜻함, 남들에 대한 배려,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 책임감 등등을 배우게 되었다..

세월이 지나 선생님이 결혼하셔서 외국에 3년나가 계실때도
계속 편지가 오갔고 난 선생님의 제자가 아니라 동생이 되었다..

선생님의 격려속에 난 드디어 어른이 되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도 갖고 결혼도 하게 되었다..
중학생의 학부모가 되신 선생님의 아이가 나를 모델로 삼고
열심히 공부한다고 이야기하신다..너무 기분이 좋다..

얼마전 선생님께서 학원을 오픈하셨다..
난 선물보단 현금이 나을것 같아 현금을 드렸는데
나중에 전화하셔서 고마워하시면서 눈물까지 흘리시는 것 같았다..

정말 언니같은 우리 선생님!

아직도 기억난다..
아픈 나의 책가방을 대신 매고 나를 버스정류장까지 버스탈때까지
기다려주시면서 손을 흔들어주시던 선생님..

내가 시험이 끝나거나 선생님의 월급날이 되면 여지없이 불러서
맛있는 밥을 사주시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시던 선생님..

집이 넉넉치못해 늘 간식거리가 부족했던 우리 남매들을 위해
집에 갈때면 도나스 한 상자를 사서 내 손에 쥐어주시던 선생님..

작년 친정엄마가 유방암으로 수술하셔서 병원에 있을때
찾아오셔서 따뜻이 엄마손을 잡아주시던 선생님..

빈곤함없이 무남독녀외딸로 잘 사시던 선생님이 남편의 사업실패로
힘들었을때도 내가 댁으로 찾아가자 아무일 없다는 듯이
내 손에 차비하라고 돈을 쥐어주시면서 달려가버리시던 선생님..

그런 선생님과 16년째 계속 정을 쌓아가고 있다..
물론 나에게도 이렇듯 잘 해 주셨지만, 다른 친구들과도
아직도 연락이 닿아 잘 지내고 계신다..

이런 선생님이 내겐 아직도 계시기에 난 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힘들지 않고 즐겁다..
가끔 학부모들을 괴롭히는 선생님들을 보면 정반대인 우리 선생님과
비교가 되어 한숨이 나온다..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이 우리 선생님 같았으면...

내일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