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서 식빵을 하나 사들고 달랑거리며
집으로 오고 있었다
근데....
내 옆으로 휠체어를 탄 사람이 휙~지나가는데
어렵소
전동이라 그런지 내 걸음보다 훨씬 빨랐다.
'우아...저거 무지 비싸겠구나'
속물이라서 그런지
내 머리에는 왜 요런 돈하고 관계되는것만
생각키는지 나도 모르겠다.ㅎㅎㅎ
우쨌기나 신호등까지 와서 길을 건느려고 하는데
나보다 조금 먼저 지나간 휠체어가 역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휠끗 지나치는 바람에 누가 탔는지 못봤기에
살짝 곁눈질로 봤다.
똑바로 쳐다볼라니까 사지 멀쩡한 내가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늙지도 젊지도 안한 남자분이 타고 있었는데
골덴 바지밑에 하얀 순백의 양말이 눈에 들어왔다.
눈촛점을 어디다 둘지 몰라서 하얀 양말만
쳐다보면서 깨끗도 해라...속으로 감탄을 하는데
파란불이 켜졌다.
도로에 약간 굴국이 나있어서 휠체어가
충격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그사람은 잘 내려서 건너고 있었다.
나도 얼른 건넜는데...
다 건너고 올라올때 도로와 인도의 턱때문에
걱정이 되어 말을 붙였다.
'아저씨 도와 드릴까요?'
대답도 듣지 않고 당연히 도와달라하지 싶어
휠체어를 들을려고 손을 댔드니
'놔'
갑자기 소리를 꽥 지른다.
아이구 놀래라......
내 딴엔 도와줄려고 모처럼 착한 맘으로 그랬는데
꼭 지동생한테 하듯 탕 반말하면서 눈을 홀긴다.
반말도 기분 나쁜데 눈까지 홀끼네.
게다가 나보다 나이나 많음 말도 안하지.
아무리 장애우라지만 넘 하지 않은가?
이럴때 암말 안하면 오히려 장애인을 보통사람과
차별하는게 되겠지.
'아니 왜 그래요? 도와줄려고 하는데...'
'니 갈길이나 가. 남 걱정말고..'
애구 끝까지 반말이네.
휠체어 탄 장애만 아니면 콱~
돌아오면서 가만히 생각했다.
내 인상이 더러웠나?
아님 식빵하나 달랑거리고 사오는 내 꼬라지가 없이 보여서
지 휠체어속의 포켓에 돈이라도 슬쩍 할줄 알았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속으로야 당연히 온갖 욕 다했지...
~~ *** ~~~ ~~~ *** ~~~ ~~~~ *** ~~~~ ~~~~~ *** ~~~~
도장을 팔려고 아파트 앞의 조그만 간이건물로 들어갔다.
밖에는 바람이 불고 있었는데 좁디좁은 공간은
마악 밥을 먹었는지 진한 김치 냄새가 진동을 했다.
조금만 환기를 시키면 저 바람이 소리없이 들어와서
이 김치냄새를 쓸어가겠구만...
'도장 파러 왔는데요?'
'어떤걸로요?'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사람.
일전에 보았든 그 남자.
휠체어는 한쪽 구석에 있었고
하얀색 양말을 신은 발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펄렁거리는 바지가랭이 두쪽이 의자에 앉아있는
그의 무릎아래 아무렇게나 흔들거리고 있었다
아...
내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나 깨끗하다고 양말을 쳐다본게
그의 자존심을 자극했구나.
그래서 내미는 손을 거절했구나.
'나무 도장 파주세요'
요샌 도장도 컴퓨터로 해서 너무나 짧은 시간에
순식간에 파버린다.
컴으로 연결한 드릴이 내 이름짜를 긁고 있을때
속죄하는 맘으로 그에게 말했다.
'아저씨! 며칠전 신호등 건널때 잡아준단
아줌마였는데 기억하세요?'
그는 웃었다.
그리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 모습은 며칠전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내가 도장파는 고객이라서 그러기엔
그에게 지불할 나무 도장값이 너무 적은돈이였다.
그날
에리베이트를 탔단다.
애를 데리고 온 젊은 새댁과 함께 탔는데...
머리를 앙징스럽게 묵었든 애가 그의 휠체어를
건드릴려고 하자 엄마가 못만지게 말렸다나.
'괜찮다. 만져봐'
애들 호기심이야 뻔한거 아닌가?
좁은 엘리베이트에서 본 전동 휠체어니까
신기했을꺼고 당연 만지고 싶었으리라.
근데 그엄마가 멈춰선 엘리베이트를 내리면서
애손을 꼬옥 잡고 그랬단다.
'너 저런거 만지면 저 아저씨처럼 저렇게 병신돼'
그리곤 그를 휠긋 쳐다보며 재수없다는듯 가드란다.
씩씩거리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세상을 원망하면서 오는길였는데...
신호등을 건널려는데 웬 아줌마가 또
자신의 발을 측은한 눈길로 빤히 쳐다보드라나.
그 발은 의족였길레....
그 의족을 벗어서 쳐다보는 여자한테
확~ 던지고 싶었는데...
다시 도와준다는 소릴 하기에
순간적으로 화가 폭팔했단다.
동대문서 뺨맞고 서대문서 눈홀기는 식으로...
'아줌마 그날 화 많이 났지요?'
'아니요'
아니긴 뭐 아니라...
그날 화 많이 내고 속으로는 온갖 욕 다했으면서
짐짓 아닌체 콩쥐엄마 흉내를 냈다.
내가 잘못한거지.
한구석의 휠체어와 어디에 숨겨놓았는지 보이지도 않는
의족을 생각하니 정말로 속으로나마 욕한게 미안했고
죄스러웠다.
도장값 4000원을 주고 오면서
아마 전같으면 그랬으리라.
꼴란 나무도장값이 뭐 이리 비싸냐고...
근데 전연 비싼거 같질 않았고...
돌아오는 발길은 가벼웠지만....
흰양말인줄알고 쳐다보는 내 눈길에
그는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나의 경솔함에 내내 맘이 언짢고 무거웠다.
결국 사람의 느낌이란 종이 한장 차이구나.
어제 화나고 성질나서 견딜수 없는 기분도
며칠지나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닐수 있는것을....
이렇게 늘 시행착오를 하면서 사는게 우리네 인생인가?
덧: 제글 읽어주시는 아컴님들
늘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 홈피 주소가 바뀌었어요
peach.blcommunity.com
한며칠 문을 닫았드니 물으시는분이 많아서
여기 올리오니 혜량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히
나의복숭