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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라는 단어는..


BY peregen 2002-01-23

전업주부와 일하는 주부에 대한 논의는 영원한 화두인듯 합니다.
저는 현재는 일이 있는 사람이지만 10개월 정도 일을 쉰적도
있습니다.
10개월 정도 쉬면서 증권사나 은행을 다녀보면 아줌마들을
바보천치 취급하는 곳을 여러곳 보았습니다. 수많은 편견이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것이 회사를 다닌다고 해서 정신적으로 보상받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제3의 성으로까지 비하되고 있는 아줌마
라는 이름은 결국 뿌리깊은 문화의 언저리부터 시작하는 편견이지
성공한 사회인이라고 해서 그 편견이 빗겨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저는 성공한 사회인도 아니고 40대 이후의 삶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저도 젊은 시절에는 뚱뚱한 아줌마들은 전혀 젊은 시절이 있었을것
이라는 상상을 할 수 없었던 평범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입니다.
그때는 이세상이 한없이 장미빛으로 이어지리라고 모든 꿈은 이루어
지리라고 생각할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던것 뿐인데 말입니다.

자신들이 겪어온 문화의 바탕이 다르기에 저자신 저보다 나이많은
50대 이상 어머니 세대나 저보다 나이어린 20대 젊은 처녀들의 삶을
한가지 편견의 잣대로 보고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지금의
시대는 아줌마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아줌마들이 과거 아저씨 혼자 짊어졌던 가정경제나 교육등을
거의 같이 의논하고 심지어는 거의 혼자 도맡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과거와 다른 환경에서 과거부터 쓰여졌던
단순한 아줌마라는 단어는 뉘앙스 자체가 달라져야 하겠지요.

흔히들 여성잡지 읽는 여자들을 마치 머리가 텅빈 여자들 취급하는
우습지도 않은 사람들을 몇몇 보았습니다. 그들이 스포츠신문을
읽는 것은 오락이고 여성들이 여성잡지 읽는 것은 수준낮은 소일거리
라고 비하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가 보는 관점은 다릅니다.
결국은 생활정보를 얻는 도구일뿐 다른책을 읽을 수준이 되지 않아서
읽는 것은 아니니까요. 결국 여성잡지 하나에서도 뿌리깊은 편견의
시각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지요.

여자들이 아침에 출근하면 멋있고 출근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면 바보
같이 느껴질까요? 전혀 아닐겁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다르겠지만 그것은 생각의 관점차이라고 보여집니다.
저도 곧 퇴직을 준비해야 합니다. 퇴직후의 삶도 같이 생각되어져야
하구요. 하지만 지금 출근하고 아이를 유치원에 맡기고 저녁에
데리러 가고 하는 삶에 100% 자부심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예전에 쉴때도 그랬지만 집에 있는 것이 한없이 바보처럼
느껴지지도 않구요. 제가 생각하는 포인트는 회사는 회사 집은
집이라는 것입니다. 회사를 다닐때는 회사에서 할일에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이고 집에 있으면 집에서 있는 일에 많은 비중이 두어지는
것이지요. 그것이 한쪽만 다니게 되면 그 비중이 조금 더 높아질뿐
일 것입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있게 된다고 해서 할일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요즘 결혼하고 몇년이 지났지만 처음으로
제대로 가계부를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써보았자 하는 식으로
가계부를 별로 중요시하지 않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꼼꼼하게
가계부를 쓰고 다음달 예산을 계획하고 하는 일을 집안경제이기 때문
에 저 스스로 별로 중요시하게 생각 안했던 것이지요. 그대신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가계부를
써보니까 결국 집안살림 하나도 커다란 조직을 지닌 회사를 다니는
것과 같은 역량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단지 그 규모가
다를 뿐 예산을 세우고 경비를 절감하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부채를
줄이고 자산을 늘이고 그 모든 것들은 대기업이든 중기업이든 소기업이든 어느 회사에서나 요구되는 효율성을 요구하는 작업이지요.
집안 경제 하나 확실히 잡지 못한다면 밖에 나가서 그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요즘 과거의 나태했던 집안살람에 대해서 많은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경제시스템의 축소판인 가정경제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고 있는 것이지요.

아줌마들은 이제 예전의 아줌마라는 단어가 주는 굴레를 벗어야
할 때가 될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줌마들이 서로를 먼저
존중하고 위해야 하겠지요. 전업주부라는 말은 언론이나 남성우월
주의자들이 만든 단어일뿐입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단어에 왜
스스로가 강요하지 않는 굴레를 뒤집어 쓰고 괴로와해야 하나요?
내 스스로의 삶을 남이 규정짓지 않도록 전업주부니 일하는 주부니
하는 명제 자체로부터 자유로와져야 할 시점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