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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정권의


BY 정말? 2002-04-01

퍼온글 동감입니다.
김대중정권의 '힘의 논리'/ 홍세화 (한겨레신문)

만델라인 줄 알았더니 대처더라. 김대중 대통령을 빗댄 이 말은 김대중 정권 말기에 가까워지면서 더욱 참 명제가 되고 있는 듯하다. 총체적 부패 정권이라고까진 말할 수 없다 하더라도 대통령 친처가에서 각종 `게이트'를 비롯한 부패의 냄새를 피우는 너절한 정권이, 또 국가보안법 등 악법을 개폐한다는 오래된 공약에 대해선 끝내 시도조차 하지 않는 `약체' 정권이, 철도, 가스, 발전 등 공기업의 사유화(민영화)정책은 대처 이상으로 단호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마치 대통령 임기를 끝내기 전에 공기업 사유화를 완결짓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 보인다.
일찍이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군주는 말할 시간조차 아껴야 할 만큼, 말보다 행동을 앞세워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 개혁 요구에 대해서는 소수 정권임을 빙자하여 말의 성찬으로 대신해 온 김대중 정권이 공기업의 사유화 추진 등 신자유주의 정책은 루소의 말 그대로 말 없이 행동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관련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시민사회의 공기업 사유화에 반대하는 목소리에는 오직 “민영화 정책에 변함없다”라는 한마디 말로 답해 온 김대통령은 80% 이상의 국민이 발전산업 사유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 뒤에도 “민영화 기조 변함없다”라는 같은 말만 거듭할 뿐이다. 왜 민영화를 추진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끔 설명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도그마에 빠져 있는 것이나 아닌지 우려될 지경이다. 도그마는 흔히 자기만 진리를 알고 있다는 오만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면 말 못할 사정이 따로 있는 것일까? `왜?' 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 까닭은? 이러한 김 대통령 아래 신국환 산자부장관 또한 “민영화 수용을 조건으로 협상에 응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발전 부문 노동자들이 민영화에 반대하여 파업을 벌인 지 한 달을 넘기고 있다는 점조차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 아니면 민영화는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라고 표명함으로써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자 함이었을까.

그런데 김대중 정권의 `밀어붙이기'는 대처의 밀어붙이기와 다른 점이 있다. 모두에게 강하게 대했던 `철의 여총리' 대처와 달리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가보안법 등 악법을 개폐하겠다는 것은 말로 끝낸 반면, 테러방지법 제정은 말 없이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말 또한 말로 끝나고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노동자들을 감옥에 집어넣는 일은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라는 공무원노동자들의 열망과 국제노동기구 등의 권유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무원 노조 결성을 탄압하고 있다. 숱한 의혹과 시민사회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전투기를 F-15K로 사실상 정한 일도 의혹에 대한 해명 없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김대중 정권의 힘의 논리는 약한 자에겐 강한 행동으로 나타나고 강한 자에겐 약한 말로 그치는 이중성을 드러낸다.

발전 부문 등 공기업에 잘못된 타성과 관료주의적 비능률이 없지 않을 것이다. 구조조정의 칼을 대야 할 부분은 일선 노동자들 쪽에 있지 않고 그 부분에 있다. 낙하산 인사로 그런 모순을 더욱 깊게 하는 데서 자유롭지 않은 김대중 정권의 민영화 밀어붙이기는 일선 노동자들의 눈에 적반하장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현정권은 정녕 모르는 것일까.

만델라인 줄 알았더니 대처더라. 그렇지 않다. 적어도 대처는 박정희기념관 건립에 국고를 지원하는 따위의 반역사적인 행위에는 동참하진 않았다. 시민사회의 거듭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말 없이 행동으로 밀고나가는 것 또한 김대중 정권의 힘의 논리 관철 그대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