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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BY 아가씨 2001-12-21

여기 올라온 글 보며 사랑과 결혼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사랑만 있으면 결혼할 것 같은데 많은 선배님들의 조언을 들으면

결혼은 현실이란 말이 실감나는군요...

전29살이며 2년전에 4년동안 끔찍히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졌어요..

4살 위인 그 사람은 절 정말 많이 위해주었죠...

연애할때 잘 안해주는 사람 없다고 주위에서 그래도

그 사람만은 영원할 거라 확신했답니다.

하지만 우리집에서 엄청 반대했어요.

그 사람 자체는 체격,인물 중상은 되었고

똑똑한 편이고 직업도 금융업에 있었고...괜찮았는데..

주위환경이 좋지 않았어요...

외아들,종손.....여동생은 결혼하고....

어머니 사고로 하반신 못쓰시고....

아버지가 간호 다하시고....

돈도 없어 결혼할려면 은행융자 얻어야 하고...

빚도 조금 있고...

이 모든걸 아시고 우리집은 난리가 아니였어요....

몇주를 울고불고...그 사람 무릎꿇고 사정하고....

겨우 반 설득해서 상견례까지 갔는데.....

보고나서 우리 어머니 밤마다 우시느라 잠 못 드시고...

전 이 모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했죠...

많이 사랑했어요...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육체적인 고생은

문제 없다고 생각했죠...

근데 집문제가 나오자 제 맘이 흔들리는 거예요....

그의 어머니는 항상 누가 우리집에 시집오나...

고생하니까 따로 내보내 살릴거라고...정말 저 많이 예뻐해주셨죠...

저는 그가 외아들이니까 언젠간 같이 살아도 처음엔 떨어져 살고 싶었어요...

어머니 간호는 아버지가 하셨으니까 일년정도 그가 나와도 괜찮을거라 생각했죠...

그 집에서도 항상 그렇게 얘기했었구요...

하지만 막상 상견례하고 나니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집을 얻으려 하는데

제가 잠이 안오는 거예요...

차라리 같이 살면 모를까 같은 동에 살면서 내가 과연 자유로울까..

제가 그렇게 한순간에 맘이 변해버릴줄이야(속물근성..)....

우리집엔 말도 못하고 그 사람한테만 안된다고 매일 다퉜죠...

결국 그 집에서도 알게되고 우리집도 알게되고...

우리집 다시 극구 반대....이번엔 형제들까지....

그 집에서 한 발 양보했지만 이미 늦었죠...

자존심이 상할 데로 상한 그 남자

집문제는 남자쪽에서 알아서 하는 거니 상관말라고 큰소리를 치더군요...

그런 버릇없는 남자에게 딸을 줄 수 없다고 우리집에서 더 이상

타협이 없었구요...

그렇게 헤어졌어요...

우리 없던 걸로 하자....이 한마디가 우리의 끝이었죠....

사랑하지만 그 현실을 감당할 수 없어 붙잡을 수가 없었죠..

한달정도는 매일밤 울고...

반년 정도는 슬픈 음악만 나와도 울고....

일년 정도는 생각 나면 울고....

세월이 약이라더니 일년이 넘으니까 조금 나아지더군요...

친구도 더 만나고..여행도 다니고...

책도 많이 읽고, 일도 열심히 하고...

그러다가 그가 결혼했어요...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미련이 남았었는지 눈물이 나더군요...

근데요, 그게 끝이예요...

오히려 더 덤덤해 지더군요....

그리고 우리가 정말 사랑했었는지, 정으로 만났었는지 의심이
들기도 하고,,,

내가 그와 결혼했다면 지금 누리는 이 여유, 자유로움을 누릴수 있었을까 ....

주위에서 말리면 다 이유가 있다던 말이 실감이 나기도 하고...

여하튼 긴 얘기의 결론은 사랑이란 있긴 있는 걸까요?

아니, 사랑이 결혼의 조건에서 몇 등이나 할까요?

나는 그와 헤어진 걸 처음엔 후회했지만

지금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선배님들의 생각은?

아직 결혼도 안했고 지금으로썬 생각도 없어요...

혼자 하고 싶은일 마음껏 하다가 친구같이 편한 남자 만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