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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일기(펌)을 읽고 힘내시라고.........


BY 동병상련 2002-02-05

뉴욕 일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 김순덕 기자가 들여다보는 뉴욕에서의 일
상.
사소함의 소중함과 삶의 진실을 함께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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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기유학을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면

이런 얘기를 써야되나 마나 고민을 많이 했다. 첫째는 화성인(남자)들이 혐오하
고 경멸하는 사소한 가정사이기 때문
이고, 둘째는 알려져서 결코 신날 일없는 개인사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글을
올리지 못한 것도 이런 사정이 있어서
였다.

하지만 쓰기로 결정한 것은 내게 일어난 이 일이 결코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한
국의 부모라면 누구라도 겪을 수 있
는 일이라고 판단한 까닭이다. 혹은 이미 경험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들은
공개를 꺼리고 있을 뿐.

딸은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다. 이곳 중학교 6학년(내가 사는 동네는 학군이 6학
년부터 중학교가 시작된다)에 다니던
딸은 곧 한국으로 돌아가 중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학교는 어른 사회의 축소판▼

학교를 그만둔 이유를 한마디로 하자면, 미국학교에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영어를 못하는 딸은 친구를 잘 사귀
지 못했다. 나는 그게 내 딸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왜 네가 먼저 마음을 열
고 미국아이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느
냐고, 말은 못해도 손짓발짓으로라도 친해질수 있는 것 아니냐고 닦달했었다.

영어만 해도 그렇다. 나는 아이들은 영어를 훨씬 빨리 배울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미국생활 경험이 있
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렇게 말을 했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뉴욕 깍쟁이들이어서 더 심했는지 모르지만, 중학교에서
서로 어울려 다니는 아이들은 초등학
교때부터 이미 친했던 사이였다. 인종차별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되 말도 못하는
동양아이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영어도 바람직한 환경이 갖춰져 있어야 제대로 배울수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했
다. 딸이 속해 있던 ESL반은 6,7,8학
년 학생이 무려 20명이었다. 교사 한명이 각기 다른 나라, 각기 다른 수준의 아
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건 불가능
했다. 부모가 영어를 못해 못도와줘서 인지는 모르지만, 다른 과목 숙제를 못해
온 아이들을 위해 ESL교사는 수업시간
에 아이들 숙제지도를 하곤 했다.

▼한국 부모들이 갖고 있는 미신▼

하지만 자녀 교육 때문에 한국서 못살겠다며, 이민을 가든지 조기유학을 보내든
지 해야겠다는 부모들은 이런걸 모른
다. 그냥 미국에만 보내놓으면 세계최강의 미국이 알아서 남의 나라 아이들까지
잘 가르쳐 하바드도 보내고, 박사며
MBA를 만들어줄줄 안다.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보고 들은 미국엄마들은 한국의 엄마들보다 더하면 더했
지 결코 덜하지 않다. 엄청난 과외비
때문에 한국서 못살겠다고? 미국의 사교육 현실은 한국 뺨친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들을 차에 싣고 다니며 좋은 프리스쿨에, 좋은 스포츠센
터에, 좋은 피아노선생을 찾아다니는
가 하면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학군 찾아 이사도 불사한다. 학군이 어디냐에
따라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집값이 2
배는 차이가 나는 건 보통이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일류대학에 넣겠다고 과목마
다 가정교사를 붙여서 과외공부를 시
킨다.

미국대학은 성적만 보지않고 다양한 활동을 평가해서 좋겠다고? 그 '다양한' 활
동 점수를 채우기 위해 이곳 아이들
은 더 많은 애를 써야한다. 여러군데 대학에 원서를 넣을수 있어 선택의 기회가
많다고? 그 '여러군데' 대학의 각기
다른 입학기준을 알아보기 위해 엄마들은 학교마다 찾아다니며 머리가 터지게 정
보를 구해야 한다.

▼미국 부모들도 힘들긴 마찬가지▼

2000년 미국 정부 조사에 따르면 연 가구소득 3만8000달러에서 6만4000달러인 부
모들이 자식이 18살이 될 때까지 피
아노교육이며 독서지도며 서머캠프 등 잡다한 사교육에 쏟아붓는 돈이 평균 1만
8510달러다. 워싱턴에 있는 Child
Trends라는 조사기관이 1999년 발표한 내용을 보면 82%의 미국 학생들이 최소한
1개의 과외교습을 받고 있었다.

잠깐, 여기서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자. 이 정도는 보통이라는 얘기
지, 자녀교육에 관심있는 부모들이 겨
우 하나의 과외수업에 연 1000달러쯤 쓴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네소타에 사는 마흔네살의 벅스는 두 아이들에게 각각 피아노, 트럼펫, 축구,
보이스카우트, 수학, 수영을 가르치
고 있다. 여름마다 캠프에 보내는 건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 돈을 대기
위해 엄마는 시간제 부업까지 하고 있
다.

안타깝게도 종일 직장을 갖고 있는 엄마들이 이렇게 하기는 참으로 힘들다. 차가
없으면 꼼짝못하는 미국에선 아이
들 학교도, 과외교습도 모셔다주고 모셔와야 한다. 좋은 선생 찾는 정보전은 또
어떻고? 그래서 고소득 전문직 남편
을 두고 있는 주부들은 직장 때려치우고 '자식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추세다.

▼미국의 심각한 공교육 문제▼

'교육문제 심각'이라는 말이 한국에만 있는게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공교육에 대
한 위기의식은 하늘을 찌른다. 지난
해 뉴욕시장 선거의 중요 이슈도, 접근법은 달랐지만 어떻게 교육문제를 해결하
느냐였다.

지금 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씨의 경쟁자 마크 그린씨는 교실을 더 많이 지어 학
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컴퓨터를 더
보급해서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블룸버그씨는 "교실 지을 돈으
로 교육자들에게 봉급을 더 주어서
자질있는 교사들을 끌어들이겠다""컴퓨터보다 더 중요한 건 책읽고 이해하는 능
력이다. 컴퓨터 들여놓을 돈으로 책읽
기 교육을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과연 어떤 해법이 옳은 것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물론 이 교육공약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뉴욕시민들은 블룸버그
씨를 시장으로 선택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1월 30일 연두 연설에서 교육개혁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그는 "공립학교 교사의
40%이상이 교직에 들어선지 6년이내에 학교를 떠나고, 교사의 15%이상이 비자격
자라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이제는
시장이 나서서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도대체 부모는 어쩌란 말이냐▼

"나야말로 새 정책으로 교육 문제를 뿌리뽑고야 말 것"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익히 들어보던 소리여서 난 웃음만
나올 뿐이다. 늘 개악으로 끝나긴 했어도. 특히나 '이해찬 1세대'의 경우엔 교사
도 학생들도 부모들도 심지어 해찬
들 고추장마저 안먹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과연 뉴욕시장의 정책은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지만 매스컴에 따르면
뉴욕사람들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
치다. 비록 이 연두 연설이 나오기 전의 현상이긴 하되 올초 맨해튼 어퍼 웨스트
사이드에 자리잡은, 연 2만달러이상
의 교육비를 받는 캘하운이라는 사립학교 입학접수처엔 9월에 아이를 들여보내려
는 부모들이 바글바글했다는 것이
다.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아이들 교육은 확
실하게 시켜야 한다" "9.11 테러참사
이후 역시 사립학교가 안전하고 아이들에게 친근한 교육을 할수 있다는 걸 깨달
았다"는게 이곳에 모인 학부모들의 얘
기였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학부모들이 이처럼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정부
는 뭐하라고 있는 것인지 나는 모르
겠다. 결국 내 새끼 교육은 내가 알아서 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만 세금
만 축내는 망할 놈의 위정자들에게 냅
다 따귀 한 대 올려붙이고 싶을 뿐이다. 그럴 능력이 없는 학부모는 도대체 어쩌
란 말이냐고.

▼다시 내 딸로 돌아가…▼

나는 딸아이의 한국행이 결코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답지 않게 생각 깊
은 그 아이는 나름대로의 '선택'을
한 것이며 나는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서 존중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 조기유학을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면 묻고 싶다. 그게 과연 아이의
희망인지, 아니면 부모 욕심인지. 미
국교육은 무조건 한국보다 훌륭하다고 확신하는 건 아닌지. 미국에선 부모가 나
서지 않아도 학교에서 알아서 공부시
켜 준다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다면, 미국에서 아이에게 쏟아야하는 정성을 한국에서 들
이는게 낫다. 지식정보사회로 진입할
수록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능력을 익혔는지가 평생을 좌우하므로 학부모들은,
특히 엄마들은 죽어라고 뛰는 수밖에
없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도 되는 건지에 대해서는 분이 치밀어 오르지만서도.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