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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를 쓰고


BY 신연정 2002-01-29

아이가 20개월이 될 무렵에 실직자 무료 교육의 일환으로 CAD

를 가르쳐 준다길래. 애 보기도 힘들고 해서 놀이방에 맏기고

학원에 다녔습니다. 여기 제가 사는 동네는 공단 지역이라서

일자리가 참 많아요. 노는 주부 들도 거의 없구요.

하다 못해서 집에서 부업이라도 한답니다. 하여간에 6개월교육을

받고 취직을 하게 되었는데, 애가 너무 너무 눈에 밟혀서 죽겠더

라구요. 지금 전 사표를 쓰고 후임자가 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6개월 만에 그만 두는 회사 이지만 이 사회의 편견은 주부를 직원

으로 채용하는 회사에서도 있더군요. 일단 주부를 써 보지만

나쁜 점만 보이는 거지요. 저는 출 퇴근 을 지킬수 밖에 없었어요.

이말이 무슨 뜻이냐구요. 칼 출근 칼 퇴근 했다는 거지요.

회사에서는 맘에 들이 않았나봐요. 좀 일찍 나와서 사무실 청소도

했으면 좋겠구. 물론 했지요. 사장 퇴근 할때 퇴근 했으면

하더라구요. 결정적으로 제가 사표를 쓰게 된건

토요일 이었어요. 전 도면 그리는 일을 하고 있었고 시간은 12시

가 좀 넘었더군요.(여기는 토요일은 12시 30까지가 근무시간임)

아주 열심히 그려서 보시라구 갔다 줬더니. 여기 저기 수정 볼 부분

을 체크하고 다시 주더군요. 점심 시간이니까 밥 시킨다길래

집에 가서 먹겠습니다. 그랬죠. 그랬더니 사장이 그러더군요.

"아! 신연정씨는 집에 가서 애 젖 줘야지." 하는거예요.

아 관두자... 그래 관두자 했지요.

사람에 치이니까 이제는 집이 그립더군요.

여러분 직장 잡을때 이왕이면 주부가 많은 곳으로 가라고 하고

싶어요. 공장도 좋고 마트도 좋고 서로 의지 하면서 일하는

곳이 저희 주부들에게는 좋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