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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사건 그 이후


BY 지훈맘 2002-03-06

13평도 안되는 좁은 집에 뭐가 그리 정리할게 많다고 엄마는 오늘도 아침부터 옷장이며 방 한구석에 있는 박스들을 여기 옮겼다 저기 옮겼다... 한바탕 소동을 친다...
왜이리도 집이 정리가 안되어 보이는지??
방한모퉁이에서 까딱하지도 않고 얌전히 있는 박스들을 옮긴다고 엄마가 부산하다...
이론~ 이론~
큰일났다...
박스옮기다 TV위에 있던 가습기를 건더렸당..
찌지직 찍찍~
무슨 소리양???
큰일 났다...
진짜로 큰일이 났다...
가습기가 넘어져 물이 TV 환풍기를 타고 전선줄기들을 건들인 모양이당~
쿵쾅 쿵쾅
심장이 뛴다.... 어쩌나~ 아빠가 알면 난리날텐데
아빠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에 일어난 사건이다....
아빠가 문을 열고 방으로 오는 소리가 들린다...
빨리 후다닥 수습을 하고
방바닥을 딱는 척 한다...
아빠가 배고푸다며 밥을 달라고 해서 아침을 준비한다..

=.= =.= =.=

밥을 먹고 어수선한 집을 다시 청소를 했다....
또 아빠가 화장실을 간 사이 TV를 켜 본다....
반응이 없다... 찌지직 소리만 더 심하게 날 뿐이다....
아빠가 오는 소리를 듣고 TV를 끈다...
모른척 작은방으로 간다...

갑자기 들리는 "퍽"소리
TV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난다... 그제서야 아빠가 TV를 쳐다본다....
제발 제발~
"땡뚱 TV가 이상하다... 휴즈가 나간 모양인데???
물이 들었갔나 왜이러지???
주식장 끝나면 (참고로 아빠는 집에서 주식을 한다... 엄마가 알기론 전문가다... ) 한번 봐야겠다...
이번기회에 확 바꿔버릴까???"

엄마가 대답한다..
"무슨소리야??? 그러길래 가습기를 왜 TV위에 둬가지고~ TV산지도 얼마안됐는데..."
이럴 땐 무조건 모른척 해야한다..
이것만이 엄마가 살길이다...

밤에 아빠가 TV를 분해했다... 답이 없다.... 어디 크게 고장난 모양이다...
내일 A/S를 부를 꺼지만
아 걱정이 되네~
고칠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달 다음달도 이사가고 지훈 돌 준비하고 이것저것 하려면 적자에 적잔데~
TV까정~
TV못고치면 그냥 TV없이 살아보자공!!!!
나의 유일한 프로는 제목도 생각이 안나네 MBC 8시 30분에 하는 연속극하나 뿐인데....
TV안나와서 음악들으니 더 좋네~
이제는 사라져가는 LP판으로 ~
크 좋다~

이렇게 엄마의 하루는 아무일 없이 지나갔다~
우하하하

TV사건 그 이후----------

다음날
AS아저씨가 왔지만 너무나 완벽하게 고장나 버린 TV에 손을 델 수가 없다고 한다...
3년을 우리가족과 함께 살아온 TV는 고물상아저씨를 따라 우리집과의 인연을 영원히 빠빠이 했다...
TV없이 3주가 지나간다....
옆집에 놀러 가면 우리집에 없는 TV가 있다...
지훈이는 그게 신기한지 마냥 눈을 뗄 줄 모른다...
"지훈아 엄마 아빠가 새집으로 이사하는 날 진짜 진짜 근사한 TV사줄께... 쪼끔만 기둘려...

TV사건 이후에도
엄마의 실수는 나날이 정도를 더해갔다....


3월 4일 우리 귀한 아들 첫돌을 겨냥해서 사람들에게 좀 더 이뿌게 보이고 싶은 엄마 맘에 미용실을 찾았다...
"우리 아들놈 돌이 얼마 남지 않아서요... 좀 이뿌게 다듬어 주세요..."
미용실 아줌마 지훈이 머리를 보더니
" 아기 머리가 하늘을 높은 줄 모르네?? 밀어야 할 거 같은데요?"하며 묻는다...
엄마 얼떨결에
"예"
순식간에 지훈 머리가 아줌마 손에 들린 바리깡에 의해 머리카락 한가닥도 없이 초토화가 되어버렸다....
우째 이를 우째~
정우성 같았던 우리 아들이 그 몇분 사이에 타이슨이 되어버렸다...
하늘 향해 쏟은 머리를 너무나 사랑한 신랑이 지훈머리를 보고 난리 난리가 났다...
그날도 엄마는 엄마의 잘못을 아빠에게 말하지 못했고 애꿎은 미용실 아줌마만 대통 홍역을 치러야 했다...
그날 엄마는 쥐죽은 듯 꿈쩍도 않았고 오로지 아빠의 숨소리가 평온해 지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하루가 또 지나갔다..

지훈이가 바퀴달린 장난감 전화기를 너무 좋아한다고 아빠에게 말했더니 지훈이 돌 선물로 전화기 자동차를 사왔다...
덤벙대기 일수인 엄마..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기 만무하다...
설겆이를 끝내고 돌아서는 엄마
엄마 발밑에 있던 전화기...
엄마의 발 힘은 실로 대단했다...
전화기는 엄마 발에 의해 시속 100KM(?)로 현관으로 무참히 내동댕이 쳐졌다... 그 사고로 그 튼튼하던 자동차 네개의 바퀴중 하나가 그 자리에서 부러져 나갔다..

엄마의 실수로
6섯시간이나 우려낸 사골도 냉장고에 넣지 않아 한번만 먹고 모두 버려야 했고...하나밖에 없는 시계도 수납장에서 추락사를 해 이제도 돌아가지도 않는 시계가 되었고.. 싱크대에 들어있던 국간장도 모두 엎질러 소금으로 국을 끓여야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빠는 지훈이를 보며
"우리 찜뽕(참고로 지훈이 별명은 찜뽕 내 별명은 땡뚱이다...)이 못된 만행을 온 천하에 알려야 한다"며 지훈의 그 맑고 아름답고 깨끗하고 뾰얀 볼을 꼬집는다...
엄마의 덤벙댐으로 죄없는 우리 아들 지훈이가 또 한번의 누명을 써야만 했다...


엄마의 조심성 없는 이 행동은 과연 언제 막을 내릴 것인가???
" 엄마로 인해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닌 지훈이
언젠가 엄마가 저주른 모든 만행을 아빠에게 고하고 너의 누명을 깨끗하게 씻어주마... 태어난지 1년 밖에 안된 놈이 벌써부터 엄마의 방패막이 되어주다니~ 흑흑
" 고마우 아들
그리고 너무 너무 사랑해 "

우리 지훈이를 위한 엄마의 노래 선곡
일기예보에 "좋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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