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직전이었을 겁니다.
한창 지금 남편이랑 연애중이었고, 결혼이 거의 확정되어
예비 시댁에도 자주 드나들며 놀곤 했었지요.
어느 날 놀러갔더니 우연히도 그 날이 할아버님 제삿날이라
예비 시어머님께서 홀로 음식을 준비하고 계셨드랬습니다.
근데 모른척 할 수도 없구 도와드려야겠는데 할 줄 아는 요리나
뭐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과일 깎아서 상에 올리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
우리 친정은 작은 집인데다가 제삿상 차리는 걸 유심히 봤을 리 없는
제가 제삿상 차림에 대해서 아는 것은 무지 그 자체였습니다.
일은 여기에서 시작된 겁니다.
저는 얼른 배를 집어들고는 최대한 예쁘게 조각 조각 잘라서 접시에
담았습니다. 근데, 잘은 모르지만 접시에 담고 보니 뭔가 모양새가
이상했습니다. 아차, 이게 아니가보다, 생각하는 순간....
음식장만에 정신없으시던 예비 시어머님이 뒤돌아 보시더니
순간 할 말씀을 잊으셨는지 잠시 멈칫하시더니 푸하하하....
박장대소를 하시는 게 아닙니까? 아뿔싸, 배는 윗부분만 따서
그대로 올려놓는 건데, 조각 조각 다 잘라놓았던 겁니다.
예비 시어머님께서 어이없어 하시며 웃어넘겨 주셨지만,
전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결혼 날짜 잡기도 전에 살림솜씨
엉망인 거 다 들통나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이 사건이후 시어머님께서 결혼 후에도 살람에 대해서 저에
게 크나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신 것은 분명합니다. 그로 말미암아
제가 잔칫상이나 명절 때 무엇을 한다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으셔서
부담이 반이나 콱 줄었으니까요...
뭔들 해도 대견해 하실테니까 말입니다......
어쩔 수 없던 사건이었지만 절대절명으로 저의 시집 생활을 거들어
주었던 사건으로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