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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시기 재수 옴 붙었네


BY pul1212 2001-12-28

안되는 날 은 이상하게 꼬인다
아침에 일어나서 몸살이 오나 싶게 찌뿌둥둥 해서
땀이나 빼볼까 하고 우리동네 해수탕을 찾았다
우리동네 해수탕은 바닷가에 위치해서 인근주민은 물론이고
시외에서도 퍽 많이 찾아오는데 단체로 오는 사람이 많아서
동네 목욕탕이지만 목욕용품 챙기기를 게을리 해서는
꼭 한,두어개 , 잊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내가 뭘 잊은적이 없었는데
하~~~오늘은 뭔 일인지 대체 억수로 꼬여들기 시작했다
비누칠을 하고 샤워기에 헹구고 옥돌사우나에 들어가서
10여분 있다가 해수냉탕에서 자맥질을 하고 나오기를
서너차례
엔간히 몸이 불었겠다 싶어
내자리에 왔는데
아까 분명 얹어둔 내 비누곽이 보이질 않았다
암만 주위를 둘러봐도 없고 혹시 가방에서 꺼집어 내지 않았나
싶어 가방을 훌러덩 뒤집어 엎어 찾아 봐도 없다
아니 럴수 럴수 이럴수가
?p번 동네 아줌마들이 더러 하는 말 들이 사실인가
싶어서
넓은 목욕탕을 찾아보기로 했다
탕이 무려 10군데나 되는데 곳곳마다 사람이
꽉 꽉 찼기때문에 한바퀴 도는 것 도 수월치는 않지만
나는 꼭 찾아야 겠다 싶어
악바리근성을 드러내며 사람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한수다 늘어놓으며 때미는 작업에 몰두한
아줌씨들을 힐긋 힐긋 쳐다보며 실상은
옆에둔 목욕용품으로 내 눈길이 머물고 또 지나쳐 가기를
20여분했다
훌러덩 벗고 탐문수사하기가 수월치 만은 않았지만
끈기있게 혼자서 헤메고 다니길 ?p차례
할머니 대여섯분이 빙 둘러앉은 곳 에
내 눈길을 끄는 비누곽이 있었으니
담박에 알아볼수 있었다

"아니 할머니 이 비누 제것인데요 "

쇠된 소리부터 빽 지르고는 비누곽을 날쌘 독수리가
먹이를 채듯 달랑 들었다

"하이고 그것이 이 목욕탕에서 둔것이 아인가베"
한 할머니께서 흐물 흐물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아줌마 그 비누 이 목욕탕것 아이가"
또 한 할머니가 거들고 나서셨다

"참말로 할머니들 어느 목욕탕에서 비누곽채로
비누를 주는데가 있습디까"
보아하니
우리마을에서 먼 곳에서 오신 분 들 같아서
웃고 말았지만
겨우 비누를 찾아서 내 자리를 찾아오니
이건 또 무슨일?
내 가방은 어디로 가고 낯선 가방이 놓여있고
아예 앉는 의자마져 수건으로 덮어 놓았다
암만 둘러봐도 내 비닐가방은 보이지 않고
낯선 가방 임자도 어느 탕 속에 들었는지 알수가 없었다
불은 몸으로 때 도 못밀고
또 가방찾기에 나섰다
슬슬 약이 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옥돌탕에 들어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내 자리만 노려보고 있기를 거의 20여분
머리에 노란수건을 둘러쓴 중년의 아줌마가
드디어 내 자리에 앉았다
한달음에 달려가서

"아줌마 여기 비닐가방 못봤십니꺼 여기가 내 자리였는데예"

약이 올라있어서 말투도 꽤나 도전적으로 해버렸다

"시방 뭔 소리하고 있소 내가 올때는 아무것도 없던데예"

엄마야 이 뭔 소리 참말로 뚜껑이 확 열리려는 순간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학생같아 보이는 앳띤 처녀가

"아하 빨간 비닐가방말이지예 아까 어떤 아주머니가
들고 나가시던데예"

"언제예"
"얼마 안?營苛求?탈의실로 가보이소"

참말로 환장할지경이었지예
내자리에 앉은 아줌마 한테 미안코 자시고 인사할 겨를도
없이 탈의실로 갔다

칸칸이 옷장이 되어있어 어느 구석에 있는지 감 도 안오고
거울이 걸린 화장대가 두어군데 되니까
먼저 그쪽으로 가서 확인을 했다
드라이어로 머리를 만지는 사람
온 몸에 로션을 바르는 사람
수건으로 몸을 말리는 사람
그러나 그러나 내 비닐가방을 든 아줌마는
보이질 않았다
이제는 옷장 칸 마다 기웃거렸다
다 돌아댕겨도 이 아줌마는 머리도 안말리고
그냥 나갔는지 안보엿다
그래서 이제 일회용이나 사서 씻고 나와야지
하고 단념을 했는데
화장실쪽에서 왠 아줌마가 눈에 익은 가방을 들고
막 입구를 향해 나가는것이 눈에 띄었다

"아줌마~~~~~~"
내 고함소리에
전부 놀라서 쳐다 보았다

"손에 든 가방 그것 내 가방인데요"

얼마나 큰소리를 질렀던지 거울앞에있는 사람도 기웃거리고
옷 입던 사람들도 머리를 빼고 쳐다봤다

"아인데 이건 내 가방인데..."

"시방 뭔 소립니꺼 아 그 가방 한번 보입시다"

그만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나서 다시 소리를 질렀지예

그 아줌마는 머뭇거리더니 가방속을 보고는

"엄마야 우짜노 비슷해서 들고 나왔는데 내 끼 아이네"

그 아줌마는 샤워기가 놓여있는 칸 칸이 거의 비슷하니까
내 자리가 자기 자리인줄 착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사정이야 이해가 되지만
이놈의 목욕용품 찾느라 제대로 목욕도 못한 내 입장은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가방을 확~~낚아 채고는 눈 한번 째려주었다
아직 젊은 아줌마가 햇갈리고 있어~~~하는 표정으로
물론 그 아줌마가 고의로 그렇게 했다고는 믿지 않지만
그냥 오늘일어난 일 에 화딱지가 나서
그랬을 뿐이다

자리도 없어지고 겨우 서서하는 샤워기에서
쭈그리고 앉아 노란 때수건에 비누칠 해서
씻노라니
젊은 아가씨 둘이서 자꾸 비켜달라고 한다
헹구겠다고
왕 재수날이다
내 자리 잊어먹고 이게 뭔 수난이냐
별수있나
샤워기 아래서 때 미는 내가 주책인걸
억시기 재수없는 날
몸살끼 떼로 갔다가 열만 받아 나온날이 되었다
에구구 사람많은 날 목욕은 절대로 안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