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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일기(1)


BY coreri 2002-01-21

나는 밥을 할 줄 안다.
간단한 찌게도 만들 수 있다.
물론 청소도 아주 잘 한다.
세탁기 사용법도 잘 안다.

나는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아간다.
많지는 않지만 아내에게 월급을 봉투째 갖다 준다.
은행으로 입금이 되지만...
아내도 직장 생활을 한다.

아내는 직장 생활이 피곤하다고 한다.
하루종일 전화 받고 서류 처리하고.....
나는 가끔 아내의 직장에 들른다.
아내의 회사 사람들과도 인사하고 지낸다.

나는 퇴근하면 가끔씩 저녘을 준비하곤 한다.
밥을 하고(대개 아내가 해 놓고 간 밥을 데우는 정도.),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준비하고...
오후 6시 30분쯤 아내가 올 때가 되면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다.
엘리베이터 도착 소리와 함께 반사적으로 문을 연다.

아내-“뭐 했어?”
남편-“저녘 준비 해 놓았쥐~이”
아내-“내가 해야 되는데..고마우~워”
남편-“아니야, 내가 당신을 도울 수 있는 일인데 뭐”

아내가 고마운 표정으로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끝낸 아내가 과일을 깎아서 내게 권한다.
그날 있었던 일을 주절주절 떠드는 아내가 측은하다.
어깨를 주물러 주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내는 아이 낳고 몸조리를 제대로 못해서 늘 몸이 아프다.
나 때문이리라.
처가에서 몸조리하던 아내에게, 빨리 집으로 가자고 해서...
그래서 더 아픈 것 같다.

아내는 TV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뉴스 만큼은 악착같이 본다.
여자도 세상 돌아가는 내용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 부부는 다큐매니아 이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 들어도 가급적 보고 잔다.
가끔씩 12시 넘어서 시작하는 프로그램은 못 보지만...

좋은 프로그램을 보다가 숙제를 까먹는 수 도 있다.
전에는 안 잊었는데 나이가 들으니 가끔씩 잊는다.
아내는 나에게 조금만 더 보고를 연신 외치다가...
나를 보고는 살짝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아내-“너무 늦었다. 그치?”
남편-“그리 늦은 시간도 아닌데...(우이~쒸! 자정 1시)”
아내-“아니야, 그래도 생활 리듬이 깨지면 안돼”
남편-“그래? 그럼 그냥 자지 뭐”
아내-“잘 생각하셨어요. 그럼 안녕히 주무시와요”

내가 침대에 누워서 혹시나 하고 기다려 보지만,
아내는 들어 오지 않는다.
나의 아내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침대에 누워서 잠들기 까지 2분이 채 안걸린다는 것을...
아내는 내가 잠든 후에 들어 오리라.

간혹 내 옆에 누워서 이렇게 말한다.
아내-“삐졌어?”
남편-“구~우래”
아내-“담에 생각 해 보고…”(뭘 생각 해 본다는 걸까?)
남편”드르렁..드르렁...쿨쿨”
아내=”아~싸, 오늘도 성공이다”---아마도 이렇게 생각 할 것 같다.

다음에는 눈 뜨고 자야지...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