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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수있을까...


BY 이제는 2002-02-22

이렇게 살수있을까...

이렇게 살수있을까...

- 나무보살 물보살 -

산사(山寺)에 갔다.

절까지 가는 동안 길옆에 서있는 나무들이 장엄했다.

안아주고 싶었지만, 안아도 다 안을 수 없는 나무의 색신(色身)은

차라리 법신(法身)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인적이 끊긴 산사의한적한 오후, 나무들은 적멸(寂滅)속에 서 있었다.

제가 가졌던 것을 다 주고도 담담하게 서 있는 모습이

나무를 오백 년,천 년씩 살게 한다.

봄에 피었던 꽃도 여름에 무성했던 나뭇잎도

가을에 알차게 맺은 열매도 다 돌려주고 지금은 빈 몸이다.

사람이 원하면 사람에게, 산이 원하면 산에게 돌려준다.

저를 키워 준흙에게도 나누어주고 물이나 바람에게도 나누어준다.

제 몸을 도끼로 쪼개 가도 그것까지 내준다.

애당초 흙이나 바람, 물이나 햇빛에게는 받은 게 있으니

받은 거 이상으로 되돌려준다고 하지만 사람에게는 받은 게 없어도

제 몸을 내 준다. 그저 끊임없이 주는 삶으로 평생을 산다.

이 어찌 보살(菩薩)이 아닌가. 나무의 삶이 보살행이요

나무가 바로 보살이다.



골짜기 얼음장 밑으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풍경소리를 들으며

산 아래로 흘러가는 물은 불심(佛心)으로 충만해 있었다.

그래서 물소리도 청아했다.

반야심경, 금강경 독경 소리를 들으며 산골짜기를 나서서 그런지

물은 제가 만나는 모든 것을 이롭게 하면서 간다.

산발치 대나무 뿌리를 적시고 바위 이끼를 자라게 하고 숲을 푸르게 한다.

꽃을 자라게 하고 풀들을 눈뜨게 한다.

사람들에게 깨끗한 몸을 내주고 더러운 몸이 되어 강으로 돌아온다.

강과 바다로 가는 동안 수억의 물고기 떼를 살게 하고

다시 하늘로 제 몸을 돌려보낸다.

언제든 하늘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있다.

하늘이 시키면 사막 한가운 데도 가 있고, 눈보라 몰아치는 고원지대나

폭발한 화산의 입 안에도 앉아있다.

사람에게는 받은 게 없어도 사람들이 원하면 제 전부를 내 준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남을 이롭게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무엇을 되돌려 받겠다는 생각도 없다.

그저 끊임없이 남을 돕는 삶으로 평생을 산다.

이 어찌 보살이 아닌가. 물의 삶이 보살행이요 물이 바로 보살이다.

그래서 영원히 산다.


우리는 조금 베풀고 그가 보답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남을 조금 이롭게 하고 남이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속으로 화를 낸다.

주는 것 자체가 기쁨이요 그 기쁨 자체가 보답인데,

그래서 이미 받은 것인데 또 받을 생각을 하고 속을 끓인다.

어리석다. 그래서 보살 되기도 어렵다.

그래서 나무처럼 오래 살지도 못하고 영원히 살지도 못한다.

대숲의 바람소리 물소리 속에서 나무보살 물보살 나무보살 물보살 되뇌인다.



( 도종환 - 좋은생각 2002년 3월호에서 )





참 기쁨은 즐거운 일이 있을 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참 기쁨은 시련 뒤에 찾아오는 작은 감사입니다.

참 평화는 풍요로움 속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참 평화는 고통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바라볼 때 찾아옵니다.

참 희망은 내 손에 많은 것이 있을 때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참 희망은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찾아오는 자유로움 가운데 있습니다.

참 빛은 밝을 때 찾아오는 빛이 아닙니다.

참 빛은 칠흑의 어둠 속에서 만나는 불빛입니다.





좋은 생각 중에서...





이광조 - 나들이

오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