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도 아닌, 몇 달 전도 아닌
바로 몇 주 전 아침이었습니다.
아침에 이불 개면서 방을 환기 시키려고
안방 창문을 드르륵 열었더니만
앞집 개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컹컹 짖드만요.
맨날 봐도 그래요, 고것들은여...
지난 여름엔 쇠고기도 갖다 바쳤는데 말이져.
(양념하여 볶은 건데, 괴기가 하두 질겨서 먹을 수가 없드라구여.
그래 아깝지만 어쩌겄어유? 걍 버리느니 개라도 주면 좋겠다 싶어
눈물을 머금고 던져주었더니 아주 걸신 들린 듯이 먹어대두만요.)
고기맛을 본 뒤로 한동안은 내가 창문 열고 별 짓을 다 해도 잠잠하더니...
이것들이 고기맛 본 지 오래 됐다 이거져...-_-+++
햇수로 3년째 창문 하나 사이에 두고 앞뒤로 사는
어른도 몰라보구서리 마구 짖어대는 녀석들을
부르르~~~ 배신감에 떨며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자니
어제 아침 구운 조기생각이 딱! 나더란 말입니다.
갑자기 웬 조기????????
고 조기가 말이져,
20 마리가 한 두름으로 엮인 것들을
농수산물 시장에서 아주 싼값에 샀는데여,
(정말 싼맛에 샀는데... 싼 게 비지떡 맞어유~~)
이게 별루 맛도 없는 것이 당체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질 않는 거예요.
하긴 맛이 없으니 가뭄에 콩 나듯이 냉동고에서 꺼내 궈먹었져.
그래 산 지가 꽤나 되서리... (한 1년 되가남?????)
하두 오래 냉동실에 놔두었더니 슬슬 눅은내가 납디다.
대충 구워서 상에 놓으니 먹을만 하긴 한데
곰돌이 신랑은 워낙 입이 까탈스러워서
한 번 먹고 말아버리고
아무거나 안 가리고 잘 먹는 저도
젓가락이 자주 안 가니
어젠 통 크게 네 마리나 구웠는데
두 마리만 거의 저 혼자 먹고
두 마리는 고냥 남았더랬져.
그걸 그 날 아침 밥상에서도
처치가 안 되서 앞집 녀석들에게
보시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져.
그냥 쓰레기로 버리면, 물자 낭비에
냄새 고약시런 쓰레기만 뿔어나니까요.
그래 접시에 담겨있던 조기 두 마리를 가져다
창틀에서 앞집 마당으로 던져줬더니
무진장 잘 먹는거야요.^^
그 집은 개가 네 마리나 되는데
전에는 네 녀석 모두 마당을 휩쓸고 다니더니
한 녀석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마당 한 켠 개집에 묶이고,
세 녀석만 쫄랑쫄랑 마당을 활보하며 다니는데
그 중에 덩치 큰 두 녀석만 그 조기를 냠냠 잘 먹드라구요.
꼬맹이 강아지는 비리비리해서 천신도 못 하구여.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냉동실에 남은 조기를 이참에 다 해치워야겠단
번개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단 말씀입니다.
그래, 남은 것들을 몽땅 꺼내서(다섯 마리쯤 남았더군요)
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자글자글 맛나게 궈서리
후라이팬 째로 안방으로 들고갔져.
입맛 다시며 창문을 올려다보던 녀석들은 그새 자취를 감추고,
강아지 녀석만 못내 아쉬운듯
조기 떨어졌던 곳을 서성이며 냄새를 킁킁 맡고 있더군여.
그래서 이 녀석한테 우선 한 마리 물려주고 기다렸다가
다른 녀석들 불러볼까 하다가...
에구구... 나두 일이 바쁜 몸인데
언제 이 녀석 한 마리 다 먹는 거 구경하고
다른 녀석 부르나 싶어 걍 큰 소리로 몽땅 불렀져.
"워리 오요요요요~~~ 워리 워리,
(개한테 '야들아 이리 와봐~~' 할 때 쓰는 소리^^;)
워리 오로로로로~~~ 까꿍~~~~!!!
(맛난 거 주께~~~ 얼른 와~~~ 모... 이런 뜻이져) "
그랬더니 곰방 한 녀석이 앞에서 달려오고
다른 녀석은 뒷뜰 쪽으로 달려옵디다.
먼저 앞에 있는 강아지한테 던져줬더니
덩치 큰 녀석이 잽싸게 가로채고
두 번째로 다시 던져줬더니 그제야 강아지가 천신을 하는데,
이 녀석은 아직은 그렇게 큰 것을 못 먹는지 아님
큰 녀석 눈치가 보여서 그런지 냄새만 맡고 물러나네요.
곧이어 뒷뜰에서 꼬리를 살랑살랑거리는 녀석에게도
냅다 한 마리 던져줬져. 그랬더니
그 뒤에 개집에 묶여 있는 녀석이 계속 컹컹 짖어댑니다.
고소한 냄새를 맡고보니 먹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겠죠.
그래서 그 쪽으로 한 마리 더 던져주며
"하나는 묶여 있는 녀석 갖다줘라!" 했는데,
아마도 말귀를 못 알아묵었나 봐여.
한 마리를 후딱 해치우더니,
두 번째 것도 걍 혼자 먹는 것 같드라구여.
그 동안 창문 바로 앞으로 달려온 녀석은
그 새 두 마리를 혼자서 먹어치우고 저를 보며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고 있겠지요?
불쌍한 강아지는 그 녀석 주위만 맴돌고 있구여.
안타깝긴 하지만 어쩌겠슈?
나머지 한 마리를 마저 던져줬지유.
결국 이렇게 해서 조기 일곱 마리를
큰 녀석 둘이서만 몽땅 다 묵고 말았져.
나머지 두 녀석은 좀 안 됐지만
사람 팔자 다르듯 개 팔자도 다른 것 아니겠어유?
나야 골칫덩어리 조기를 깨깟이 없애서 좋고
덕분에 이 녀석들은 맛난 거 먹어서 좋고
게다가 녀석들한테 점수 따서
앞으로 당분간은 함부로 짖어대는 소리 안 들어서 좋고,
혹시나 우리집 창문으로 도둑이 들라치면
이 녀석들이 대신 와서 짖어줄 테니,
도둑 걱정도 싸악 덜고 (참나, 아짐씨 꿈도 야무져~~)
모... 이런 게 바로 일석삼조가 아니겄어유?????????
밤에 퇴근한 신랑이 이 야그를 듣더니
자~~~알 했다고 등을 토닥토닥해주대유. ^^;
(평소에 냉동실에 쌓인 묵은 음식 타박을 무진장 했걸랑요.)
앞으론 절대 싼맛에 조기를 한 두름씩 사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겄어유~~~, 맹세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